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멘토링 (김진아 / 소셜네트웍 전략팀장)

2015-06-15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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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경력이 이제 15년이 넘었다. 직장 여성이라는 말이 이제 새로울 것 없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내 또래의 여성 동료들은 남성에 비해 수적으로 적다. 30대 초중반을 거치며 가정과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고, 그들이 몇년 육아에 전념하다가 직장으로 돌아오고 싶을 무렵이면, 이전 직장보다 성에 차지 않는 곳으로 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의 직장 여성, 한 분야에서 15년 넘게 일해온 여성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멘토링을 부탁하는 여자 후배들이 많다.

멘토링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더라도 직장생활 10년 쯤 되면서 연애나 결혼, 육아 등으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일이 어려워지면서 그런 고민을 이야기하고 상담하고 싶은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 마련인 것 같다.


최근 대학 선배가 운영하는 모임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몇몇 대학과 연계해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남성 멘토는 충분한데, 여성 멘토가 부족하다며 부탁을 해왔다. 물론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부탁을 보통 나는 거절하곤 했다.

사실은 평소에 해오던 일이다. 멘토, 멘티라고 명명하지는 않지만, 주변 후배들이 물어오면 직장에 대한 이야기든, 개인사든 내 경험을 바탕으로 진지하고 진솔하게 대답을 해 주고 있다.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나는 왜 이렇게 주저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걸까.

30대 초중반까지는 내 경험, 내 경력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건 내가 살아온 시간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했고, 또 열심히 살아온 시간에 대해서만큼은 떳떳했기에 가능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가 좀 더 들고 이제 불혹의 나이에 가까워져 보니, 내 경험으로 누군가에게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정답인양, 모범이 되는 양 이야기하는 것이 나 스스로 무척 위선적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나도 잘못한 선택과 실수, 그리고 적당히 피해가려고 한 어려움과 상황들도 있었고, 항상 스스로에게 떳떳하기만 했던 것도 아닌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타인에게, 단지 나보다 어리고 인생 경험이 적다는 이유로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지나치게 자기 검열적인 시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에게 충고를 날리는 40-50대 어른들, 젊은 세대를 위로한답시고 써낸 책들이 나는 여전히 불편하다. 진정한 공감도 없이, 그저 자신의 인생을 자랑하듯 내뱉는 말들이 과연 무슨 도움이 될까 싶다.

오래된 친구는 내게, 그런 자기 검열적인 시선을 걷어내고, 내가 잘해온 부분을, 그리고 그러기 위해 노력한 시간에 대한 경험을 들려주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한다. 또는 내가 실수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들려줘서 그들이 비슷한 길을 걸어갈 때 한번쯤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20대 초중반, 30대가 되어서도 방황했던 그 시간들은 분명 나만 겪는 시간이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힘겨워했던 일들, 그리고 적어도 15년 넘게 일해오면서 경험한 시간에 대한 공유 정도가, 내가 젊은 세대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것이 작은 위로가 되든 작은 자극이 되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내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아주 조심스럽게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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