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국에 오신 손님인데 돈을 받다니요”

2015-07-10 (금)
크게 작게

▶ 전쟁기념관 안내원 6.25 북침 설명에 황당

▶ 이발소서 ‘조국 방문 손님’ 공짜 서비스

“조국에 오신 손님인데 돈을 받다니요”

엄마가 딸에게 무언가 가르치는 모습이 진지하다.

“조국에 오신 손님인데 돈을 받다니요”

전쟁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푸에불로호.

[③ 정찬열씨의 북한 여행]


◊ 6.25전쟁, 남침인가 북침인가.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정문에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이라는 현판이 보인다. 북한은 1953년 7월27일을 휴전 협정일이 아닌, 전쟁 승리의 날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안내원을 따라 들어가니 노획한 무기가 전시되어 있다. 푸에블로호가 보인다. 갖가지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대전 전투를 형상화 해놓았다. 관객이 앉으면 무대가 돌아가며 구경하는 장치다.

안내원이 ‘6.25는 북침’이라며, 자료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우리가 배웠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정말 그럴까.

돌아온 다음, 기록을 찾아보았다.

리영희 선생(1929~2010)이 쓴 책 ‘대화’를 폈다. 선생은 평안북도 출신으로 ‘전환시대의 논리’ 등, 많은 글을 통해 ‘이 시대의 양심’으로 추앙받던 분이다. 이 책에서 그는 ‘6.25는 남침’이라고 주장한다.

“고르바초프 정권 이후 소련의 한국전쟁 관계 기밀문서가 기밀 해제되어 누구나 볼 수 있게 됐어요. 등소평 이후 중국 정부도 스탈린, 김일성, 모택동 사이에 오고간 방대한 양의 극비문서들을 공개했지. 십여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이런 자료들에 의해 6.25가 북한에 의해 애치슨 성명이 있기 훨씬 전인 1948년 말께부터 치밀하게 진행됐다는 것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이 밝혀졌지요.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후르시초프의 회고록은 김일성이 1949년 모스크바를 방문해서 스탈린에게 “모든 준비를 다 마쳤다. 남조선은 첫 일격에 무너질 것이다. 첫 일격으로 남조선 인민의 폭동이 일어나서 전쟁은 단시일에 끝날 것이다” 라고 한 말을 기록하고 있어요.”

또 한 분, 원광대학교 평화연구소장으로 진보성향의 학자인 이재봉 교수가 올 1월 LA 원불교당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 연사로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어떤 분이 “6.25는 남침인가 북침인가”하고 묻자, "남침이지요”라고 대답했다.


◇ 공짜 이발에 염색까지 했다


호텔에 들어왔다. 일정이 끝나고 안내원은 제 방으로 들어갔다. 혼자서 인근 구경을 나갔다. 길가 정류소 앞에 모녀가 앉아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가 딸에게 무언가 가르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아이가 멘 가방에 미키마우스가 보인다.

호텔 뒤쪽으로 돌아가니 골목 입구에 과일 노점상이 있다. 아파트 골목을 따라가니 종이를 깔고 옥수수를 널어놓았고, 빨래 말리는 풍경도 보인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도 들린다. 모퉁이를 돌아서자 위안소(이발, 이용, 미안, 목욕)라는 간판이 보인다. 꽤 큰 2층 건물이다. 1층이발소에서 여자 이발사 두 명이 이발을 하고 있다.

이발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발 할 수 있습니까” “해방산 여관에서 오셨습네까, 거기가 설비도 좋을텐데…” 잠깐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해 드려야 지요” 의자에 앉으란다.

40대 중반쯤 보이는 아주머니다.

“기계로 해 드릴까요, 가위로 할까요” “가위로 해 주세요” 이발 솜씨가 수준급이다. 이발을 끝내고 미국에서처럼 일어서려고 하자, "면도하셔야지요” 의자를 젖혀 눕힌 다음, 솔에 비누거품을 묻혀 턱에 흠뻑 바른다. 가죽 띠에 면도날을 세운다. 쓱싹 쓱싹,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이발이 끝났다. “선상님, 염색 하셔야겠네요” “왜요” “젊어 보이지 않습네까” “해주시겠습니까” “오늘은 준비가 안 되니 다음에 오시면 해드리겠습니다."

이발이 끝나고 값을 묻자, “일 없습네다. 오랜만에 조국에 오신 손님인데 돈을 받다니요” 극구 사양한다.

다음 날, 일정이 끝난 후 이발관에 다시 들렀다. 염색을 한 다음, 머리를감겨주는데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 시멘트로 만든 물탱크에서 물을 퍼 사용한다. “물이 차서 미안합네다” “괜찮습니다” 괜찮다 해도 미안타는 말을 되풀이 한다.

이번에도 요금을 받지 않는다. 노점상에서 과일을 좀 사다가 나누어드시라고 드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