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가 원하는 집’ 콕콕 알려주는 조언자

2014-08-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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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전트가 갖춰야 할 역할

▶ 생소한 주택 구입과정 설명 ‘교육자’, 지역 내 매물정보 훤히 파악 ‘연결자’, 바이어-셀러 입장 차이 조율 ‘협상가’, 서류작업 등 시행착오 줄여 ‘조력자’

주택구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비단 매물이 부족하거나 가격이 올라서 뿐만은 아니다. 세월을 거듭할수록 거래 기법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주택 구입 절차를 시작해 보면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은 예상치 않았던 지연이나 변경을 맞게 된다. 그래서 많은 일반인들이 주택 매매 때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중개를 요청하는 이유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을 구입한 바이어 중 약 88%가 부동산 중개인을 거쳐서 집을 구입했다.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비율은 2001년 약 69%에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부동산 정보검색이 대중화 됐음에도 부동산 중개인에 대한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주택 매매 때 인터넷이 대신할 수 없는 부동산 중개인만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안내자

안내자가 없으면 길을 잃기 쉽다. 특히 타지 여행 때 가이드 없다면 여행지의 매력을 만끽할 수 없다. 주택 구입도 마찬가지다. 특히 첫 주택 구입자의 경우 전혀 가보지 못한 타지 여행과 마찬가지여서 가이드 역할을 해줄 부동산 에이전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원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주택을 구입하거나 시간을 낭비하기 쉽다.


에이전트 역할 중 하나는 주택 매물 검색 전 집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과 만나 원하는 조건을 들어보는 것이다. 주택 구입을 원하는 지역, 매물 조건, 선호도, 가격대, 예산, 집을 사려는 이유 등에 대해 들어보고 바이어에게 적합한 매물을 추려내는 것이 안내자로서의 에이전트의 역할이다. 그래야 바이어의 시간낭비를 최대한 줄이고 주택 구입 절차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다.


■교육자

주택 구입 때 생소한 절차와 이해하기 힘든 단어들을 접할 때가 많다. 이런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택을 구입했다가는 나중에 뜻밖의 일로 후회하기 쉽다. 주택 구입의 전반적인 과정을 바이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줘야 하는 것도 부동산 에이전트로서의 역할 중 하나다. 바이어의 이해를 돕기는커녕 적절한 설명 없이 얼버무리려는 에이전트는 좋은 에이전트로서의 역할을 갖추고 있다 할 수 없다.

주택 구입 과정을 교육시키는 것 외에도 주택시장과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에이전트의 중요한 역할이다. 에이전트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택 시세와 모기지 이자율, 바이어가 가장 관심 있어 할 만한 주택 매매 기록, 주택시장과 관련된 각종 정부 정책 등을 꿰뚫고 수시로 바이어에게 업데이트를 제공해야 하는 교육자의 역할도 겸해야 한다.


■연결자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환영받기 힘들다. 그러나 정치인과 부동산 에이전트는 오지랖이 넓을수록 인정받는다. 특히 부동산 에이전트는 활동지역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일들을 사사 건건 알고 있어야 고객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매물이 부족한 시기에 오지랖 넓은 에이전트의 역할은 두드러진다.

시장에 나오지 않은 매물이라도 예전에 집을 팔려고 내놓은 적이 있거나 팔고 싶어 하는 집주인을 아는 에이전트는 쉽게 바이어와 연결시켜 줄 수 있다. 지역 내 에이전트들과 폭 넓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에이전트도 매물을 쉽게 사고파는 편이다. 융자 중개인, 홈 인스펙션 업체, 타이틀 보험 업체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야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추천해 줄 수 있다.



■옹호자

부동산 에이전트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역할이다. 부동산 에이전트는 고객으로부터 중개업을 일임 받는 순간 고객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fiduciary duty)가 생긴다. 일부 에이전트는 이 의무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일부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다가 고객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 셀러든 바이어든 주택 매매가 완료될 때까지 철저히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고 대변해야 하는 것이 부동산 에이전트의 중요한 역할이다.

한 주택 거래에서 셀러와 바이어를 동시에 대행하는 ‘듀얼 에이전트’(dual agent)가 있다. 이 경우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의무조항이 다소 모호해진다. 셀러는 최대한 높은 가격에 집을 팔고 싶어 하는 반면 바이어는 가능한 가격을 깎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셀러의 기대치를 알고 있는 듀얼 에이전트가 바이어의 낮은 가격의 오퍼를 셀러 측에 제출하기 쉽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가능하면 바이어와 셀러 각각 에이전트를 두고 거래를 진행해야 각자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받는데 도움이 된다.


■협상가

고객의 이익을 위해 에이전트가 갖추고 있어야 할 자질 중 하나가 바로 협상능력. 협상능력이 없으면 상대방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기 쉽고 결국 고객의 이익은 보호받기 힘들어 진다. 날로 진화하는 협상의 기술은 상황에 따라 적용법도 달라진다. 막무가내 식으로 요구하는 협상은 주택시장 상황이 바이어나 셀러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을 경우 실패하기 쉽다.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고 받을 것은 받아 내는 협상기술이 원활한 주택 거래 때 가장 빛난다. 구매 오퍼를 제출할 때부터 에스크로를 마감할 때까지 협상력이 줄곧 요구되기 때문에 바로 협상의 기술을 갖춘 에이전트가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에이전트라고 할 수 있다.


■코디네이터

주택 거래는 시종일관 서류와의 전쟁이다. 수많은 서류를 검토하고 서명하다 보면 어느덧 주택 구입 완료를 앞두게 된다. 서류의 양이 많지만 이 중 하나라도 빠뜨리면 주택 구입 절차가 지연되기 쉽다. 주택 거래에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서류도 있지만 중개 업체별로 요구하는 서류가 별도로 있어 서류를 챙겨야하는 것만 해도 큰일이다. 주택 구입을 위해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바이어가 알 리가 없다. 이런 바이어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챙겨주고 적절한 설명을 덧붙여 주는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는 에이전트의 역할이다.


■관찰자

예상치 못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관찰하는 것도 에이전트의 역할에 포함된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상대방의 실수에 의해 다른 상대방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주택 거래 때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과 조사를 통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타이틀 서류상 소유권이 불분명하거나 나중에 피해가 될 수 있는 담보권 등이 설정된 경우 자세한 내역을 파악해 바이어 측의 구입 결정을 돕도록 해야 한다. 셀러가 공개한 주택 정보 중에서도 주택 구입 후 문제 커질만한 사항은 바이어 측에 과감히 알려 셀러 측의 적절한 수리를 유도해 내거나 주택 구입 결정 때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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