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같은 포털사이트에 자주 뜨는 기사들 가운데 하나가 거액의 팁을 받은 식당 종업원들에 관한 스토리이다. 얼마 전에는 치아 상태가 좋지 못함에도 항상 웃음 띤 얼굴로 서빙하던 한 남자 종업원에게 식당 단골인 변호사가 “치아 치료를 하라”며 2만5,000달러를 팁으로 건넸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그렇지만 팁과 관련해 항상 훈훈한 스토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 년전에는 남가주의 한 대형은행 은행장이 고액의 점심식사를 한 후 겨우 1%의 팁을 남겼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133달러어치 식사를 한 후 겨우 1달러33센트를 팁으로 준 것이다. 종업원들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했을 경우 팁을 적게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은행장이 평소 ‘월스트릿 시위대에 맞서는 상위 1%’라는 배지를 자랑스럽게 달고 다니던 인사로 알려지면서 “모욕적인 액수의 팁을 통해 특권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팁은 법률에 규정된 의무조항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종업원들에게 팁은 간혹 행운이 되기도 하고 또 모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팁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켜져 온 관습이다. 자신에게 제공된 서비스에 대해 고마움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지나치게 의례적이 되다 보니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무덤덤해진면이 있다. 쌍방 간에 고마워하는 마음은 실종되고 통상적인 비율에 따라 기계적으로 팁이 오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 게다가 최근 일부 커피전문점에서는 손님이 돈을 치를 때 ‘팁비율을 선택하라’는 내용의 스크린을 들이밀기도 한다. 그러면서 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일부 부작용과 감정적 불편함이 있다고 해서 팁의 기본적 의미가 부정될 수는 없다. 팁은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계에 절대적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식당의 경우 매년 손님 식탁 위에 놓이는 수백억달러의 팁은 수많은 웨이터들과 웨이트리스들의 생계를 위한 젖줄이 된다. 그런 점에서 팁은 일상에서 행하는 아주 작은 나눔과 기부라고도 할 수 있다.
당연히 팁은 종업원들 것이다. 그럼에도 한인업소에서 주인이나 매니저가 종업원들 팁에 손을 댔다가 문제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업주는 어떤 경우에도 종업원 팁에 손을 대서는 안 되며 분배과정에 깊이 개입해서도 안 된다”는 법률전문가들의 조언을 업소들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팁은 저임금 노동자들 개개인의 생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과 불안의 원인이 되는 양극화 해소에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
부의 재분배라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CEO들 연봉이 일반 근로자 수입의 300배를 넘어서는 등 불균형이 점차 기형화되면서 미국사회는 안으로 곪아 들어가고 있다.
선진국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들 가운데 하나가 평등성이다. 독일의 경우 식당 웨이터들은 의사들 평균 수입의 32%에 해당하는 수입을 올린다. 의사 수입이 독일과 비슷한 한국의 경우 그 비율은 겨우 19%이다.
미국을 한번 살펴보자. 연방노동부통계에 따르면 미국 웨이터들과 웨이트리스들의 평균 연소득은 2만달러 내외다. 의사들의 중간 소득은 일반 의사의 경우 연 20만달러, 그리고 특수 분야 의사들은 40만달러 정도이다. 팁을 더한다고 해도 웨이터 수입이 의사 수입의 15%를 넘어설 지 의문이다. 평등성이 한국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얼마 전 팁을받는 일부 식당 종업원들을 최저임금추가인상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안이 캘리포니아주 의회에 상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팁에다가 오른 임금까지가져가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일부 여론을 의식한 것 같은데 이는 옳은 방향의 입법이 아니다.
오른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해서 이들의 빡빡한 살림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식당 종업원들의 팁+오른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동반처우 개선을 위한 기준점이 되어야지, 깎아내야 할 잉여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정말 깎아내고 규제해야 할 것은 거액의 연봉에다 명분 없는 보너스까지 얹어주는 일부기업들과 월스트릿의 정신 나간 보상시스템이지 임금노동자들의 돈이 아니다.
yoonscho@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