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역으로 지친 몸·마음, 감동의 섬김 속 회복”

2015-07-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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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 교회 35가정 모처럼 휴식·웃음꽃

“사역으로 지친 몸·마음, 감동의 섬김 속 회복”

나성영락교회가 마련한 이민 목회자 가정 수련회에서 김경진 담임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나성영락교회 ‘이민 목회자 가정 수련회’

#교회에서 올 들어 어려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마음고생이 심했고 가족 모두 상처도 입었죠. 그런데 예상도 못하던 이민 목회자 가족 수련회에 참석해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걸 아시고 인도하시는 분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작은 이민교회에서는 목회자 자녀들이 거의 부목사, 전도사 일을 다 하잖아요? 예배 반주도 하고 식당에서 밥 나르고 고등학생 때부터 주일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그러면서도 성도님들 눈치 봐야 하고요.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아이들이 즐거워해서 가장 기쁩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어요.


#사실 번아웃 상태였어요. 교회 일에, 남편 치다꺼리에, 아이 키우랴, 직장 나가랴,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요. 사흘 동안 그저 쉬고, 먹고, 놀다 갑니다. 선물도 한 아름 받아 가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수련회 가면 빡빡하게 짠 일정 좇아가다 더 피곤해지곤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섬김을 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예상치 못한 정도로 대접을 받았어요. 얼마나 세세하게 준비하고 헌신적으로 섬기시는지 봉사자 여러분께 감동을 받고 갑니다. 깊은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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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영락교회가 마련한 이민 목회자 가정 수련회가 12일부터 2박3일 동안 데저트 핫스프링스에 있는 미러클 스프링스 리조트&스파에서 열렸다. 소형 교회 목회자와 부목사 등 서른다섯 가족이 완전히 ‘무장해제’된 채로 휴식에 잠겼다. 목사뿐 아니라 사모와 자녀들도 오래 만에 쉼을 즐기고 긴장의 끈을 놓는 시간이었다. 몸과 영혼이 모두 안식하는 평안을 누렸다.

이번으로 여덟 번째를 맞은 가족 수련회의 모든 비용은 물론 나성영락교회가 지불했다. 영락교회 교육부와 PK(목회자 자녀) 사역팀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자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내내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가족마다 배당한 호텔 객실에는 선물 꾸러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품 하나 사기도 꺼리게 되는 사모들은 화장품 가방과 브로치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선물 바구니 안에 든 과자, 초컬릿부터 누룽지까지 온갖 간식거리와 티셔츠는 봉사자들이 얼마나 세심하게 준비를 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줬다.

나성영락교회 교인 이름으로 정성스레 쓴 감사와 환영의 편지는 심신이 지친 ‘작은 목회자’ 가족의 눈물을 자아냈다. 또 원로목사인 박희민 목사와 익명의 집사는 상당 액수의 도서비를 모든 가정에 선물했다.


참석자들은 가족끼리 호텔 식당에서 서빙을 받으며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영락교회는 한식이 먹고 싶은 마음을 헤아려 점심 때는 고급 도시락을 멀리서 공수해 오기도 했다. 또 이틀째 저녁에는 식사비를 나눠주고 외식 기회를 갖도록 배려했다.

실무를 총괄한 이종호 집사는 “쉬는데 초점을 맞추고 가급적 프로그램을 최소화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사들이 줄줄이 나오는 순서는 하나도 없었다. 목회자 부부의 관계를 행복하게 꾸려가기 위한 세미나가 유일하게 열려 오히려 열렬한 호응을 끌어냈다.

나성영락교회 김경진 담임목사는 마무리 자리에서 소형 교회를 섬겼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작은 교회가 살아나야 전체 교회가 살고 결국 기독교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또 “대형 교회 교인들은 담임목사 전화 한 번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성도 이름과 사정을 다 헤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을 피부로 느끼게 전하는 소형 교회 목회자들을 존경하고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박희민 목사는 “작은 교회의 어려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장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목회 비전에 따라 창의적 목회를 할 수 있어 보람이 크고, 목사 자녀들도 일찌감치 교회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상적인 리더로 성장하는 사례를 수도 없이 보게 된다”고 격려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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