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세계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달이다. 너무 추운 곳도 너무 더운 곳도 없는 중용(?)을 찾는 계절이랄까?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 때문인지 5월에는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즐거움을 함께할 날들이 줄지어 있다.
특히 한국에서 30대는 어린이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을 모두 챙길 상황에 놓인 시기라 여기에 가족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날이 더해지면 금전적 출혈이 크다고 앓는 소리가 나오는 달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한국의 기념일들에 조금씩 무뎌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무뎌진 기념일을 꼽자면 스승의 날이다. 아마도 미국에도 5월에 Mother’s Day가 있지만 Teacher’s Day는 없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는 일이 직업이다 보니, 이 시기가 되면 사제 간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요즘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자본주의에 입각하여 교육재화의 소비자와 공급자 같은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 경향은 사실 미국에서 더 강하기도 하다.
한편 한국에서 들려오는 대학 교수의 성추행 등 비상식적인 소식들을 접하면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여전히 수직적인 것 같다. 한쪽이 분명하게 힘을 가진 존재이다. 특히 대학원 과정에서 사제 관계는 때로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로 설명되기도 한다. 실제로 교수가 내리는 결정들이 학생의 삶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쉽게 No라는 대답을 교수들에게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고 이는 수직적 관계에 익숙한 한국에서 더 두드러진다.
오래 전 한국에서 지도 교수님이 제자들에게 쓰셨던 메일이 생각난다. 사제관계를 생각할 때면 항상 떠오른다.
“사제 간의 관계는 교육적 가치의 실현을 위하여 함께 노력하는 사이고, 보스와 꼬붕의 관계는 옳고 그름의 구분 없이 보스가 요구하는 행동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다. 보스와 꼬붕의 관계가 되면 상호 신뢰와 이해관계가 바탕이 되며, 이해가 충돌할 땐 배반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교육적 가치는 모든 이에게 가치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제 간의 관계에선 배반의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호 존중과 못다 한 미안함과 같은 아름다운 정서가 존재한다.”사제 관계는 분명 다양한 렌즈로 들여다 볼 수 있다. 일정 부분 자본주의적 측면도 있고 일종의 권력 관계인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천년을 두고 흘러온 ‘교육적 가치’라는 측면 역시 중요한 시각인 것 같다. 그리고 이 가치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 역시 내가 배워온 가치라는 것이 다행스럽다.
감사한 것은 많은 교사와 교수들이 여전히 이 ‘교육적 가치’를 고민한다는 것이며, 내가 속한 교육학 전공에는 이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교육적 가치’라는 말은 모호하고 뜬 구름 잡는 이야기라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게 무엇인지 적어도 함께 고민하고 실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관계가 바로 현대에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군사부일체’라는 정서를 대체할 합리적인 사제관계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