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이판, 남국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나날

2015-0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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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판 <상>

사이판과 비슷한 위도에는 필리핀 마닐라, 베트남 다낭, 태국 방콕이 있다. 한국인이 겨울철 한파를 피해 여행을 떠날 때 많이 택하는 동남아시아의 도시들이다.

위도가 비스름하다면 기후나 자연도 흡사할 가능성이 크다. 여행지로서 보자면 서로가 경쟁상대일 수밖에 없다.


일국의 수도인 방콕이나 마닐라에 비하면 사이판은 덜 문명적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빌딩이 많지 않고, 세련되고 화려한 놀이시설도 없다. 115㎢ 넓이의 섬에 5만명이 살아가는 평화로운 섬일 따름이다.

하지만 사이판이 동남아시아의 여행지에 비해 우위를 갖는 부문이 있다. 우선 안전이다. 미국령인 사이판은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 시위나 폭동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소득수준도 높다.

또 비행시간이 길지 않다는 사실도 강점이다. 마닐라나 세부를 제외하면 거개의 동남아 도시는 사이판에 갈 때보다 오래 항공기를 타야 도착한다.

사이판의 장점을 종합해 보면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적합한 여행지라는 결론에 이른다. 실제로 사이판을 찾는 한국인 중에는 가족단위가 많다. 마리아나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국인 입국자 가운데 배우자, 아이를 동반한 사람의 비율은 53%, 45%였다.

# 낮에는 해변, 밤에는 가라판

사이판은 산호초가 바다 위로 솟아오르면서 만들어진 섬이다. 중앙부에 해발 473m의 타포차우 산이 버티고 있고 서쪽 해안에는 초호(Lagoon)가 넓게 발달돼 있다.


초호는 산호초로 인해 섬 둘레에 바닷물이 얕게 괸 곳을 뜻한다. 녹색이 감도는 연한 푸른빛을 띤 바다가 바로 초호다. 무인도인 마나가하 섬은 초호의 한가운데에 있다. 에메랄드빛의 투명한 바닷물,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 때문에 최고의 물놀이 장소로 꼽힌다.

선베드와 파라솔을 빌릴 수 있고, 스노클링, 패러세일링, 바나나 보트, 스쿠버다이빙 같은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도 좋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만 체류가 가능하며, 식당에서는 부페식 점심식사를 제공한다.

마나가하 섬에서 2.5㎞ 거리에 있는 마이크로 해변은 사이판의 해변중 가장 유명하다. 사이판 최대 번화가인 가라판에 위치해 언제나 사람이 많다. 특히 낙조가 아름다워서 해가 저물 즈음이면 산책을 하는 연인이 적지 않다.

마이크로 해변에서 비치 로드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 탱크 해변과 킬릴리 해변이 있다. 탱크 해변에는 명칭처럼 일본군이 썼던 탱크가 물에 잠겨 있고, 킬릴리 해변은 주민들이 야간에 바비큐 파티를 벌이기 위해향하는 곳이다.

사이판 동쪽과 남쪽 해안에는 보다 고요한 해변들이 자리한다. 대표적인 장소가 비포장도로를 지나야 다다르는 제프리스 해변이다. 찾는이가 드문데다 특이하고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여기저기 있어서 묘한기분이 든다.

남쪽의 오브잔(Obyan) 해변에서는 별 모양으로 깎인 산호를 발견할 수있다.

햇볕이 뜨거운 낮에 해변에서 해수욕과 휴식을 했다면, 어스름이 깔린 뒤에는 가라판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아메리칸 메모리얼 공원에서 면세점인 T 갤러리아 사이의 약 1㎞ 길이의 대로에 여행자의 밤을 책임질 시설이 집중돼 있다.

샤핑은 T 갤러리아를 중심으로 도보로 5분 거리 안에서 할 수 있다.

티셔츠, 열쇠고리, 비누 같은 각종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아이 러브사이판’, 사이판에서 생산된 수공예품을 파는 ‘메이드 인 사이판’이 T갤러리아와 붙어 있다.

레스토랑의 종류도 다양하다. 미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을 비롯해 한식당과 일식당 등이 포진해 있다. 노점에서는 주로 원주민인 차모로족의 음식을 내놓는다. 코코넛 가루, 설탕에 코코넛 우유를 부어 반죽한 뒤 바나나잎에 싸서 구운 아피기기가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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