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년째 주택가격 상승 ‘버블인가 아닌가’

2015-06-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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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블이다 - 바이어 리스팅 가격보다 많이 주고 사

▶ 버블 아니다 - 수요와 공급간 불균형, 정상적 현상

여름방학을 앞두고 주택시장 열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거래량이 늘고 집값은 지속적인 상승세다. 주택가격 상승세는 지난 2년에 비해 다소 주춤해졌지만 일부 주택시장에서는 과거와 같은 과열양상이 재현되고 있다. 수요가 매물 공급을 크게 앞지르면서 구입경쟁이 심화되고 리스팅 가격 폭등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버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3년째 지속된 주택가격 상승을 버블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택시장 버블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자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주택 구입자들만 늘고 있다.


【버블 이다】

■ 본격 버블 진입 직전상황


주택시장이 터지기 직전의 버블상황은 아니더라도 버블 진입을 앞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버블 지적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2012년 이후 쉴 새 없이 오른 데다 올해 매물 품귀현상이 겹치자 주택가격이 구입 능력을 크게 넘어서며 버블을 형성 중이다.

지난 2월 주택가격은 전국적으로 전년 대비 약 4.2%(S&P 케이스 실러 지수) 정도 올랐다. 그러나 지역별로 살펴보면 주택가격 버블이 제기될 만한 지역이 눈에 띄게 늘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예전 주택시장 활황 때처럼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집이 팔리는 현상이 일반화됐다.

계절적으로 주택시장이 한산한 연초 샌프란시스코에서 집을 파는데 걸렸던 기간은 2달도 채 안됐다.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택 중간가격은 100만달러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가주 내 여러 지역과 시애틀, 솔트레익시티 등의 지역에서도 샌프란시스코와 비슷한 열기가 감지되고 있다. 덴버와 달라스의 경우 주택가격이 이미 직전 활황기 수준을 돌파하는 등 버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는 지역이다. 주택가격 상승은 주택시장 회복 현상 중 하나지만 상승 속도가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앞지를 때 문제가 된다.

주택시장 과열현상이 나타나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가격과 임금 및 인플레이션 상승률 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는데 주택 구입 능력을 악화시켜 수요자 층을 감소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집 내놓기 두렵다


집을 내놓자마자 팔 수 있지만 집을 내놓으려는 셀러는 찾기 힘들다. 급증한 수요를 잠재우려면 신규 주택 공급과 함께 기존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내놓아야 하는데 기존주택 공급 물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집을 내놓기를 꺼리는 셀러가 늘자 결국 수급 불균형 현상이 발생해 최근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주택가격이 웬만큼 올랐고 바이어가 많아 이제 집을 내놓을 법하지만 새로 구입할 집을 찾기 힘든 상황이 반복되자 셀러들이 막상 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존 주택 보유주들이 집을 내놓고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야 첫 주택 구입자의 주택시장 진입이 원활해지면서 주택시장 회복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그러나 집을 내놓으려는 기존주택 보유자가 줄면서 현재 저가대 매물공급이 꽉 막혀 있는 상태다.

지난 3년 동안 주택가격이 꾸준히 올랐지만 아직도 침체 이전 시세를 회복하지 못한 주택도 상당수다. 집을 팔아도 매매 차익이 적거나 현재 시세 대로 집을 내놓을 수 없는 주택 보유자들도 집을 쉽게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데이빗 크로우 ‘전국주택건설업협회’(NAH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존주택 거래가 7개월 연속 증가했어도 충분치 않다”며 “기존주택 매물의 추가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간만에 살아난 첫 주택 구입자 수요가 다시 밀려나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신규 분양 주택 공급부족

주택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났지만 주택 건축업체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신규주택 공급량을 섣불리 늘리기보다 시장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는 모습이다. NAHB 측에 따르면 연간 약 160만채의 신규주택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상황이지만 최근 공급량은 크게 부족하다.

지난해 신규주택 공급량은 약 100만채를 겨우 넘겼지만 이 중 단독주택은 약 70만채에 그쳤다. 정상 수준이라면 신규 단독주택 공급량은 약 100만채를 웃돌아야 한다.

【버블 아니다】

■ 수급 불균형에 따른 단순 가격상승

최근 나타나고 있는 주택시장 과열양상은 버블이라기보다는 수요와 공급간 불균형에서 나타난 정상적인 현상이다.

수요 증가가 자연스럽게 주택 거래 증가로 이어지고 있지만 매물공급이 달려 주택 거래가 제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물 부족현상으로 주택가격 상승이 발생 중이지만 버블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매물 대기기간이 약 6개월 정도면 수급이 균형을 이룬 상태로 본다. 지난해 12월 이후 대기 기간은 5개월 미만으로 매물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매물 대기기간이 5개월 미만이었을 때 주택가격이 연간 약 8% 상승, 균형 수준인 약 6개월일 때 가격이 연간 약 4% 올랐던 과거와 비교해 현재 주택가격 상승세는 폭등으로 볼 수 없다.


■ 폭락 뒤 정상 수준 찾아가는 중

과거 주택시장 활황기와 비교하면 현재 주택시장이 버블이 아니라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최근 주택가격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약 7%와 약 12%씩 급등했다. 지난해에는 주택가격 상승폭이 많이 둔화됐지만 주택가격은 3년간 연 평균 약 8% 정도씩 오른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반등을 시작하기 전 주택시장 장기 침체를 거치며 주택가격 하락폭이 매우 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주택가격 하락폭에 비하면 최근 3년간 가격 상승은 버블이라고 보기 힘들다. 반면 주택시장 활황기였던 2002~2005년에는 직전 주택가격 폭락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연 평균 약 10%의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하며 버블 논란을 불러왔다. 현재 주택가격은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할 경우 2005년 당시보다 약 30%나 낮은 수준으로 아직도 상승 여지가 많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이 임금 및 임대료 상승 속도를 앞지르고 있는 현상이 자주 지적되지만 2005년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최근 주택가격 대비 임대료 비율은 90년대 중반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버블 논란이 한창이던 2005년의 경우 90년대 중반보다 약 35%나 높았다. 주택 가격 대비 소득 비율 역시 현재 약 2001년도 수준과 비슷한데 버블 절정이던 2005년의 비율은 지금보다 무려 약 30%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대출기준 강화로 버블 우려 낮아져

매물 부족, 수요 증가, 가격 급등 등 과열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버블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S&P 케이스 쉴러 주택가격지수 창시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버블로 볼 수 있는 현상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고 CNN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최근의 과열현상은 과거와 같은 버블이라기보다는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에서 발생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과거 버블시장의 수요는 매물 부족에 따라 형성된 것이 아니라 모기지 대출시장의 느슨한 규제로 부풀려진 수요라는 지적이다.

고삐 풀린 융자규제를 활용, 주택 구입에 나서는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수요는 늘어난 반면 모기지 대출 건수는 당시에 비해 낮아 버블로 볼 수 없다.

2005년 버블 붕괴직전 주택 공실률이 갑자기 높아진 것도 지금과 다른 점이다. 융자기준이 워낙 낮아 당시 투자용 주택 구입에 나서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주택가격이 정점에 치닫고 버블 우려가 높아지자 투자용 주택 처분에 나서려는 셀러가 급증하면서 빈 주택이 크게 늘었다. 현재 주택 공실률은 거의 정상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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