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키노시타 감독의 2차 대전 전후 명작 5편세트 출시

2015-0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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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대전의 혼란 속에서 감독을 시작해 전후 일본의 명장 중 하나로 많은 명화를 남긴 케이수케 키노시타(1912~1998·사진)의 초기작품 5편을 묶은 박스세트 ‘키노시타 그리고 제2차 대전’(Kinoshita and World War II)가 크라이티리언(Criterion)에 의해 출시됐다. 고려장 얘기인 ‘나라야마의 발라드’(The Ballad of the Narayama·1958)와 섬마을 여선생과 어린 제자들의 관계를 그린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또한 감상적인 ‘24개의 눈’(Twenty-four Eyes·1954)으로 유명한 키노시타는 50년간의 연출 생애를 통해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내적 인간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 관한 서정적이요 감상적인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다 그는 제2차 대전 중에 감독활동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많은 영화들이 애국 선전용이었고 또 당국의 검열이 엄격한 혼란한 시기였다. 세트의 5편 중 4편은 전쟁 중의 것이고 나머지 1편은 일본의 항복 직후에 만든 것으로 키노시타의 인간성과 함께 탁월한 장인의 기술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다.


* ‘꽃들의 항구’(Port of Flowers·1943)-두 날건달 사기꾼들이 일본 남부의 작고 평화로운 항구마을에 도착해 자기들을 마을의 폐쇄된 조선소의 상속자들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이들은 조선소를 재건하겠다면서 마을사람들로부터 돈을 거둔다. 둘은 처음에는 이 돈을 들고 튈 생각이었으나 둘 중 하나가 마을 처녀를 사랑하게 되고 또 전쟁이 터지면서 개과천선한다. 키노시타의 데뷔작으로 그의 인간의 착한 마음에 대한 믿음과 함께 로맨스와 코미디 그리고 아름다운 현지촬영이 잘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 ‘살아 있는 마고로쿠’(The Living Magoroku·1943)-시골의 유지가 점쟁이로부터 가족 소유의 휴경지를 일궈 군을 위한 곡물을 재배하지 않으면 폐병을 앓는 아들이 죽는다는 말에 마지못해 농토를 개간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은 폐병이 아니라 신경쇠약증에 시달리고 있다. 전쟁을 위한 식량생산 고취용 영화이나 속으로는 미신 타파와 젊은이들의 로맨스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서브플롯으로 가보로 여기는 사무라이 검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있다.



* ‘기쁨의 거리’(Jubilation Street· 1944)-2차 대전이 치열해지면서 정부가 도쿄시민들에게 대지 수용령을 내리고 시골로 이사 가도록 종용한다. 이런 처지를 맞은 도쿄 한 거리의 주민들의 공포와 욕망을 그린 영화로 특히 집을 떠난 가장이 귀가하기 전에 집을 떠나기를 주저하는 한 가족과 같은 거리에 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렸다.


* ‘군대’(Army·1944)-봉건시대부터 태평양 전쟁 때에 이르기까지 3대를 걸쳐 군인가족으로서 전통을 지켜온 한 가족의 제2세대 가장은 몸이 쇠약하고 군에 대한 이견으로 군인으로서도 또 상인으로서도 실패한 인물이 된다. 그런데 이 사람의 아들도 약골이어서 아버지는 그가 자신처럼 가문의 수치가 될 것을 염려한다. 그러나 아들은 뜻밖에도 건강하게 자라는데 전선에 나가는 아들의 행렬을 눈물을 흘리면서 따라가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영화가 나오면서 반전영화라는 비판을 받았다.


* ‘오소네 가족의 아침’(Morning for the Osone Family·1946)-세 아들과 독립심이 강한 딸을 둔 미망인은 전쟁의 와중에서 군국주의자인 형부에 의존해 산다. 장남이 평화주의자로 투옥되자 형부는 질녀의 약혼마저 파기시킨다. 그리고 두 아들은 징집돼 전사한다. 전쟁이 끝날 무렵 미망인은 형부의 가족에 대한 조언이 모두 자기 허세였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집에서 내쫓고 석방된 아들을 맞으면서 진보적인 새 가정의 동이 튼다. 전쟁의 책임과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 그리고 여권 신장을 촉구한 작품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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