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반 오크 숲 지나, 비탈 오르면 탁 트인 정상이…

2014-08-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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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 마운틴 디셉션

초반 오크 숲 지나, 비탈 오르면 탁 트인 정상이…

마운틴 디셉션은 지리산과 설악산의 중간 높이로 산행거리가 길지 않아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얼마 전에 한국의 정부기관에서 국민의 등산인구가 1,6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우리 남가주의 동포들도 그만큼의 열기는 아니더라도 매우 많은 사람들이 활발히 산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30년 이상 이곳 남가주에서 산을 다니는 등산 선배들의 소회를 빌리자면 재미동포들의 등산동호인이나 산악회가 금석지감을 금할 수 없을 만큼 급증했다는 것이니 여러 가지로 반갑고 뿌듯한 일이다.

그런데 이 남가주의 주류 주민들은 어떤 식으로 산행을 하는지 궁금하다. 대개의 대기업에는 직장단위의 산악회가 자발적으로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판 산악회랄 수 있을 조직으로 가장 크고 널리 알려진 것은 Sierra Club이 아닌가 싶다.


1892년에 자연을 깊이 사랑하고 이를 잘 보존키 위해 헌신했던 선각자 John Muir가 San Francisco에서 창립했는데, 2014년 8월 현재 미국 전체로는 약 250만명의 회원과 후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니 단일 조직체로서는 그 규모가 방대하다 하겠다.

특히 우리 LA와 Orange County에서 활동하던 회원들이 Sierra Club 최초로 지부(Chapter)를 결성키 위해 1911년에 75명의 회원들의 명의로이를 청원하여 Angeles Chapter라는 지부 조직을 실현시킨 바 있다고 한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지난 현재의 AngelesChapter에는 약 4만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어, 전국 최대 지부로 활동하고 있다는데, 회원들이 남가주의 다양한 산들을 오르며 즐기는 것을 적극 권장하여, 그들이 아름다운 산들과 친숙해지게 함으로써 산과 호수 및 동식물 등을 포함하는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사랑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우리의 등산활동에 직접 참고가 될 만한 것으로는 Angeles Chapter에서 시행하고 있는 HPS(Hundred Peaks Section)라는 제도를 들 수있다. 남가주 일원의 산들을 대상으로 277개 내외의 산이나 봉을 지정해 놓고, 회원들이 이들 산의 정상을 많이 올라가는 것을 표창하는 것이다.

즉, 서로 다른 100개의 산을 등정한 회원에게는 ‘100 Peaks Enblem’을 주고, 200개의 정상을 오른 회원에게는 ‘200 Peaks Bar’를 주며 277개 내외의 List에 있는 전체의 산을 오른 회원에게는 ‘List Completion’을 수여하고, 기타 또 다른 다양한 형태로 등정을 독려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남가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우리 미주 한국인 산악회들에서도 Sierra Club의 Angeles Chapter의 HPS 제도 등을 참고하여, 남가주 지역에서의 등산활동의 외연을 더욱 넓혀 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해발고도가 5,796、이며 ‘사기·허위 속임수’등의 의미가 있는 ‘Deception’ Peak이 그 이름인데, 이렇듯 유별난 이름의 배경을 알아내진 못했다.


이름이야 어쨌거나 이 Mt. Deception(5,796 、=1,767m)은 가주에서는 2,047번째 높이의 산이라고 하는데 한국과 비교하면 남한 제2봉인 지리산(1,915m)과 제3봉인 설악산(1,708m)의 사이가 되니, 높이로만 따지자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가주의 산들을 두루 오르는 일은 참으로 무궁하고 무진하다고 하겠다.

Mt. Deception은 산행거리가 왕복 4.5마일 내외에, 순등반고도는 1,100、으로, 왕복 3~4 시간이면 되므로 등산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으며, 시간의 여유가 많지 않은 경우에도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는 길

Fwy 210에서 Hwy 2 East의 Exit으로 나와 계속 동쪽으로 14마일을 달리면 Red Box Station이라고 불리는 휴게소 겸 주차장이 오른쪽으로 나온다. Hwy의 길변에 때때로 세워져 있는 Mile-Marker로는 38.62 지점이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Mt. Wilson Road를 따라 0.4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바짝 휘어져 오르는 길인데 50m쯤을 가면 차량통제 게이트가 있다. 여기서 차를 세우고 오른쪽의 공터에 주차한다.


■등산 코스

산행을 할 수 있는 길이 2개이다. 하나는 구불구불 올라가는 포장도로인 Mt. Disappointment Fire Road(2N52) 이고, 다른 하나는 주차된 곳에서 20m쯤뒤로 내려가, 2N52 진입부 중간의 왼쪽에서 시작되어 숲속으로 이어지는 San Gabriel Peak Trail을 따라 가는 것이다.

San Gabriel Peak Trail은 초반 1.3마일 구간이 주로 Oak 숲속으로 나 있는 구간인데 우리는 이 구간만을 이용하면 된다. 처음에는 다소 가파르게 올라가나 곧 걷기에 편하고 보기에도 아름다운 완만한 오름길이 된다. 이 길은 1988년에 Pasadena에 있는 JPL(Jet PropulsionLaboratory의 이니셜로서 Caltech이 주관하는 NASA의 큰 연구소)의 산악회가 주관하여 조성하였다고 하니, 아마도 우주과학자들이 만들어낸 지구 위의 등산로로는 유일무이일 것이겠다.

20여분을 오르다보면 가끔씩 BigberryManzanita들이 Oak Tree들 사이사이에 적잖이 섞여 있는 수목지대가 나온다. 좀 더 가면왼편으로, 창날 같이 예리한 잎들로 누구도 접근치 못하게 둘러싼 가운데, 때가 되면 우람한 꽃대를 하늘 높이 세우고 거기에 대추크기의 씨방울을 수백개나 다닥다닥 달게 되는 Chaparral Yucca(Our Lord’ s Candle) 군락지에 이른다. 척박한 산비탈헤서 묵묵히 자라나다가, 6년동안 아무도 모르게 부지런히 뿌리쪽에 비축해둔 생명의 정수를, 사정하듯 최후의 한 방울까지 단 몇달만에 하늘 높이 용출시켜, 눈부시게 풍성한 꽃과 씨를 맺고는, 아무런 미련없이 시들어버리는 그들의 최후는 참으로 장렬하고도 처연하다.

이윽고 숲길이 다하고 포장도로 2N52를 만난다. 1.3마일을 온 것이다. 여기서 Mt. Disappointment와 San Gabriel Peak을 가려면 왼쪽으로 가야 하지만 우리는 오른쪽으로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가야 한다.

대략 0.6마일쯤을 가면 왼쪽에 2N52의 Milemarker 2.00으로 표시된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 60m쯤을 더 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굽어지는데, 이 지점의 길 왼쪽에 정면(서쪽)의 Mt.Deception의 봉우리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확연히 보인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가파른 경사면을 포함하여 0.3마일 정도의 짧은 거리이다.

정상의 모습은 동서로 길쭉한 능선을 이룬형태로써 특별히 도드라진 봉우리가 없어, 동서남북의 전망을 두루 보려면 여기저기 흩어져 자라고 있는 관목들을 비껴 약간씩 빈자리로 이동해야 한다.

정상에서 잠시 쉬며 전망을 즐기고, 하산때에는 아까 올라온 포장도로 2N52까지 그대로 되돌아 나온 후에, 왼쪽(북쪽)으로 내리막인 넓은 도로를 따라가도록 한다. 구불구불 굽어지는 그러나 전망이 좋은 2N52 도로를따라 약 2마일을 내려오면, 어느덧 주차 지점에 이르게 된다.


정진옥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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