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세상의 넓이에 깜짝깜짝 놀란다. 200여 개가 넘는 나라. 일년에 한 나라씩 가본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다 가볼 수 없을만큼 많다. 한 나라에 오래 살아도 그 나라에 속한 모든 곳을 샅샅이 돌아다니고 다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작은 나라 한국, 그 안에 있는 서울.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지방의 도시 몇 개조차 가보지 못한 경우도 많다. 하물며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큰 나라에 산다면 그 나라를 다 돌아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런 세상의 물리적인 크기를 정확히 헤아릴 길은 없다. 끝없이 펼치지는 수평선처럼, 끝없이 뻗어가는 아프리카의 초원처럼, 천년만년 같은 모습이었을 것 같은 사하라 사막처럼, 그렇게 우리는 끝을 알지 못하는 광대한 공간 속의 먼지처럼 아주 작은 반경 안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세상을 좀 더 알아갈수록,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알아갈수록, 그 많은 나라, 끝이 없는 세상 속에서, 결코 가 닿을 일이 없을 것 같은 관계들이 어느 순간 후루룩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이 학연이든, 지연이든, 우연히 거쳐 간 인연이든, 나이가 들수록 그런 순간들은 더욱 자주 찾아온다.
오래전 내가 다녔던 회사의 동료의 친구의 도움을 받게 되기도 하고, 내가 뽑으려던 직원이 전 직장 동료의 친구이기도 하고, 미국에서 알고 지내던 직장 동료의 후배가 현재 회사의 직장 동료이기도 하고 …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는 말을 더 자주 되뇌게 된다.
우리 모두는 그 무엇, 그 누군가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이 세상 속에서 온전히 혼자임을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마음 속의 외로움일 경우가 많다. 삶의 끈을 내려놓지 않는 한 그 인연은 우리를 따라다닌다. 그리고 점점 더 쌓여간다. 우리의 지나간 흔적 속에서의 그 인연은 아름다울 수도, 추할 수도 있다. 억지로 좋은 인연을 만들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 없이 모든 인연이 아름답게 남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 노력은 순간순간 선택을 만들어내는 내 몫이다.
아무리 세상과 등지고 살고 싶어도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 연결의 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떻게 이어가면서 살지는 20대보다는 30대, 30대보다는 40대에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인연을 이용해서 더 나은 직장을 얻거나, 소개팅을 주선 받거나 하는 등의 실질적인 이득을 위한 이용이 아닌, 이 세상에 외로운 것이 나 혼자만이 아님을 느끼는, 깊은 공감대를 느끼게 해주는 인연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 이 순간 스쳐지나가는 인연일지라도, 그 인연에 최선을 다하면서 산다면, 어느 날 그 고리들이 큰 그물이 되고, 그 그물이 언젠가 내가 세상 끝 낭떠러지에 서 있는 듯 느껴지는 순간 나를 건져 올려주는 소중한 그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