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택시비가 얼마? “다섯 달러입네다”

2015-07-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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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노점상 많아져 과거와는 다른 모습

▶ 모든 곳서 현지인과 관광객 요금 차별적용

택시비가 얼마? “다섯 달러입네다”

골목 어귀에 사과와 수박, 바나나 등을 팔고 있다.

택시비가 얼마? “다섯 달러입네다”

신자들의 기도를 비롯, 모든 전례가 가톨릭 미사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② 정찬열씨의 북한 여행]


◊ 일요일,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다

오늘은 일요일, 오전에 성당에 갈 예정이다. 10시 미사란다. 좀 일찍 밖으로 나왔다. 정류장에 무궤도 전차가 선다. 일요일 아침인데 꽤 많은 사람이 내린다. 버스 두 대가 붙어 있는모습이다. 철로가 아닌 아스팔트 위로 움직이는 전동차다.


김 참사가 보인다. 전차요금이 얼마인지 물었더니, 5원이란다. 5원? 달러로 치면 얼마나 될까. 공식 환율 100:1이라면 5센트지만,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은 8000:1이라니 계량하기 어렵다. 안내원 김참사가 택시를 잡으려고 뛰어다닌다.

일요일은 운전사가 쉬기 때문에 택시를 타야 한단다. 30분 정도 헤매다가 택시를 잡았다. 성당 가는 큰 길이 포장공사 중이어서 가까운 곳까지만 간다는 조건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택시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운전사에게 “평양시내에 택시가 몇 대쯤 될까요” 물으니. “4,5백대쯤 될겁네다” 하고 대답한다. 15분쯤 갔을까. 좁은 길에 내려준다. 택시비를 물었다. "다섯 달러입네다”

낡은 아파트 단지 사이를 10분쯤걸어간다. 2층 아파트다. 80년대 건물이란다. 흙먼지가 인다. 저만치 웅덩이에서 쓰레기를 태우고 있다. 연탄말리는 모습도 보인다. 서울 산동네에서 많이 보던 모습이다. 우연히 평양의 뒷골목을 보게 되었다.

성당에 도착했다. 좀 늦었다. ‘장충성당’ 현판이 보인다. 어떤 분이 문앞에서 반갑게 맞아준다. 미사가 진행 중이다. 맨 뒷줄에 가만히 앉았다.

70여명 신자들이 앉아있다, 강론 중이다. 남조선 박근혜 정부 이야기가 나오고 10.4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한다. 어제가 10.4선언 7주년이라거기에 맞춰 강론을 준비한 모양이다.

신자들의 기도를 비롯, 모든 전례가 가톨릭 미사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헌금을 끝으로 미사절차가 끝났다. 영성체 봉헌 없이 끝나는 걸 보고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신자 대표가 진행하는 공소예절이었다. 신부님이 안 계시니 영성체 순서가 빠지는 건 당연하겠다.


신자들은 바로 버스를 타고 떠난다. 신자대표와 인사를 나누었다.

1988년 성당을 세웠고, 신자가 300명 정도라고 한다. 북한에서 유일한 성당이란다. 전국적으로 신자가 몇명쯤인가 물었더니 3천 명 정도로 추정한단다. 성가집 한 권을 얻어왔다.


◊ 골목 노점상이 보인다. 달라진 모습이다.

점심을 먹고 호텔 주변을 혼자 돌아보았다. 골목 어귀에 사과와 수박, 바나나 등을 팔고 있는 노점상 아주머니가 보인다. 9년 전에는 볼 수가 없었던 풍경이다. 계란 1개 1,100원 가격이 붙어있다.

이곳에서 외국인은 달러와 유로화,중국돈 위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사과 하나 사려고 달러를 내미니 북한돈 아니면 받지 않는단다.

노점상은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하고, 이윤의 일부를 바친다고 했다.

북한에 시장경제가 시작되고 있을까.

90년대 후반부터 장마장 형태의 시장이 조성되고 있다고 들었다. 택시가 많아지고, 노점상이 골목을 차지하는 걸 보면 상당 정도 진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중국은 1982년 시장개념을 처음으로 경제정책에 도입했다. 10년 만인1992년 장쩌민 전 주석이 14차 당대회에서 “중국 경제목표는 사회주의시장경제에 있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 후 20여 년 간 중국이 초고도 성장을 하여 마침내 미국과 어깨를 겨루게 되었다. 북한도 중국을 닮아가는 것일까. 지켜볼 일이다.


◊ 시어머니가 며느리보다 세다.

김참사가 연극관람이나 가자며 표를 사왔다. 26달러다. 현지인에게는 훨씬 싼 값을 적용한단다. 음식값 등 모든 요금이 그렇단다.

국립극장으로 관람석이 300석쯤 되어 보인다. 자리를 찾아가 앉았는데 바로 뒷자리에 어린이가 할머니와 함께 앉아 있다. 귀여워서 말을 걸었더니 5살 김명호라고 한다, 사진을 한 장 찍으려고 하니 아이 어머니가 손으로 카메라를 막는다. 그 때 할머니가 “야, 곱다고 기러시는데 사진 찍게 하라우” 하자, 못이긴 척 손을 내린다.

<딸에게서 온 편지>라는 연극이다. 이곳 배우들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보수를 받아 평범한 생활을 한다고 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서방 세계의 배우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연극이 끝나 호텔에 돌아왔다. 성당 대표가 찾아왔다. 낮에 주었던 성가집을 돌려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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