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자세

2014-09-06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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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영 / 뉴욕지사 경제팀 기자

요즘 맨하탄 32가 한인타운에 나가면 서울 한복판에 와있는 기분이 든다. 눈에 익은 한국 프랜차이즈들이 거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듬성듬성 보이던 한국 프랜차이즈들이 어느새 한인 상권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카페와 베이커리 업체들이다. 두 집 건너 한집이 카페일 정도로 넘쳐나는 한국에서 더 이상 자리가 부족했는지 중국과 동남아에 이어 미국으로의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카페가 전무했던 32가 한 블럭에만 지난 1년간 한국 브랜드 카페 3개가 들어섰다. 2년 전 맨하탄 타임스스퀘어 근처에 처음 문을 열었던 카페베네의 현재 뉴욕시내 매장 수는 10개 이상으로 늘었고,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한국의 1, 2위 베이커리 업체도 맨하탄과 퀸즈, 뉴저지까지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인 타운의 토박이 ‘동네 빵집’들까지 위협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인테리어에서부터 품질 관리, 마케팅, 홍보 등 하나부터 열까지 거대 대기업 자본이 움직이다 보니 동네 구멍가게(?)로서는 어찌 손을 써볼 방도가 없다는 게 한인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랄까. 거대 기업들에게 상도덕을 앞세워 ‘한인 이민자들의 상권을 보호해야 하니 이 지역에는 문을 열지 말라’고 요구한다는 것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씨알도 안 먹힐 얘기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수년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류를 앞세운 한국 브랜드들의 글로벌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세계의 수도라 불리는 뉴욕과 같은 목 좋은 곳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한인 로컬 업소들도 골리앗의 횡포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취재 도중 만났던 한 30대 식당 업주는 “최근 문을 닫는 20~30년이 된 한인 식당들을 보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옛날 방식을 고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더 좋은 재료를 쓰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등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트렌드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플러싱에 있는 한 카페는 우후죽순 늘어나는 프랜차이즈 카페들 속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맨하탄에서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곳은 최고급 커피 원두만을 사용하고 계절마다 독특한 음료 메뉴를 개발하는 등 남다른 노력으로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더 가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모으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대형 프랜차이즈와 맞선 로컬 업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일지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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