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시 최동훈 감독… 비장한 친일파 처단, 유머·스릴 사이 경쾌한 줄타기

2015-07-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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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암살’

【영화 ‘암살’】

역시나였다. 역시 최동훈 감독이었고, 역시 전지현이었으며 역시 이정재, 하정우였다. 180억원이 들어간 충무로 여름 블록버스터 ‘암살’은 상영시간 139분 동안 ‘역시’를 연발하게 했다. 13일 오후 서울 삼성동 한 극장에서 기자들에게 첫 공개된 ‘암살’은 2015년 충무로의 정점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영화의 소재와 주제는 묵직하다. 1930년대 독립군이 스크린의 중심에 선다. 피난처인 중국 항저우에 임시정부를 마련한 김구 선생은 비밀리에 암살단을 조직한다. 조선사령관 가와구치 마모루와 대표적인 친일파 강인국(이경영)을 처단하기 위해서다. 암살단은 독립군 제일의 저격수 안옥윤(전지현)과 속사포(조진웅), 황덕삼(최덕문)으로 구성되는데 이상하게도 세 사람은 경성에 도착하기 전부터 일본군의 위협을 받는다. 임시정부의 전설적인 대원인 염석진(이정재)이 내부의 첩자라는 의심을 사는 한편, 상하이에서 활약하던 살인청부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과 그의 파트너인 영감(오달수)이 돈을 받고 암살단을 저지하기 위해 경성으로 급파된다.


일본군이 등장하고 독립군이 나오며 독립군을 잡아들이는 밀정이 암약하는 내용인데 영화는 진지하고 심각한 과거로 관객을 내몰지 않는다. 친일파가 어떻게 나라를 좀먹고 어떻게 독립을 훼방했는지 보여 주지만 구호로 외치지 않는다.

영화 곳곳에 지뢰처럼 매설된 유머로 관객들의 웃음을 불러내기도 하고 비장미로 관객의 가슴을 누르기도 한다. 밀정에 의해 암살단은 어떤 지경에 처할지, 과연 암살단은 임무를 수행하고 상하이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살인청부업자는 암살단의 의거를 막아설지 등의 의문부호를 만들며 관객의 가슴을 죈다. 희극과 비극과 스릴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영화는 경쾌하고도 빠르게 결론을 향한다.

‘타짜’‘범죄의 재구성’‘도둑들’ 등에서 보인 최동훈 감독의 리듬감 있는 연출은 여전하다. 그는 교훈적 성격이 진하게 배어 나올 시대극을 한여름 더위를 날릴 오락영화로 만들어 내는 대단한 수완을 발휘한다. 비정과 낭만과 열정과 유머를 자신만의 레시피로 배합하며 관객을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인다. 갱스터 영화와 서부극의 장르적 특성을 빌려와 1930년대의 시대상에 적용시키며 오락성을 키운다.

그렇다고 웃음과 폭력미학 등으로 엄혹했던 당대의 불운을 지우려 하지 않는다. 이제는 많이 잊혀진 독립군의 활약상을 21세기 스크린에 불러내 그들의 정신을 되새기게 만든다. “몇 명 암살한다고 조선이 독립할 수 있겠냐”는 하와이 피스톨의 반문에 안옥윤은 이렇게 답한다. “그렇지만 알려 줘야지. 계속 싸우고 있다고.”

‘암살’은 그렇게 민족과 조국을 위해 무모하게 싸우며 무명으로 스러져 간 옛 선열을 기린다.

중국 상하이 등에 재현한 1930년대의 풍경만으로도 볼거리가 넘친다. 한국과 중국에서 5개월 동안 촬영했다. 참여한 스태프만 300명이고 보조출연자는 4,000명에 달한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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