한국일보

무차별 학살… 중동서 기독교 씨가 마른다

2015-07-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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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주의 세력 테러·탄압… 아랍의 봄 이후 더 증가

▶ 터키·이란 크리스찬 전무… 죽음의 땅서 탈주행렬

무차별 학살… 중동서 기독교 씨가 마른다

중동지역의 크리스천들이 학살과 탄압이 중단되도록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 NYT ‘IS의 기독교인 말살’ 특집보도

중동지역에서 기독교 씨가 마르고 있다. 이슬람 종교가 국가와 사회, 부족과 가족의 일상을 지배하는 환경에서 가까스레 명맥을 유지하던 기독교인들이 무차별로 살해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2일 장문의 특집기사를 싣고 테러단체 IS(이슬람스테이트)가 점령지역에서 자행하는 기독교인 말살상황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IS가 기독교 가정의 어린이들을 참수하고 있다는 CNN 방송의 보도 이후 다시 한 번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 기사는 제목부터 암울한 현지 사정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중동에서 기독교는 이것으로 끝인가?’ 부제는 참담한 비극을 압축하고 있다. ‘중동 지역 전체에서 IS와 극단주의 세력들이 크리스천을 죽이고 노예로 삼으며 뿌리를 뽑고 있다. 아무런 도움도 보이지 않은 채…’

뉴욕타임스는 IS 점령지에서 한 여성이 세 살짜리 어린 딸을 빼앗기고 간신히 탈출한 스토리를 전하면서 기사를 시작했다. IS는 기독교인들에게 개종을 요구하고 거액의 인두세를 매긴 뒤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크리스천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다고 이 기사는 전했다. IS는 한 마을 주민 230명을 인질로 잡은 후 실제로 아무도 지불할 수 없는 거액인 일인당 10만달러씩 총 230만달러를 요구하기도 했다.

기사는 역사적으로 중동지역을 통치하는 이슬람은 1,500년동안 잔인한 폭압을 기독교인에게 자행했다며 특히 오토만 제국이 무너지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00년 전에 학살이 극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터키는 당시 민족주의라는 미명 아래 200만명에 이르는 아르메니아, 시리아, 그리스 기독교인들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또 1910년부터 2010년까지 비교적 기독교에 관대한 이집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을 포함해 중동지역의 기독교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14%나 됐던 크리스천이 현재는 4%도 안 될 정도이며 그나마 터키와 이란에서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유일하게 기독교인이 파워를 갖춘 레바논에서조차 크리스천 비중은 78%에서 34%로 급감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급격히 부상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으로 인해 기독교데 대한 테러와 탄압이 기승을 떨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년 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기독교인을 주요 공격대상으로 삼아 왔다고 전했다.

민주화를 내건 ‘아랍의 봄’도 기독교를 말살하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통제가 무너지면서 기독교인과 소수 민족들에 대한 무력 공격이 급증했다.


리비아에서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크리스천들이 해변에서 일렬로 참수형을 당하는 비디오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그나마 중동지역에 남아 있던 기독교인들도 대대적으로 탈주행렬을 이루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내전이 발발한 뒤 기독교인에 대해 출국허가가 내려졌고 사실상 아무런 선택의 여지도 없이 20여만명의 크리스천이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를 피해 이주해야 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중동지역에서 기독교는 초대 교회 이래로 가장 극심한 종교 탄압에 처해 있다. 캘리포니아 출신 애나 에슈 연방 하원의원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IS가 문제를 극대화시키고 있다”며 “기독교는 존립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IS가 점령한 이라크의 두 번째 대도시 모술에서 대규모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CNN 방송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캘리포니아 비즈니스맨 마크 애라보는 CNN 인터뷰를 통해 “IS가 기독교 가정의 어린이들을 참수하고 어머니들은 강간 후 살해하고 있으며 아버지들은 교수형에 처하고 있다”고 전 세계에 도움을 호소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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