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음주의 진영 ‘동성결혼 합법화’ 맞선다

2015-07-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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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극 투쟁 소홀 결과… 자성론 대두

▶ 오바마·민주당에 투표로 응징 목소리

복음주의 진영 ‘동성결혼 합법화’ 맞선다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워싱턴 DC에서 지난해 결혼의 미래를 우려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방 대법원의 동성결혼 허용 결정 이후 파문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결정 이후 일부다처제도 허용해야 한다는 소송이 제기되는가하면 어린이를 성적 상대로 삼는 소아성애도 성적 취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소수 정신과 의사들의 주장이 당당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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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에서는 복음주의 그리스도인을 중심으로 자성론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동성결혼을 비롯한 기독교적 가치관에 어긋난 세태에 보다 결연하게 맞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 Times)는 7일 ‘사탄은 은밀하다, 법원 판결에 투쟁할 준비를 하는 동성결혼 반대자들의 경고’라는 제목으로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교회들과 테네시주 등에 걸쳐 그리스도인들의 입장과 회개 그리고 정치적 성향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보도했다.

LA타임스는 밴추라에 소재한 기독교 성향의 세계적인 여론조사 기관인 바나그룹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94%가 동성결혼을 허용한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86%는 ‘동성결혼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슬픔과 당황 속에서도 성경이 죄로 규정한 것과 보다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은 점에 대해 자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테네시주 멤피스에 본부를둔 흑인 목회자연합 회장 빌 오웬스 목사는 보수적인 목회자들이 현재 대법원 판결에 반대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과거 60년대 남부 지역에서 벌어진 인권운동처럼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휴스턴에 위치한 수가크릭 침례교회 클리프 커밍스 목사는 3,700명의 교인에게 성경적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회개와 금식을 요구했다. 커밍스 목사는 주 의회가 동성결혼 집전을 목회자가 거부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법안을 제정해 지난달 주지사가 서명을 끝냈으며 자원봉사자들도 이메일과 웹사이트를 통해 이를 지지하는 움직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들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해서도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LA타임스는 보도했다. 처음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들 당시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신앙을 보이다 2012년 선거를 앞두고 입장을 바꾼 사실을 이들 기독교인들은 비판하고 있다.


성경공부에 모인 한 흑인 교인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며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성경의 믿음에 기반을 두고 이 나라를 다스릴 줄 기대했다”고 안타까워했다.

LA타임스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보다 일찍, 더 강력하게 나서지 못한 점을 스스로 지적하고 있다”며 “성경은 죄인은 사랑하되, 죄는 미워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쩌면 기독교인들은 태만한 채로 죄인들을 너무 많이사랑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교회 행정담당인 실비아 심스는 “크리스천 가족들은 동성애 친척들이 옷장 밖으로 나오게 허용했으며 애니스 파커 휴스턴 시장같은 동성애 정치인을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파커 시장은 남녀화장실 구분을 없애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목사들의 설교문을 제출하라고 명령해 전국적인 논란을 일으킨 바있다.

심스는 “기독교인들이 옳은 일을 위해 일어서지 않는 것을 보시고 하나님은 아파하시며 피곤하게 여기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보고 다시는 민주당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며 기독교인 유권자로서 투표하기 전에 정치인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입장이 어떤지를 보다 부지런하게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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