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지역 주택난 심화 ‘전국 최악’

2014-09-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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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료 치솟아 중간 소득 48% 차지, 구입할 경우 가구 소득의 43% 지출

▶ 소득 대비 뉴욕·SF보다 훨씬 높아, 교외 이주·불법 개조 성행 부작용도

전국에서 두 번째 규모 도시인 LA가 극심한 주택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택 고비용, 소득 정체현상이 되풀이되면서 서민들의 주택비용이 치솟고 있다. 현재 LA 지역의 주택관련 비용은 주택 가격이 전국에서 최고 수준인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보다도 더 높다. 주택 가격은 두 도시보다 높지 않지만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가구 소득 중 주택관련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대주택이 극심한 부족현상을 보이면서 임대료가 수년째 치솟고 있어 주로 서민들의 주택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LA 도심 지역의 주택난을 피해 일부 주민은 샌버나디노 카운티 등 교외 지역으로 이주를 택하고 일부는 도심 주택을 불법 개조해 생활공간을 넓히는 등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주택비용 전국 최고

LA 지역의 주택난이 심각하다. 해마다 치솟는 주택 가격과 소득 간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소득 중 주택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LA 지역의 주택비 부담 비율은 주택 가격이 높기로 소문난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보다도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대학 주택 연구센터에 따르면 LA 주민 중 절반이 주택관련 비용으로 쏟아 붓는 비용은 가구 소득 중 30% 이상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재산세, 유틸리티 등 주택관련 비용이 가구 소득의 30%가 넘을 경우 주택관련 비용 부담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LA 지역 주택비용 부담이 높아지면서 일부 주민은 자동차 할부금이나 차량 보험료 등까지 희생해 주택 임대료 등으로 납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웰 마이어스 USC 정책계획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인구가 전국에서 주택비용이 가장 높은 지역에 집중 거주하는 데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LA 지역 주택문제가 여러 부문에서 심각한 수준”이라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소득 절반 임대료 부담

가장 심각한 주택난을 직접 겪고 있는 층은 주택 임대자들이다. LA 지역은 전통적으로 주택 임대 수요가 높은데다 2008년 전후 대규모 주택차압 사태가 발생한 뒤부터 주택 임대 수요가 폭등했다. 반면 임대 주택 공급은 폭발적으로 증가한 임대 수요를 아직까지도 따라잡지 못해 임대료는 현재 수년째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질로우닷컴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A 지역의 평균 임대료는 가구 중간 소득의 약 48%를 차지할 정도로 높고 전국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주택 임대자들은 힘들게 번 소득의 절반을 주택 임대료로 납부해야 하는 실정으로 심각한 주택난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LA 지역의 주택난은 주택 구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LA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면 현재 시세와 모기지 이자율을 적용했을 경우 가구 소득의 약 43%를 주택관련 비용으로 지출할 것을 감수해야 한다. LA 지역 주택 구입비용은 주택 가격이 높은 샌프란시스코와 동일한 수준으로 LA 지역의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소득 수준이 낮아 주택 구입비용이 소득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LA 지역의 가구 중간 소득 수준은 연간 약 5만9,424달러로 샌프란시스코보다 약 22%, 뉴욕보다 약 13% 낮다. 2018년까지 신규 고용 인력의 연봉은 약 2만3,000달러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LA 지역의 주택난이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주택난이 심각해지면서 LA 지역의 주택 소유율은 전국 50대 메트로 지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택 불법 개조 부작용

주택 공급 부족으로 비선호 거주지의 주택 가격마저 들썩이자 다가구가 모여 살거나 이를 위해 불법 증개축이 성행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 시정부 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LA 지역보다 범죄율이 약 39% 높은 북동부 하일랜드 팍 지역에서는 지난 4월 한 주택이 리스팅 가격보다 약 12만여달러 높은 100만달러에 팔리는가 하면 인근에서는 건평 약 892평방피트 침실 2개짜리 주택 역시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약 61만달러에 팔리는 전형적인 셀러스 마켓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치솟는 주택난이 가중되면서 일부 저소득층은 레저용 차량에서 불법 거주하는가 하면 차고를 침실로 불법 개조해 친척 등과 함께 거주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LA시 건물안전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차고 불법 개조와 관련된 약 1만7,500건의 불평신고가 접수됐는데 대부분은 주택난이 심각했던 최근 수년간에 집중됐다.

주택 불법 개조는 특히 저소득층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잦았는데 불법 개조한 공간을 임대해 임대 수익을 올리려거나 친척 등과 함께 거주하기 위해 버젓이 불법 개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회 측은 현재 LA 지역에서 불법으로 개조된 주택이 최고 약 7만여채에 달할 것으로 추산중이다.


■교외 이주 가속화

LA 지역의 주택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신규 주택 공급이 앞으로도 매우 제한적일 전망이다. 그동안 각종 환경규제 등에 묶여 주택 건설업체들이 LA 지역 신규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에 따른 주택난의 원인이다. 치솟는 주택비용에 LA 지역 주민이 선택한 것은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하고라도 교외 지역을 이주하는 것이었다.

연방 센서스국에 따르면 2007년과 2001년 사이 약 4만2,000명의 인구가 LA 지역에서 동쪽으로 약 60마일 떨어진 샌버나디노 카운티로 이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에 카운티 간 발생한 인구 이동 중 가장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숫자로 앞으로도 LA 탈출 러시는 지속될 전망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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