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에 동성결혼 집전 강요할 수 없다” 우세

2015-07-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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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로 목회자 집전 의무화해야”19% 불과

▶ “민간 사업체, 서비스 거부 가능” 절반 넘어

“교회에 동성결혼 집전 강요할 수 없다” 우세

동성결혼 합법화 이후 종교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총격사건으로 목회자와 교인들이 사망한 임마뉴엘 AME 교회 앞에 화환이 쌓여 있는 모습.

[연방대법원 동성혼 합헌 판결 이후 여론은]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에 대해 합법 판결을 내린 뒤 이에 반대하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교계의 가장 큰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 목회자가 동성결혼식 집전을 거부할 수 있는지와 비즈니스 현장에서 신앙의 원칙을 지키려 동성결혼식에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현재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 미국인의 여론은 극명하게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또 교회와 목사가 동성결혼을 집전하고, 비즈니스 업체가 동성결혼식에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강제해야 한다는 의견은 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향후 5년 안에 종교의 자유가 한층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바나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지지하는 미국인은 49%로 나타났으며 43%는 반대하는 것으로 발혀졌다. 동성결혼 합법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약간 우세했다.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은 37%였지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는 사람은 40%로 앞섰다.

교회의 동성결혼식 집전과 비즈니스 서비스 거부 권리에 대한 여론은 대다수가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우선 ‘목회자가 동성결혼을 집전하도록 법률적으로 의무화시켜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19%에 불과했다. 기독교 신앙이 없는 사람 가운데서도 이에 동의한 의견은 24%에 그쳤다. 하지만 40세 이하 미국인 중에서는 26%가 ‘종교 기관과 목회자가 동성결혼식을 실시하도록 법률로 강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민간 비즈니스 업체가 동성결혼식에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놓고는 한층 격렬한 찬반 여론이 대립했다. 결혼식장, 꽃집, 베이커리 등에서 동성결혼식에 상품 판매를 거부했다가 소송을 당해 문을 닫는 케이스가 속출하는 상황이어서 한층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법률적으로 의무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35%로 나타났다. 이 역시 40세 미만에서는 44%로 수치가 치솟았다.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인의 다수는 법률적으로 비즈니스의 동성결혼 서비스 제공을 강제하는데 반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동성결혼에 반대해서 신앙적 원칙을 따를 수 있도록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시각도 우세했다.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과 관련해 조사 대상자들에게 ‘종교기관이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를 가르치고 시행할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미국인의 81%가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신앙이 없는 무종교인들은 63%만 이를 수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권리 보장에 대해서는 암울한 의견이 많았다. ‘앞으로 5년 이내에 종교의 자유가 더욱 제한될 것으로 우려한다’는 대답이 56%나 됐기 때문이다. 특히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93%가 여러 모양으로 신앙 원칙을 지키는데 제한을 받을 것으로 보았으며 정기적으로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모든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74%가 여기에 동의했다.

연령에 따라서도 종교 자유의 침해에 대한 우려의 정도가 차이를 보였다. 40세 이상 미국인은 62%가 ‘우려한다’고 대답했지만 40세 이하 연령층에서는 수치가 45%로 떨어졌다.

바나리서치는 대법원 판결 직후 지난달 27일과 28일 전국적으로 1012명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실시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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