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니 벌써

2015-01-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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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셸 원 / BEE 부동산부사장

요즘 주위에서 가장 많이듣는 말 중 하나가 세월이 정말 빠르다는 얘기다. 그래서 세월이 20대 때는 시간당 20마일씩 가고 40대 때는 40마일로 간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한 해를 분으로 계산하면 52만5,600분이나 된다는 데 어느 새 일 년이 바람처럼 지나가서 지금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한해의 끝에 서 있다.

올해 가장 화제가 됐던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황폐한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진 사람들이 옮겨갈 수 있는 새로운 별을 찾아 나선주인공 ‘쿠퍼’가 지구에서 가까운 행성 ‘밀러’에 도착해 보낸 1시간은 지구의 7년과 같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초등학생 딸을 두고 행성을 찾아 떠났던 젊은 아빠가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지구로 돌아와 보니 딸은 이미 노쇠해 병상에서 죽음을 맞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혹시 같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그런 현상이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1년이 활을 떠난 살같이 미처 돌아볼 새도 없이 지나가 버렸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여러가지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 길고 힘든 한 해였거나, 아니면 분주했지만 보람찬 일 년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이렇게 사람마다 다른 시간의 속도는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어떤 때는 길고힘들었던 며칠이 몇 달은 되는 것처럼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며칠이 눈 깜짝하는 순간같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려 아쉬울 정도로 행복한 날들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즐거운 한때는 빠르게 지나가지만, 고되고 힘들 때는 시간이 더디게 흘러 지루하기만 할때도 있다.

또 하루를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하루가 길거나 짧아지기도 한다.

인간이 느끼는 시간은 새로운 일 일수록, 긴장도가 높을수록 더 길게 느껴진다고 한다. 물론 우리의 착각으로 생기는 심리적 왜곡 때문이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허무하게 소진해 버리거나 아니면 보람되게 쓰기도 한다. 주어진 시간을 행복하게 쓸려면 우선 시간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소중한 시간이 있는 데, 그 시간이 내게는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마시는 몇 분이 하루 중 가장 기분 좋은 시간이다. 출근 준비하랴그 날 하루 동안 할 일들을 머리속에서 나름 정리하랴 분주한 중에도 빵 한쪽과 함께 마시는, 남편이 따라준 커피 한 잔이 사랑받는(?) 아내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행복하기 때문이다. 아마 어떤 이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는 성경 말씀이나 기도를 하는 시간이 가장 소중할 수도 있고, 열심히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가장 짜릿한 순간일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단 1초도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는 데, 1초가 60번이 모인 1분이 52만5,600번이 모여 귀한 1년이 된다.

“지상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돼 있다. 마지막 날이 언제인지 알 길이 없음을 진정으로 깨닫고 이해한 뒤에야 오늘 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열심히 살게 된다.”라는 명언을 한 엘리자베스 로스는 그가 쓴 책 ‘인생 수업’에서 “생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라”고 했다. 불경기로 비지니스가 잘 안돼 인건비조차 안 나와 고생스럽기만 해도, 불안하기만 한 고용시장 때문에 취직이 안 되어도, 바빠서 정신없는 작은 일상들이 모두 채워지는 매 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일상속에 묻혀 지나가는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에 더 관심을 가지며 감사하는 한 해를 살려고 한다.

그리고 특별히 올해 계획했던 일들을 다 이루지 못한것에 대해 연연할 것도 없다.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것 뿐이다. 우리에게는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내년이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213)505-5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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