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남권, 매물 거두고 호가 올라… 마포·목동, 문의만 늘고 아직 조용

2014-07-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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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포 등 호가 1000만원↑… 분당·판교도 꿈틀, 비강남권은 가격 하향 멈췄지만 거래는 한산

“정부가 부동산 금융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아파트 호가는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500만~1,000만원 정도 매도호가를 올린 집주인들이 많습니다.”(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M공인 관계자)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동시에 완화하고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 방침도 철회하기로 하면서 서울 강남 등 일부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면서 향후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매수자들은 중개업소에 꾸준히 시장상황을 문의하면서 매수시점을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분당신도시 서현동 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진 듯하다”며 “수요자들도 빨리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권 호가 오르고 매물 거둬들여


20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 방침이 나오면서 서울 강남권과 분당·판교신도시 등 경부 축 신도시를 중심으로 매도호가가 오르는 등 주택시장 상황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규제완화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서울 강남권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58㎡는 현재 급매물의 호가가 9억4,000만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 지난주 급매물의 가격이 조정되면서 1,000만원가량 상승한 것이다. 같은 아파트 단지 50㎡도 500만원 정도 호가가 올랐다.

서울 송파구 잠실도 호가를 올리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대출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2,000만원 정도 올리고 있다”며 “급매물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강남권 주택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당·판교신도시와 용인지역 시장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지역마다 온도 차를 보이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분당신도시 서현동 시범 우성 84㎡는 현재 5억7,000만~6억원 정도로 시세가 형성돼 있는데 지난주부터 집주인들이 호가를 500만~1,000만원 정도 올리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판교신도시 역시 급매물이 최근 재빨리 소진되고 있다. 분당구 판교동 S공인 관계자는 “올해 초 집값이 상당히 올라 매수세가 눈에 띄게 붙지는 않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2~3개월 동안 빠지지 않던 급매물이 최근 1주일 사이 다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마포·목동 등 비강남권은 아직 조용

반면 강남권을 제외한 지역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강남권의 경우 집값 수준이 높고 투자수요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어 대출규제 완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만 강남 이외 지역은 집값이 대출을 받지 못해 못살 정도의 수준이 아니어서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목동 N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가격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데 매수자들이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계속되는 시장침체에 정책에 대한 민감도가 예전보다 상당히 떨어진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대표적 주거지역인 마포와 목동·여의도의 경우 문의만 예전보다 조금 늘었을 뿐 가격변동이나 매매거래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가격하락세가 이어진데다 향후 부동산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여전해 정부의 규제완화가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동안 계속되던 집주인들의 가격 하향조정이 최근 들어 멈춘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마포구 공덕동 Y공인 관계자는 “하루에도 3~4건씩 전화가 오는 등 문의는 많아졌지만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대출규제 완화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은 듯하다”고 전했다.



■실수요 진작 대책 필요

실기하면 무용지물=시장전문가들은 대출규제 완화로 당장 거래량이 늘고 집값이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수요가 감소하는 여름철 비수기인데다 현재 시장상황에서 대출규제만 완화한다고 집을 살 사람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을 정책목표로 삼았다면 더 늦기 전에 실수요자들의 수요를 북돋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4·1대책을 통해 실효성을 인정받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또는 면제 조치나 취득세 추가 감면 등이 고려할 만한 지원책으로 꼽힌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현재 지연되고 있는 시장활성화 대책도 서둘러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2주택자 전세 과세 철회, 다주택자 차별 철폐 등의 규제완화가 지연될 경우 정부가 논란을 감수하며 꺼내 든 대출규제 완화 카드도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강남권도 거래량은 다소 늘겠지만 가격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2·26대책 후속조치부터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겨우 살아난 기대심리가 다시 수그러들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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