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점보 융자’ 대출자에게 선별적 발급

2015-01-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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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급대상, 크레딧 점수 740점 넘고

▶ 다운페이먼트 비율 약 35% 이상

[이자 온리 론]

‘이자 온리 론’(interest only loan)이 다시 돌아왔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모기지 론이다. 예전과 다른 점은 보다 엄격해진 기준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그래도 모기지 이자 비용이 부담인 주택 구입자들의 관심을 다시 끌고 있다. 이자 온리 론은 모기지 대출이 발급된 후 일정기간 원금을 갚을 필요가 없고 이자 금액만 납부하는 모기지 론이다. 이자만 납부하기 때문에 매달 납부하는 페이먼트 금액이 다른 모기지 프로그램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이 장점이지만 이것저것 따져봐야 봐야 할 사항이 많다.


■ 주로 ‘점보융자’에만 선별적 발급


서브프라임 이전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주택 구입 수요가 급증하자 대출 은행들은 이자 온리 론을 앞 다퉈 무분별하게 발급한 바 있다. 결국 이자만 내는 기간이 끝나 이자율이 상승하면 월 페이먼트 금액이 큰 폭으로 올랐고 페이먼트를 감당하지 못해 보유 주택을 숏세일이나 차압 등의 형태로 급매한 소유주가 급증했다.

최근 다시 돌아온 이자 온리 론은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와는 다르다. 당시 모기지 대출금액과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발급되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모기지 대출금액이 높은 이른바 ‘점보 융자’ 대출자에게만 선별적으로 발급되고 있다.

모기지 대출금액이 높다는 것은 주로 고가 주택 구입 때 해당하는 경우로 최근의 이자 온리 론은 대부분 부유층의 고가 주택 구입 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가 주택 구입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줘 고가 주택시장 활성화에 다소 위험부담이 높은 이자 온리 론이 다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점보 융자를 구분하는 모기지 대출금액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약 41만7,000달러이고 주택가격이 비교적 높은 지역의 경우 약 62만5,000달러이다.

모기지 대출금액이 이 한도액을 초과하면 점보융자로 분류되고 초기에 이자 금액만 납부해도 좋은 이자 온리 론을 신청할 수 있다.


■ 은행, ‘연체 위험 낮다’ 판단


대출 은행들이 고가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때 이자 온리 론을 발급하는 이유는 저가 주택에 비해 위험부담이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자 온리 론에는 30년 고정금리보다는 주로 변동금리가 적용되는데 일반적으로 다운페이먼트 규모가 높기 때문에 모기지 연체 위험이 낮다.

모기지 시장 조사기관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의 가이 세살라 대표는 “대부분의 렌더가 이자 온리 론을 발급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며 “크레딧이 매우 우량한 대출자들 위주로 발급하고 대부분 다운페이먼트 금액이 높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 우량 대출자 위주로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자 온리 론 발급대상은 이른바 대출조건이 우수한 ‘프라임’ 대출자에 한한다. 크레딧 점수는 740점을 넘겨야 하고 다운페이먼트 비율도 약 35% 이상으로 매우 높은 대출자들이 이자 온리 론 발급대상이다.

대출자의 소득과 부채 수준을 의미하는 ‘부채상환 비율’(DTI) 역시 약 43%를 넘지 않도록 엄격히 제한된다. 이자 온리 론의 융자 한도액은 일반적으로 약 200만달러까지이다.

그러나 일부 최우량 대출조건을 갖춘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융자 한도액은 약 1,000만달러까지 조정되기도 한다.


■ 소득기준 상향 조정

이자 온리 론 발급 때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과 한 가지 더 달라진 점은 대출자의 소득기준이 훨씬 더 상향 조정됐다는 것이다.

예전의 경우 이자 온리 론 발급 때 대출자가 이자금액을 납부할 수 있는 소득수준을 갖추고 있으면 대출이 승인됐다.

이제는 이자 온리 론이라고 하더라도 이자와 원금을 합친 금액에 대출자의 소득기준 심사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100만달러를 약 3%의 7년 변동 이자율로 대출받을 경우 이자금액은 약 2,500달러지만 대출자의 부채상환 비율 적용 때 이자와 원금인 약 5,020달러가 적용된다.


■ 올해 발급 규모 더 늘 것

초기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이 매우 낮은 이자 온리 론은 앞으로 발급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기지 이자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었지만 올해부터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모기지 페이먼트를 낮춰 주택 구입 부담을 낮추려는 구입자들의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세살라 대표는 “고정금리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되고 페이먼트가 낮기 때문에 이자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이자 온리 론의 발급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재테크’용도로 활용

페이먼트를 낮추려는 목적과 함께 현금흐름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이자 온리 론은 활용된다. 융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자 온리 론을 대출받는 대출자들은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상환할 수 있는 자산을 갖추고 있지만 자금관리의 목적으로 이자 온리 론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주택비용을 낮추고 대신 기타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재테크용으로도 이자 온리 론이 사용될 전망이다.

대출은행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고객들의 현금흐름 극대화를 조언하려는 재정설계 업체로부터 이자 온리 론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소득 수준에 변동이 예상되는 주택 구입자도 이자 온리 론을 통한 주택 구입에 나서면 좋다.

현재 소득이 낮은 반면 향후 소득 증가 또는 보너스 등이 확실시되면 일단 이자 온리 론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뒤 이후 목돈으로 원금을 갚아나가는 전략이다.

향후 기타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출자 역시 이자 온리 론을 통한 주택 구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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