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드시 자격증 소지한 중개인 선정”

2015-01-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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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기관 웹사이트서 자격증 확인... 가족처럼 대할 수 있는 중개인 선정

▶ 온라인 매물 사이트 방문 리스팅 점검... 웹사이트에 자주 업데이트 하는지 확인

[부동산 중개인 선정 요령]

‘내 집 장만’은 모든 이민자들의 아메리칸 드림이다. 초기 이민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자녀 교육, 삶의 질 개선 등 각각의 이유로 미국 이민을 결정하는 한편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도 불철주야 땀 흘린다. 미국에서의 주택 구입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 집을 찾는 일에서부터 등기를 이전할 때까지 생소한 절차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도 미국식 부동산 거래 시스템이 도입될 만큼 미국 부동산 거래는 선진화 되어 있는 편이다. 그 시스템의 중심에는 수백년에 걸쳐 축적된 부동산 중개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일반인들의 집 찾기가 매우 수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집을 살 때는 부동산 중개인을 거치는 비율이 높다. 부동산 거래가 일반인들이 감당해 내기 쉽지 않은 전문 분야이기 때문이다. 특히 갓 이민 온 이민자들에게는 부동산 중개인의 도움이 절실하다. 중개인이라고 해서 다 풍부한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급 차를 타고 다니며 겉만 번지르르 해도 내실이 부족한 중개인이 수두룩하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대변되는 내 집 장만에 성공해야 이민의 첫 단추가 잘 끼워진다. 성공적인 내 집 마련을 위한 부동산 중개인 선정 요령과 주의사항을 익혀보자.


■ 주변에 추천 의뢰


부동산 중개인 선정의 첫 단추는 주변인에게 추천을 의뢰하는 것이다. 신문이나 잡지 등에 부동산 중개인 광고가 넘쳐 나지만 주변으로부터 소개를 받는 방법이 그나마 믿을 만하다.

앞서 이민 온 친척이나 친구, 또는 교회 등에서 주택 구입 경험이 있는 여러 지인에게 중개인 추천을 의뢰한다. 의뢰를 하면서 지인들에게 추천 중개인과의 주택 매매 경험 등을 함께 알아보는 것도 중개인 선정 때 참고로 활용된다.

초기 이민자들에게는 쉽지 않겠지만 부동산 관련업체에 추천을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택 매매 절차나 등기 이전 등을 대행하는 에스크로나 타이틀 보험업체가 있는데 이 업체들에 추천을 부탁하면 객관적인 입장에서의 추천을 받을 수 있다.

또 이웃에 매물로 나온 집이 있다면 중개인의 활동 움직임과 매매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해당 에이전트를 후보 명단에 포함시켜도 괜찮다.


■ 3명 정도로 압축

주변에서 여러 명의 중개인을 소개받은 후에는 적어도 3명 정도로 압축해 본격적인 검증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중개인 압축과정은 우선 소개 받은 중개인들의 기본적인 자격사항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자격증 미소지 중개인, 자격증 취소 중개인 등에 의한 부동산 중개활동이 의외로 버젓이 펼쳐지고 있다.

사기나 불법거래에 휘말렸을 때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유효한 자격증을 소지한 중개인을 선정해야 한다.

가주를 비롯, 대부분의 주는 부동산 업무를 관할하는 기관을 두고 있다. 해당기관의 웹사이트에서는 부동산 중개인의 자격증 유효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가주의 경우 부동산국 웹사이트(www.bre.ca.gov)에서 에이전트의 자격증 번호와 이름 등 간단한 인적 사항만 입력하면 해당 에이전트의 자격증 유효 여부와 불만 접수 기록, 처벌 기록 등을 쉽게 조회할 수 있다.


■ 직접 인터뷰 실시

소개받은 중개인을 2~3명으로 압축했다면 직접 만나서 인터뷰 해 볼 차례다. 인터뷰 장소로는 중개인 소속 사무실도 좋고 만약 집을 팔 계획이라면 자신의 집에서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매물로 내놓을 집에 대한 중개인들의 판매전략과 홍보계획 등을 직접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실시하기 전 중개인의 자질을 파악할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을 미리 준비해 가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중개경력, 최근 1년간 성사시킨 거래 건수, 성사된 주택 거래의 가격대, 평균 매매기간 등을 질문 사항에 포함한다.

인터뷰 때 유심히 살펴야 할 점은 각 중개인의 경험이다. 경험이 풍부한 중개인 중에서도 본인에게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중개인을 추려내야 한다. 중개인 경력이 아무리 화려해도 구입 희망 지역에서 중개 경험이 없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개인의 전문 지역, 사무실 위치, 거주 지역, 해당 지역의 주택 시세에 대한 정보 등을 인터뷰 중 질문해 중개인이 본인과 적합한지를 파악한다.


■ ‘통하는’ 중개인

중개인의 경력이 아무리 화려하고 마케팅 전략이 그럴싸하더라도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절대 일을 맡겨서는 안 된다.

집을 사고파는 일은 어디까지나 ‘비즈니스’니까 좋은 가격에 집을 사고팔아주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만 중개인을 찾지 않도록 한다. 가족 한 명을 더 받아들인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중개인을 선정하는 작업이 수월해진다.

매매가 성사될 때까지 수개월 간 자주 얼굴을 맞대야 하는데 소통이 잘 안 된다고 하면 매번 만나는 일이 여간 곤욕이 아닐 수 없다. 가족처럼 대할 수 있는 중개인을 만나야 중개인 역시 가족의 집을 사고파는 것처럼 일을 수행할 것이다.


■ 귀 기울이는 중개인

거래 성사에만 주력하는 중개인과 일하면 고객의 의견이 무시되기 쉽다. 고객의 의견이나 느낌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중개인을 선정해야 이민 첫발이 행복해진다.

매물을 검색하기 전에 먼저 바이어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취미생활 등에 대해 물어보는 중개인이 적합한 매물을 찾을 확률도 높다.

중개인이 아무리 우수한 조건의 매물을 소개해도 바이어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셀러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저 눈에 보이는 집의 상태나 조건을 파악하려는 중개인보다 대화를 통해 셀러가 이 집에 얼마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려는 중개인이 매매 기간을 단축시킬 확률이 높다.


■ 고객과의 연락 수단

고객과의 연락 수단도 중개인 선정 때 반드시 고려돼야 할 사항이다. 주택시장 활황 때 때로는 분초를 다투며 바이어들이 경쟁하는 일이 많다. 중개인과 고객 간의 연락이 원활치 못하면 좋은 조건의 매물을 놓치기 쉽다.

주택 거래를 시작한 뒤에도 서로 연락해야 할 일이 잦기 때문에 중개인이 주로 사용하는 연락 수단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개인이 지역 내 경험이 풍부하고 유능하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신세대여서 주로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로 고객과 연락한다면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못한 세대는 중개인과의 연락이 부담스러워 지기 쉽다.

중개인이 고객의 연락에 얼마나 신속히 응답하는 가를 파악하는 것도 중개인 선정 때 매우 중요하다. 인터뷰 약속을 잡을 때 각 에이전트의 연락 수단과 답변 태도 등을 파악해 볼 수 있다.


■ 중개인 전문 분야

최근 부동산도 분야별로 특화해 활동하는 중개인이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분야별 특화 중개인은 전문 자격증을 소지하고 자신의 분야를 집중 공략하고 있는데 이들이 소지한 자격증을 확인하면 본인에게 적합한 중개인 여부를 구분하는데 도움이 된다.

분야별 자격증으로는 주택 전문 중개인 자격증인 ‘CRS’(Certified Residential Specialist), 바이어만 전문 중개인 자격증인 ‘ABR’(Accredited Buyer’s Representative), 시니어 주택만 전문으로 중개하는 중개 자격증 ‘SRES’(Seniors Real Estate Specialist) 등이 있는데 대부분 일정한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받을 수 있는 자격증들이다.


■ 보유 리스팅 파악

중개인이 현재 보유 중인 매물 리스팅을 점검하면 중개인의 전문 분야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중개인에게 직접 요청해도 되고 직접 온라인 매물 검색 사이트를 방문해 해당 중개인의 리스팅을 점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리얼터 닷컴, 질로우 닷컴, 트룰리아 닷컴 등의 온라인 매물 검색사이트가 거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 매물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매물 검색은 물론 중개인의 자질 확인시에도 유용하다.


■ 인터넷 활용 정도

부동산 시장에서도 인터넷이 대세다. 전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 바이어의 약 87%가 주택 매물 관련 웹사이트에서 관련 정보를 얻었고 이들 중 4분의 1이 이들 웹사이트를 통해 주택을 구입했다고 한다. 리스팅 에이전트를 인터뷰하게 되면 인터넷 마케팅 전략을 반드시 물어본다.

에이전트가 어떤 웹사이트를 사용하고 얼마나 자주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인터넷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통해 해당 에이전트가 얼마나 활발히 활동하는 지를 들어볼 수 있고 일을 맡겼던 고객들이 에이전트에 대해 적은 평판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 지역 전문 에이전트

한 지역을 전문으로 활동하는 에이전트를 선택하면 유리하다. 이왕이면 지역에서 장기간 거주한 에이전트를 고르면 더욱 좋다. 해당 지역의 학군, 개발 계획, 주택 가격 변동 상황 등을 타지역 에이전트보다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셀러의 입장에서도 지역 전문 에이전트에게 매매를 맡기면 바이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지역 전문 에이전트는 대기 바이어들의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가 해당 지역에 리스팅을 확보하게되면 대기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매물을 홍보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거래를 마칠 확률이 높다.


[주택 에이전트 성공 사례]

- 중개인‘깐깐한 업무처리’선택 이유


벌써 미국 이민 17년째를 앞두고 있는 정모씨(37·세리토스)는 10여년 전 생애 처음으로 구입한 주택 덕분에 안정적으로 이민 생활에 정착할 수 있었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1997년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 땅을 밟은 정씨는 졸업 후 이민을 결정하고 오렌지카운티 소재 한인 기업에 취직했다.

취직 후 얼마 되지 않아 유학 시절 만난 현재 부인과 결혼하게 되면서 주택 구입이 이민생활을 안정시키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에 부동산 중개인 물색 작업에 착수 했다.

주로 한인 커뮤니티를 상대로 하는 광고 영업직에 근무했던 정씨는 남들보다 한인 부동산 중개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또 업무상 부동산 중개인들을 직접 접해야 하는 일이 잦다 보니 소위 잘 나간다는 부동산 중개인들을 개인적으로 평가해볼 기회도 많았다.

그러나 그런 점이 오히려 부동산 중개인을 선정하는데 방해가 됐다. 정씨의 후보군에 오른 중개인들의 경력이 비슷비슷한데다 고객과 영업사원의 관계로 만나다 보니 사적인 주택 구입 계획을 쉽게 털어 놓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정씨가 생애 첫 주택 구입을 돕게 된 중개인을 선정한 이유는 바로 중개인의 ‘깐깐함’때문이다.

후보군 중에 한 명이었던 중개인을 업무 차 만나면서 눈 여겨 봤던 정씨는 중개인이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깐깐하다 싶을 정도로 수정을 요구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정씨는 중개인의 깐깐한 업무처리 성향이 내 집을 구입할 때 오히려 도움이 되겠다 싶어 중개인에게 주택 구입 계획을 설명하고 일을 맡기기로 했다.

이후 정씨의 주택 구입은 큰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 편이다. 직장에서 약 30분 거리인 요바린다나 브레아에 집을 사기로 하고 일주일에 3~4채씩 약 한 달간 20여채의 집을 부지런히 보러다녔다.

정씨가 주택을 구입한 해는 2003년도로 당시 주택 시장이 막 불붙기 시작한 시기였다. 주택 시장에서 매물은 줄어드는 대신 집을 사려는 바이어가 물밀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주로 두 지역에서 집을 보러 다녔지만 특별히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고, 그나마 써본 오퍼는 경쟁오퍼에 밀려 잘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중개인으로부터 인근 애나하임힐스에 리스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리나케 보러간 뒤 오퍼를 써 냈고 결국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었다.

정씨는 이왕 집을 사기로 결정했으니 빨리 사야겠다는 마음에 중개인을 조금 다그친 면이 있었다고 이제야 고백한다. 고객이 꽤 많은 편으로 알고 있는 중개인인데도 매주 3~4채의 집을 찾아서 꼬박 꼬박 보여주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중개인은 주택 구입이 완료될 때까지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은 것을 정씨는 지금도 고맙게 여기고 있다.

정씨는 “결혼 직후 처음 구입한 집에서 둘째 아이까지 출산하며 행복하게 살았다”며 “약 5년간 살았는데 거주하는 동안 집값도 꽤 올라 미국 이민생활 정착자금으로 효자 노릇을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중개인과의 인연이 중개인과 바이어의 관계가 아닌 고객과 영업 사원의 관계로 맺어졌던 것이 도움이었다”며 “중개인으로서의 가식이 없는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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