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똑똑해지는 로봇, 지식기반·서비스 업종도 위협

2014-12-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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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 측정과 진정제 처방에서 보험선택 생활설계까지

▶ “자동화 인한 일자리 감소가 향후 10년간 최대 도전”

똑똑해지는 로봇, 지식기반·서비스 업종도 위협

시애틀의 버지니아 메이슨 병원의 의료팀이 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하는 로봇시스템을 이용하여 결장경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똑똑해지는 로봇, 지식기반·서비스 업종도 위협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얼로프트 호텔에서 로봇이 개실에 새 타올을 배달하고 있다.

최근 시애틀의 한 병원에선 기계가 진정제를 투여하며 환자 치료를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의 한 호텔에선 사환 로봇이 객실로 물건을 배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봄 LA타임스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작성한 지진 속보 기사를 내보냈다.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해 고용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은 산업혁명 때 방직 기계에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의 러다이트(기계 파손)운동 만큼이나 오래된 것이지만 요즘의 추세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계가 인간의 마음까지 모방하게 된 최근의 획기적 기술 발전으로 이제 기계는 공장의 생산직과 사무직에 더해 지식기반 및 서비스 업무까지 해낼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 혁명이 삶의 모든 측면에 스며들게 된 지난 15년간 고용시장은 장기적 침체에 빠져들었다. 최근의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노동연령기 성인 가운데 현재 취업률은 199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상태다.

경제학자들은 마차 제조사가 자동차 공장에 밀려났을 때처럼 기술발전이 그로 인해 없어진 만큼의 새 업종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상당수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 재무장관 로런스 서머스는 최근 자신은 자동화가 언제나 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가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앞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MIT의 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도 “이것(기술 발달로 인한 일자리 감소)이 향후 10년간 우리 사회가 직면할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브린욜프슨과 다른 전문가들은 사회가 기술발달을 보다 긍정적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 도전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일부 폐기되는 직종도 있겠지만 새로운 기술은 인간의 노동 효율성을 극대화 하여 보다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워드프로세서가 사무실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로봇 수술이 외과 의사를 돕는 것처럼.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웹브라우저 창설자인 마크 앤드리슨은 “이것이 지난 200년간 세계 경제발달의 스토리였다”면서 “대부분의 우리가 100년 전엔 존재하지도 않았던 직업을 갖고 있듯이 100년 후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패턴이 어떻게 전개될 지에 관해선 불확실하다. 인공지능은 단기간에 상당히 발달되었다. 기계는 프로그램된 지시를 따르는 것만이 아니라 학습할 수도 있고 인간의 언어와 움직임에 반응할 수도 있다.

게다가 현 미국 노동력의 기술 숙련 속도는 과거나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느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55~64세 미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숙련도가 높은 그룹에 속한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선진국 평균과 비슷하거나 낮은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근로자들이 기술발달에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최근 뉴욕타임스/CBS뉴스/카이저 가족재단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하지 않고있는 25~54세 응답자의 37%가 일자리를 원하지만 못하고 있는 원인의 하나로 테크놀로지를 꼽았다. 46%는 “취업 가능한 일자리에 필요한 기술과 교육의 기회가 부족하다”라고 답했다.


무인 자동차가 그런 예 중의 하나다. 자동운전시스템에 따른 무인 자동차 시대가 도래하면 트럭과 택시 기사가 실직할 수 있다. 그러나 기사들이 운전에 쓰던 시간을 더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일을 하게 해 돈을 더 벌게 할 수도 있다. 이런 만족한 결과가 나오려면 기사들이 새 근무 형태에 따른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자동화의 도전은 화이트칼라 직종에서도 거세다. 미국 노동통계청은 향후 10년간 감소할 직종으로 광고 판매원과 조종사를 꼽았다. 비행기 자동 조종기술은 갈수록 발달하고, 구글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척척 검색 광고를 판매하고 배치해 온라인 광고를 가장 많이 팔기 때문이다.

기계가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상식, 적응력, 창의력 같은 인간의 능력도 있다. 로봇에 의한 자동 마취시술에 의사가 입회해야 하는 등 때로는 자동화에도 인간의 개입이 필수적일 경우가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직종은 여기저기에 있다. 최근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텔레마케터가 가장 취약한 대체 위험 직종군에 속했다. 대체 위험도가 가장 낮다는 레크리에이션 치료사도 안심할 수 없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가 사람의 동작을 인식해 운동이나 물리 치료 시 동작 교정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 덕분에 아이들의 표정에 나타난 고통 정도를 추정하고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을 찾아낼 수도 있다. 태국에서는 로봇이 태국 고유의 음식 맛을 내기 위해 생선소스를 얼마나 더 넣어야 할지도 결정해 준다.

지난 2011년 유명한 ‘제퍼디’ 퀴즈쇼에서 사람들을 상대로 이긴 IBM의 로봇 ‘왓슨’은 금년부터 재향군인들에게 어디서 살고, 무슨 보험을 사야 할지 등 복잡한 생활설계 자문을 시작했다. 과학자와 변호사들을 위해 서류를 추려주고 요리사를 위해 새 레시피를 만들어주기도 하는 왓슨에게 IBM은 앞으로는 감정 지능까지 가르칠 예정이다.

이러한 로봇의 발달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불행을 야기 시킬 것이라는 비관론으로 갈리고 있다. 그러나 양쪽이 동의하는 한가지도 있다. 바로 광범위한 미래의 ‘불확실성’이다. 새로운 디지털 혁명이 어떤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초래할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MIT 경제학자 브린욜프슨은 “우리는 부(wealth)는 늘어나고 일할 필요는 줄어드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방향조정 없이 방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의 본질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노동력의 재교육과 취업준비를 돕는 공공업무의 확대 등 새로운 시대에 적응을 위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기술변화를 멈추게 하려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그러나 시장의 원리가 해결해 줄 것이라며 그냥 두는 것 역시 해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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