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 사무처, 숨길 것을 숨기세요
2015-06-27 (토) 12:00:00
장관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몇 날 며칠을 전화 앞에서 움직이지 않던 모씨가 장관발표가 난후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굳어져 병원에 실려 갔다는 얘기가 있다. 물론 과거 국무총리나 장관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 청와대로부터 오는 전화를 받고자 기다렸던 것을 빗댄,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최근에는 혹시나 장관자리가 비었으니 맡아달라는 전화가 올까봐 전원을 꺼두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곳으로 여행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이것 역시 인사청문회를 통해 자신의 모습이 발가벗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빗대 얘기한 농담일 게다.
최근 민주평통 사무처가 재외공관을 통해 제17기 평통자문위원들을 일제히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된 내용을 보면 시대를 거꾸로 거스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은 22일 민주평통 SF협의회 자문위원 선정결과를 발표하면서 개인정보법이라는 미명아래 회장으로 임명된 이를 제외하고는 자문위원들에 대한 명단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회장이나 위원으로 임명한 이들의 생년월일, 학력, 고향 등 일반 한인들이 알고 싶어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개인 정보법’을 들먹이며 알려주지 않았다. 몇 번의 통화 끝에 겨우 회장의 약력을 받을 수 있었다. 참으로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선정됐지만 최종적으로 본인이 등록을 해야 자문위원으로 임명되는 것”이라며 변명 아닌 변명과 함께 “평통 자문회의 본부(사무처)에서 그렇게(개인정보를 알려주지 말라고) 요청(일방적 지시로 보임)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참으로 큰 문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고 수석부의장은 현경대 전 국회의원이 맡아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개인 정보법을 문제 삼아 알려주지 말라고 했거나 현 수석부의장이 자의적으로 지시한 꼴이 된다.
평통 자문위원들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헌법기관이자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이다. 더구나 해외에서 해외한인들과 주류사회를 상대로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일을 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일진대 약력도 알 수 없는 위원들의 말을 한인들이 제대로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러기에 더욱더 투명함을 보여줘야 함에도 선정된 자문위원들에 대한 명단조차 발표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