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남 ‘40년 묶인 알짜땅’ 개발 길 열린다

2014-09-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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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삼·압구정·반포 일대 역세권… 배후수요 풍부해 개발업체 군침

현재 서울 아파트지구 내 개발잔여지는 대부분 역삼·압구정·반포 등 강남권에 몰려 있는데다 고가아파트 단지와 접한 역세권이라 서울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 받고 있다. 더 이상 아파트를 짓기에는 공간이 협소해 남겨진 땅이지만 서울 전역에 총 300개 필지, 29만2,674㎡ 규모가 남아 있다. 무려 축구장 45개를 합한 넓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구별로는 △반포지구 83개 필지, 15만8,107㎡(서초구 잠원동 49-29일대) △청담·도곡지구 108개 필지 5만234㎡(강남구 역삼동 766-25 일대) △서초지구 30개 필지 7만2,099㎡(서초구 서초동 1324-6 일대) △압구정지구 9개 필지 7,996㎡(강남구 압구정동 523 일대) 등으로 용산구 일대를 제외하면 모두 강남권 알짜부지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개발잔여지들이 대부분 역세권 인근에 자리한데다 가건물 정도만 들어서 있는 나대지나 주차장 부지인 곳이 많아 상가나 오피스 빌딩을 지을 경우 개발 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입지에 비해 투자가치가 낮아 관심에서 멀어진 지역이지만 지구단위구역으로 지정되면 기대감이 크게 살아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주변부에 고가 아파트가 대거 들어선 지역인 만큼 개발이 이뤄질 경우 아파트지구 조성 당시의 가치와는 크게 차이가 날 것이라는 반응이다.


역삼동 I공인 관계자는 “분당선 한티역 인근의 경우 현재도 3.3㎡당 땅값이 7,000만~8,000만원을 호가하는데 상업·업무용 건물 신축이 허용되면 1억원 정도는 훌쩍 넘을 것”이라며 “아파트 밀집지역이라서 학원수요가 많고 테헤란로 일대 업무지역과도 가까워 다양한 형태의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아파트를 짓고 남은 자투리땅인 만큼 개별 부지면적이 넓지 않아 단독 개발에는 한계가 분명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토지소유자 등의 합의로 필지를 묶어 개발하거나 부동산 개발업체의 제안으로 대규모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시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더 이상 강남지역에 대규모로 개발할 만한 땅이 없었는데 아파트지구 내 빈 땅들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상당한 변화”라며 “이미 지하철역 개통으로 교통이 발달돼 있고 배후수요가 풍부한 곳인 만큼 개발업체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제안과 서울시 심의를 통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절차가 필수인 만큼 당장 황금알을 낳는 로또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시가 지역 여건을 감안한 개발 길을 열어주기는 했지만 실제 건축물의 용도변경이나 층수 등을 어느 수준까지 허가해줄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발이익환수제도에 대한 논란도 커질 수 있다. 특별히 종 상향 등 용도지역 변경 없이 층고 완화만으로도 토지의 가치가 2배 가까이 뛸 수 있다. 주택이 상업·업무용으로 바뀌면 가치는 더 치솟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개발을 허용할 경우 어느 정도의 개발이익 환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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