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브로커 의존도 높으면 실패 확률 높아

2015-0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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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종별 특화된 브로커 통해 구입... 사업체 매매 전문 중개인 추천

▶ 정확한 ‘수익구조’ 자료 점검 중요... 비즈니스 부문 협회 소속된 중개인 선정... 자신의 경력·관심많은 분야 선택 해야

[비즈니스 매매 주의사항]

미주 한인들의 자영업 비율은 타인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스몰 비즈니스’로 불리는 개인사업을 하며 자녀를 키워내고 이민생활을 꾸려가는 한인들이 주변에 참 많다. 투자이민을 목적으로 미주 지역 비즈니스 구입이 이민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한인도 여전히 많다. 구입한 비즈니스가 다행히 잘 돼 더 큰 비즈니스 구입을 위해 처분하기도 한다. 반대로 운영이 쉽지 않아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한 목적의 비즈니스 구입도 적지 않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비즈니스 매매가 주택 매매만큼이나 활발하게 이뤄지는 편이다. 비즈니스 매매는 주택 매매보다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비즈니스는 가족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구입 때 조그마한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비즈니스를 잘못 구입해 고생한다는 하소연도 심심치 않게 접한다. 단순히 ‘이민세를 치른다’고 생각하며 쉽게 넘어가기에는 피해 규모가 너무 큰 사례도 많다. 이민생활을 풍요롭게 해주기도 하고 자칫 쪽박 차게도 할 수 있는 비즈니스 구입 때 중개인 선정 요령을 포함한 주의사항들을 알아본다.


■ 브로커 의존도↑, 실패 확률↑


비즈니스 거래가 성공적이지 못한 원인은 대부분 브로커를 맹신한데서 많이 발생한다. 브로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그만큼 비즈니스 구입이 실패로 향할 확률도 높아진다. 브로커의 기본역할이 셀러와 바이어 간의 ‘협상 중개인’인 점을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로커의 입을 쳐다보지 말고 브로커가 전달하는 자료를 검토해 의사를 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브로커가 제시하는 의견을 비즈니스 구입 결정 때 참고하는 것은 괜찮지만 브로커에게 의사 결정까지 맡기려고 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자료 검토 후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라고 판단되면 브로커 측에 확실히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자세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구입의 지름길이다.


■ 업종별 특화 브로커

주택 구입 때 지역 전문 브로커를 통하거나 가격대 별 전문 브로커와 함께 일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비즈니스 구입 때에도 가급적이면 업종별로 특화된 브로커를 통해 구입해야 거래가 원활히 진행되고 특화된 중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는 업종이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데다 업종별로 수익구조도 천차만별이다. 업종별 수익이 어디서 발생하고 비용은 어떻게 절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은 오로지 풍부한 매매 경험을 통해서만 쌓이게 된다.

예를 들어 한인 종사 비율이 여전히 높은 세탁업은 근무시간이 길어도 수익이 안정적으로 여겨져 초기 이민자들이 구입 대상으로 비교적 높은 관심을 보이는 업종이다. 세탁업은 업종 특성상 화학세제를 많이 사용하게 마련이어서 일부 업소에서는 토양이 화학세제에 의해 오염되는 등 환경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한 업소를 적절한 조치 없이 덜컥 인수했다가는 자칫 책임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처럼 업종별로 전문인이 아니면 지나치기 쉬운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관심 있는 업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 업종별로 특화된 비즈니스 브로커를 통해 비즈니스를 구입하면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 비즈니스 전문 중개업체

미국에 갓 이민 온 이민자들에게 미국식 부동산 중개 시스템이 낯선 것은 당연하다. 주택이든 비즈니스든 한국에서는 매물을 찾으려면 동네 복덕방부터 방문해 보유 매물을 찾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매물을 찾는 것보다 비즈니스 구입을 도울 만한 중개인을 먼저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복덕방부터 찾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 구입을 계획 중이라면 비즈니스 매매만 전문 중개하는 업체 소속 중개인을 물색하는 것이 추천된다. 한국에서는 사업체 매매만을 전문 중개하는 부동산 업체가 흔하지 않다. 특히 사업체의 규모가 소형일수록 일반인 간의 매매가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1만달러짜리 사업체를 사고팔 때도 사업체 전문 중개업체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 주택 매매 전문 중개업체에 소속된 중개인을 통해서 사업체를 매매해도 전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업체 전문 중개업체를 통하면 사업체 거래와 관련된 전문적인 자문을 제공받을 수 있다.


■ 사업체전문 브로커 ‘네트웍’ 강점

사업체 전문 중개업체의 가장 큰 장점은 비즈니스 매물검색에 최적화 된 네트웍이라고 할 수 있다. 주택 매물의 경우 가격대 별로 비슷한 조건의 매물이 여러 채가 있어 가장 마음에 드는 매물을 구입하지 못하면 대안이 될 만한 매물을 바로 찾아 거래를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비즈니스 매물은 주택 매물과 달리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기까지 기간이 상당히 소요되고 조건이 비슷한 매물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같은 문제를 쉽게 해결해 주는 것이 네트웍의 힘이다. 비즈니스 전문 중개업체의 경우 소속 중개인 간 구입자가 찾는 비즈니스 조건을 공유하면서 매물 찾기에 공동으로 나설 수 있다. 현재 적절한 추천매물이 나와 있지 않더라도 과거 중개경험을 통해 처분의사가 있는 비즈니스 오너를 쉽게 찾아내는 것도 비즈니스 전문 중개업체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 협회 소속 브로커

주택 부문에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나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CAR)가 있고 또 각 소규모 지역별로도 중개인 협회가 있다. 협회는 주택 거래 때 필요한 각종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교육을 통해 새로 도입되는 규정 등을 소개하기도 하고 부동산 거래에 필요한 각종 양식을 중개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도 한다.

주택 부문처럼 비즈니스 부문에도 전문 브로커를 자문하는 협회가 있는데 협회에 소속된 중개인을 선정하면 아무래도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는데 도움이 된다.

또 비즈니스 중개인이 협회에 가입하려면 일정 경력을 갖추고 일정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되기 때문에 비즈니스 중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표적인 비즈니스 중개인협회로는 ‘IBBA’(International Business Broker Association)과 ‘CABB’(California Association of Business Broker) 등이 있다.

IBBA는 자체 교육과정을 이수한 협회원을 대상으로 ‘공인 비즈니스 중개인 자격증’(CBI: Certified Business Intermediary)을 발급한다. CBI를 받으려면 3년 이상의 비즈니스 중개인 경력이 있어야 하고 68개에 달하는 IBBA의 교육과목을 모두 이수해야 한다.

교육과목에는 비즈니스 중개 개론에서부터 인수합병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중개 때 요구되는 모든 분야가 포함된다. CBI와 같은 비즈니스 중개 전문 자격증을 획득한 중개인이라면 비즈니스 중개에 필요한 기본 자질과 지식 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가주 지역 비즈니스 중개인들에게 각종 자문을 제공하는 협회로는 CABB가 대표적이다. CABB도 총 4일 간의 교육과정을 완료한 중개인들을 대상으로 회원 자격을 부여한다.

또 4일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비즈니스를 5건 이상 중개한 경력이 있는 중개인들에게 협회 공인 자격증인 ‘CBB’(Certified Business Broker)를 발급하고 있다.


■ 수익 점검이 핵심 열쇠

비즈니스 매매는 주택 매매와 여러모로 다르다. 주택은 기본적으로 거주를 목적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건물의 상태나 조건 또는 학군 등 주변환경이 구입자의 주요 관심사다. 반면 비즈니스는 수익을 목적으로 구입되기 때문에 구입자의 수익 목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비즈니스 거래는 시작부터 끝까지 셀러 측이 제시한 수익관련 자료가 정확한 지를 점검하는 과정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행하게도 셀러 측 제시 자료가 사실과 차이가 많아 비즈니스 거래가 중도에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거래를 마치고 막상 비즈니스를 시작해 보니 수익이 생각만큼 나지 않아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취향에 적합한 업종 선택

믿을 만한 브로커를 만나 소위 돈 된다는 ‘알짜’ 비즈니스 구입에 성공했는 데도 사업이 신통치 않은 경우가 있다. 비즈니스 구입 직후만 해도 손님이 몰리고 고수익이 유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손님의 발길이 점점 뜸해지고 수익도 떨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취향, 경력과 전혀 무관한 업종의 비즈니스임에도 불구하고 돈이 잘 벌린다는 말에 무리한 구입에 나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경력과 무관한 업종의 비즈니스에 뛰어들다 보면 비즈니스의 현 상태를 유지하는데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비즈니스 시작 초반부터 좌충우돌하기 쉽고 수익 유지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쌓이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간이 약이라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사업 초반 겪었던 여러 실수를 통해 어느 정도의 ‘노하우’가 쌓이기는 한다. 하지만 그동안 재정이나 심적 부담감을 견디지 못해 중도에 손해를 감수하고 비즈니스를 처분하는 사례도 많다. 한국에서처럼 미국에서도 자신의 경력을 살릴 수 있거나 평소 관심이 많았던 분야의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그만큼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


[비즈니스 브로커 사례]

“개인관계 믿고 ‘초짜’브로커 선택 큰 실수”


E-2비자를 통해 미국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고 싶었던 S(여·41)씨는 이미 수년 전에 한국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웨스트LA에 미국 식당을 구입했다가 1년도 안 돼 두 손 털고 그냥 나오다시피했던 S씨의 머릿속에는 지금도 비즈니스 브로커 선정 때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하는 후회가 아직도 메아리친다. 이미 오래 전에 미국에 이민 와 자리 잡고 있던 오빠를 통해 소개받은 브로커를 믿고 일을 맡겼던 것이 화근이었다.

비교적 인간관계가 넓었던 오빠가 소개해 준 브로커는 오빠와 다른 사업차 일면식이 있었던 사이였다. 여동생의 이민계획을 알고 있던 오빠는 한인타운 한 건물을 지나다가 우연히 브로커를 만난 자리에서 동생 이야기를 하던 중 LA 식당매물을 소개받게 됐다.

오빠는 지인이 과거 식당운영 경험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부동산업을 한다는 것도 그날 처음 들었다. 다만 브로커의 첫 인상이 좋았고 인간성도 믿을만한 데다 소개해 준 식당 매물의 조건이 좋아 브로커의 경력 따위는 물어볼 생각도 못했다.

결국 브로커가 소개해 준 웨스트LA 지역의 미국 식당을 구입하기로 결심하고 구입 절차에 착수했다. 일을 진행하면서 브로커의 업무능력이 ‘초보자’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식당운영 경험을 앞세우며 구입 후에도 매상이 늘어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말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S씨는 한국에서 부모님의 가구 제작업을 도왔지만 평소 요식업에 관심이 많아 이민 후 요식업에 진출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더군다나 브로커가 제시한 식당이 아침과 점심 위주라서 오후에는 함께 온 자녀를 돌볼 시간이 충분했다는 것도 식당 구입 결정 때 크게 작용했다.

2007년 11월 당시 21만달러에 나온 식당 매물을 많이 깎았다고 판단되는 17만달러에 전격 인수했다. S씨는 구입비용 중 약 5만달러는 다운페이먼트로 사용하고 나머지 금액은 SBA 융자를 통해 대출했다. 비즈니스 구입은 오빠의 명의를 빌려 하는 대신 회사를 설립해 S씨가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E-2 비자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E-2비자 신청계획은 식당을 인수한 뒤 3개월도 채 안 돼 물거품이 되기 시작했다.

우선 실제로 식당을 운영해 보니 셀러 측이 당초 제시했던 수익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매상이 셀러 측 제시 금액보다 월 2,500달러나 차이가 나는데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배로 올렸다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직전 식당주인이 내던 임대료는 S씨가 계약한 임대료의 절반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고 브로커에게 항의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임대료, 융자 대출금, 생계비 걱정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한 S씨는 인수 3개월 만에 식당을 팔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매상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단골손님들의 발길도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식당에 자주 얼굴을 비치던 한인 여성이 식당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그러나 이 여성이 제시한 금액은 S씨가 식당을 구입한 가격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3만달러.

앞으로의 식당 운영이 덜컥 겁이 난 S씨는 SBA 융자 때 명의를 빌려준 오빠와 상의해 결국 3만달러에 식당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마저 일이 쉽게 진행되지 못했다. 여성으로부터 보증금 명목으로 전달받은 1만달러짜리 수표 중 5,000달러가 바운스(부도 처리)나면서 식당 인계 절차마저 틀어지기 시작했다.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S씨는 뒷일을 생각할 여력도 없이 그냥 식당 문을 닫기로 했다.

결국 SBA 융자와 임대 계약서에 명의를 빌려줬던 오빠는 개인파산이라는 ‘멍에’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S씨 역시 자녀 교육과 이민에 대한 꿈을 모두 접고 식당을 인수한지 1년도 채 안돼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재기의 삶을 살고 있다.

S씨의 오빠는 “단순히 이민세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직 심적인 피해가 막심하다”며 “거래를 진행하면서 브로커가 셀러와 건물주의 말에 너무 휘둘렸다는 느낌을 나중에서야 받았다”며 후회했다. 오빠는 또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 ‘초짜’ 브로커를 골랐던 점이 큰 실수”라는 고백을 덧붙였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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