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업가서 동남아 주일학교 ‘대모’로

2015-04-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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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기로 건설 접고 교육 선교사로 거듭나

▶ 베트남·라오스 오가며 인형극·매직쇼 등 통해 어린이 찬양·교육법 전수

사업가서 동남아 주일학교 ‘대모’로

데보라 김 선교사가 인도하는 주일학교 교사 세미나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업가서 동남아 주일학교 ‘대모’로

데보라 김 선교사가 손인형을 이용한 퍼펫쇼를 가르치고 있다.

■ 데보라 김 캄보디아 선교사


바로 다음 순간의 일도 알지 못하는 게 인생이다. 이 와중에 동일한 고난을 거듭 겪고도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 변화를 이루며 도약의 기회로 삼는 경우도 있다.

데보라 김 선교사는 믿음의 지혜로 하나님의 나라를 선택했다. 지금도 ‘김옥자’라는 한국 이름을 대면 이민사회에서 그녀를 아는 한인이 적지 않다. 교회의 주일학교와 프리스쿨 운영에 공헌이 큰 까닭이다.


김 선교사는 30년이 넘게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현장을 지키면서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당시 그녀와 동고동락했던 교사 가운데는 지금 주일학교와 유치원을 이끌어가는 제자들이 여럿이다.

노스리지 지역의 1에이커에 달하는 부지에 아파트를 짓다 금융위기로 사업을 접었다. 좌절과 낙담에 빠질 수밖에 없던 그 시간에 데보라 김 선교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찾았다. 그리고 동남아시아 어린이들을 복음의 삶으로 이끄는 교육 선교사로 거듭 났다. 남가주 교회 교육의 대가에서 동남아 주일학교의 ‘대모’가 됐다. 주님의 영광 교회의 파송을 받고 7년째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를 오가며 주일학교를 세우는데 열중하고 있다. UCLA에서 근무하던 남편 아브라함 김 선교사도 기꺼이 함께 사역하고 있다.

올해 76세인 김 선교사는 평생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은사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역의 문을 발견했다. 주일학교 교사를 양성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 자료와 교재를 지원하는데 사역을 집중하고 있다. 결국 현지 사역자와 교사를 중심으로 교회 교육이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 교사 세미나를 네 번째 개최할 예정입니다. 지난해에는 정원이 200명이었는데 훨씬 많은 교사들이 몰려 돌려보낼 정도였어요. 3박4일 동안 세미나 여는데 1만달러 정도가 들어요. LA의 2세 교회인 CPM(Changing Point Ministries)이 꾸준히 지원해 가능한 거죠.”

교회 사정이 아직 열악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미국 교육 시스템과 한인 이민교회의 이력을 갖춘 김 선교사의 역할은 매우 효과적으로 들어맞는다. 손인형을 사용하는 퍼펫 쇼와 매직 쇼를 직접 가르쳐주고 어린이 찬양과 교육방법을 진심을 다해 전수한다. 부모가 일하는 동안 오갈 데 없는 어린이들을 돌보는 무료 애프터스쿨을 운영하는 사역자들을 육성하기도 한다. 길거리 시장에 즉석 무대를 펼치고 인형극을 보여주면서 어린이들을 신앙으로 이끈다. 현지인 목회자가 봉제공장 기숙사를 돌며 벌이는 집회에도 각종 기구를 제공하며 돕고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주일학교 교재입니다. 여름성경학교(VBS)에서 사용하는 단기용이 아니라 일년 동안 고정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할 체계적인 교재를 만들어야 해요. 구약과 신약을 모두 포함해 캄보디아어와 베트남어 등으로 제작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인도와 중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번역할 겁니다.”


교사들이 자료가 부족해 교육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김 선교사는 말했다. 현지 경험을 갖추고, 현지 수준에 맞춰, 현지 사역자와 함께 1~2년 과정의 교재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을 주제와 구절 그리고 암기 등의 내용으로 나눠 그림에 색칠을 하면서 가르치면 특히 교육 기회가 적은 시골에서 반응이 뜨거워요. 어른은 20명에게 전도해도 1명꼴로 예수님을 영접하지만, 어린이는 19명이 신앙을 받아들이고 나머지 1명도 경계선에 선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어린이 교육 선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겠지요?”

캄보디아에서 가장 필요한 선교사는 유치원 교육 경험을 갖춘 어린이 사역 전문가라고 김 선교사는 소개했다. 선교사들이 차린 무료 유치원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교회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현지 언어로 제대로 교재를 만들어 보급하면 아이들을 그리스도인으로 양육할 수 있어요. 복음의 씨앗을 얼마든지 뿌릴 길이 열려 있는 겁니다. 도와주세요.”

문의 cemcdeborah@gmail.com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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