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부가 즐겁고 재미있다면

2014-07-05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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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희 논설위원

▶ 여기자의 세상읽기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연금술사’를 보면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 젊은이가 행복의 비밀을 알고 싶어 현자를 찾아간다. 현자는 청년에게 먼저 그의 저택을 둘러보라며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을 건네준다. 저택을 구경하는 동안 기름을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당부이다.

청년은 기름에 온통 신경이 쓰였다. 정원의 만발한 꽃도, 식당의 훌륭한 양탄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아무 것도 못 본 청년에게 현자는 저택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라고 다시 주문한다. 이번에야 청년은 주변의 경관도 보고 저택 내의 예술품들도 감상했다. 하지만 기름을 깜빡했다. 숟가락에는 기름이 한방울도 남아 있지 않았다.

현자는 말한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동시에 숟가락의 기름을 잊지 않는 데 행복의 비밀이 있다고.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고 지켜야 할 것을 지키면서 동시에 즐길 것을 즐기라는 말로 이해가 된다.


‘행복’ 대신 ‘교육’을 대입해보면 어떨까.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면서 학과목 공부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성공적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현실은 점점 반쪽짜리 교육으로 가고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호랑이 엄마’. 호랑이 엄마 식 교육을 강조했던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는 딸이 수학시험에서 1등자리를 놓치자 그날 저녁 화장실도 못 가게 하면서 몇 시간씩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 아이들이 딴 생각하지 못하게 꽉 잡아 놓고 무섭게 다그치며 공부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렇게 키운 딸이 아이비리그에 들어갔으니 대부분 한인부모들에게 그의 교육방식은 정답 중의 정답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에는 눈 감아라, 대학 가서 즐겨도 늦지 않다, 숟가락의 기름 즉 시험공부만 확실하게 챙기라며 부모들은 방학 맞은 아이들을 학원으로 등 떠밀고 있다. 아이들은 장소만 바뀌었을 뿐 교실에 갇혀 연습문제, 시험문제 속에서 씨름하며 재미없는 방학을 보내고 있다.

공부가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일수는 없을까? 공부가 재미있다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행복할까? 뉴욕의 한 엄마는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30대 중반인 그의 아들은 이번에 2학년을 마쳤다. 그는 아들의 담임선생님을 예로 들며 “이런 헌신적 선생님만 있다면 공부가 재미있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세상의 아름다움과 학과목 공부를 함께 챙기는 것, 책상에 앉아서 교과서를 들여다보는 대신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학습방식이다.

예를 들면 송어의 일생을 공부할 때였다. 담임선생님은 먼저 그랜트 신청을 해서 기금을 마련했다. 그리고는 교실에 수족관을 마련하고 뉴욕 주 북부로 올라가 송어 알을 구해 왔다. 아이들은 수족관 내에서 부화하는 모습, 어린 송어가 자라나는 모습을 관찰하며 스케치를 했다. 그리고는 물고기들이 적당한 크기로 자랐을 때 다 같이 뉴욕 주 북부로 올라가서 강물에 방생했다.

아이들은 ‘공부’라는 의식도 못한 채 저마다 송어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이들 중에서 장차 훌륭한 어류학자가 탄생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생생한 체험을 통해 배운 지식은 평생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으면서 더 알고 싶고 더 연구해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상머리 주입식 교육의 정반대편에 서있는 이런 교육방식은 핀란드식 교육법이다.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에게 시험공부를 시키지 않는다. 시험 자체가 거의 없다. 시험위주 공부는 좋은 교육방식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숙제도 거의 내주지 않는다. 고등학생들도 하루에 한시간이면 숙제를 끝낸다. 방과 후 그 정도 공부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시간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짧다.

그런데도 핀란드의 학력은 선진국 최고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관 국제학력평가시험에서 핀란드 학생들은 선두를 다툰다. 얼마나 오랜 시간 공부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공부하느냐에 따른 결과이다. 예를 들어 기하를 배울 때 핀란드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나간다. 돌멩이, 솔방울, 나뭇가지들을 모은 후 이것들로 모양을 만들고 기하학적 용어로 풀이를 한다. 놀이 같은 이런 공부를 통해 추상적 개념이 아닌 생생한 정보가 뇌에 입력된다.

아이들이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다고 그만큼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여름방학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도 가고 바닷가에도 가보자. 그곳이 다 학습의 장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체험이 필요하다. 공부가 즐겁고 재미있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부모의 역할은 얼마나 수월해지겠는가. 행복한 교육의 비밀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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