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왜 이를 닦고 난 후 마신 오렌지 주스 맛은 이상할까?

2015-04-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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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으로 이를 닦은 후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 맛이 너무 이상하다. 그래서 차라리 컵 받침을 핥는 게 낫겠다 싶은 기분이 든 경험을 가끔 하게 된다.

하지만 치약이 모든 음식의 맛을 망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오렌지 주스의 맛만 변하는 것일까. 오렌지 주스 맛 변화의 주범은 바로 대부분의 치약에 사용되는 포말성 세제인 ‘라우릴황산나트륨’(sodium lauryl sulfate)이다.

각 미각 세포들의 외부 막에는 미각 수용체들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치약에 사용되는 이 포말성 세제는 외부 막을 일시적으로 붕괴시켜 수용체의 일부를 분열시킨다고 플로리다 치과대 교수인 린다 바토슈크는 설명한다.


바토슈크 교수와 협력해 10년 전부터 오렌지 주스와 치약간의 상호작용에 관해 연구 중인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의 생리학자 존 드시몽은 “오렌지 주스에서는 보통 3가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맛과 신맛, 그리고 약간의 쓴맛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라우릴황산나트륨이 단맛을 느끼는 미각 수용체를 둔화시켜 오렌지 주스의 과당 성분 맛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치약은 신맛과 쓴맛을 느끼는 ‘미뢰’는 손상시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구연산은 약간의 신맛을 유도해 낸다. 그러나 과당 맛을 느끼지 못하면 신맛이 강화돼 구연산의 강력한 신맛이 훨씬 더 두드러지게 된다.

현재까지는 세포 차원에서 정확히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그 이상 연구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과학적으로 실용적인 가치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드시몽의 생각이다. 그는 “그저 이를 닦기 전에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게 낫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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