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엌 예뻐서…” 덜컥 구입, 곧 후회한다

2014-09-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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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주택구입 때 하기쉬운 실수들

▶ 집에 큰 하자 없나·동네 분위기 등 살펴야, 거래취소 가능한 ‘컨틴전시’ 조항은 꼭 삽입

“부엌 예뻐서…” 덜컥 구입, 곧 후회한다

처음 집을 구입하는 경우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 집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은 물론, 주변 환경 등에 대해서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실제 거래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주택가격이 점차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주택시장의 발목을 잡았던 게 가격인 만큼, 조만간 오름세가 멈췄다고 판단될 경우 매물을 움켜쥐고 있던 셀러들이 물건을 풀기 시작하면서 바이어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내 집 마련 꿈을 키워 온 첫 주택구입자들도 난생 처음 부동산 시장을 접하며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집을 구입할 때 하나의 실수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집이란 워낙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작은 실수 하나가 나중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주택 구입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들을 소개한다.


■과다지출

누가 뭐래도 집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에 맞는 집을 사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매물로 나온 집들을 보다 보면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은데, 뭔가 달라 보이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가격차가 30년으로 나눠보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간혹 “외식 줄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지금까지 렌트를 살 때는 렌트비 외에 다른 부담은 거의 없었다. 집안에 문제가 있으면 건물주가 해결해 주고, 웬만한 곳은 물값이나 전기료 등이 렌트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집주인의 입장이 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은행에서 받은 융자금을 매달 정확히 갚아 나가야 하고, 여기에 화재보험과 재산세, 홈어소시에이션 비용 등 추가로 들어가는 것들이 있다. 게다가 집에 문제가 생기면 자비로 모두 해결해야 한다. 물, 개스, 전기료 등은 대부분 주인 몫이다.

때문에 집을 고르기 전 자신의 재정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즉 한 달에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 수준을 넘어서는 집을 구입하는 순간 내 집 마련 꿈은 악몽으로 바뀔 수 있다.

집을 구입하기 위해 부동산 에이전트를 만날 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게 좋다. 그래야 에이전트도 그에 맞는 집을 골라 줄 수 있다.



■데코레이션에 매료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첫 주택구입자를 손님으로 맞이했을 때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가 이것저것 집이 갖춰야 할 것들을 나열하는 것이다. 거꾸로 집안의 구조 또는 디자인만 보고 거기에 혹해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무래도 경험이 없다 보니 이런 바이어들은 상당히 도식적인 면이 있다. 예를 들면 “집 사이즈는 어느 정도이고, 방과 화장실은 몇 개, 내부는 모던한 디자인으로…”라는 식이다.

물론 이런 것들도 집을 구입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일 수 있겠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런 과정에서 정말 괜찮은 집들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나무를 보기보다는 우선 숲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사소한 문제들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좋은 가격에 마음에 드는 집이라면 쉽게 고칠 수 있는 것들은 체크만 해두고, 큰 문제들은 없는지를 살피는데 주력해야 한다.

집안의 거실이 시원하다고, 부엌이 예쁘게 디자인 됐다고 해서 덜컥 계약을 맺는다면 수습이 어려워진다.

매물로 나온 집들은 주인 또는 셀러 에이전트에 의해 최소한의 데코레이션으로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돼 있다. 당연히 더 넓어 보이고 깨끗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러나 자신이 실제 그 공간에 거주한다고 생각해 보자. 가구에 이것저것 잡동사니가 넘칠 수 있다.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오는 것이다.


■좁아진 시야

첫 주택 구입자들은 아무래도 모든 시선이 집에만 집중하기 쉽다.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많은 첫 주택 구입자들이 이같은 실수로 나중에 큰 후회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음에 드는 집이 나타났다면 건물 안팎을 세심하게 살펴본 뒤 한 두 블락 정도 걸어보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만약 이런 것들이 귀찮다면 집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동네가 어떤지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차선책이 될 수 있다.

관심 가는 집의 가격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위치는 어떤지, 어떤 이웃들이 살고 있으며, 거주 및 교육 환경은 괜찮은지 등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또 집이 있는 곳이 겨울에 상시 침수지역은 아닌 지 등에 대해서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집이 아무리 예쁘고 조경 등이 잘 돼 있다고 해도 가치는 주변 환경을 따라 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스펙터 구하기

마음에 드는 집이 나타나 인스펙션을 실시하게 될 경우 많은 첫 주택구입자들이 이 부분에 소홀하곤 한다.

집 인스펙션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 문제들을 찾아내는 것이 이들의 직업인 만큼, 책임감이 있는 인스펙터를 찾아내 일을 맡겨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의 추천을 받는 것이다. 여러 사람의 얘기를 들어 정말 꼼꼼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그만한 가치를 해내게 된다.


■컨틴전시 조항 생략

‘컨틴전시’(Contingency)란 주택 거래 때 계약서에 흔히 삽입되는 조건부 조항이다. 특정 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바이어에게 거래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일종의 안전망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필요한 융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을 것이다. 주택상태가 예상했던 것보다 불량할 경우에도 집을 굳이 사야 되는 이유가 없다. 또 가격을 놓고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주택구매 계약을 맺은 후 조건들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계약을 취소해야 하는데 이같은 컨틴전시 조항을 계약서에 반드시 삽입해야 안전하다. 가주의 경우 흔히 사용되는 가주 부동산중개인협회(CAR) 발행 주택구매 계약서 양식에 이미 이 세 가지 컨틴전시 내용이 삽입되어 있으나 계약서 작성 때 중개인에게 다시 한 번 확인할 것을 요청하면 좋다. 만약 이같은 컨틴전시 조항 중 어느 하나라도 실수로 빠뜨리면 계약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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