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월드컵 열기가 시들한 이유

2014-06-28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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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은 뉴욕지자 경제팀 차장

“2010년 대회때 만해도 그야말로 식당이나 클럽 마다 북새통이었는데 올해는 어째 분위기가 영~아니네요.”

월드컵 대목을 맞아 경기가 어떠냐는 기자의 물음에 대한 한 한식당 주인의 푸념 섞인 대답이다.

그 이유를 묻자 “예전만 못한 우리 팀의 전력도 문제지만 최근 한국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가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세월호 사고를 말하는 것이었다. 현실 따위는 잊고 신나게 한바탕 즐길 수도 있겠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발생한 대형 인명 사고로 실종자도 다 건져내지 못한 상황에서 축제 분위기가 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미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에 대한 목소리는 월드컵 열기에 묻혀 버린 듯하지만 축구로 모두가 하나 되는 ‘통합’을 내세우는 월드컵의 의미를 사람들이 모를 리는 없다.

물론 매상이 증가해 즐거운 업주들도 있겠지만 열기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15일 맨하탄 타임스스퀘어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한국정부의 무능한 대처를 규탄하는 시위가 펼쳐졌다. 3번째 시위였다. 업스테이트 뉴욕에 사는 한 한인 여성은 운영하던 리커 스토어를 팽개치고 시위에 참여했다.

롱아일랜드와 퀸즈 플러싱에서 비즈니스를 잠시 접은 한인상인들도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세월호를 잊지 않는 뉴욕 엄마들의 모임’이 주축이 된 시위에는 엄마들의 모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참여자들의 성별과 연령이 다양했다.

수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는 아니었지만 이들의 시위는 현재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 했다. 같은 날 월드컵이 진행 중인 브라질에서는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월드컵 경기장을 짓기 위해 그 주변의 주민들을 강제 퇴거시킨 데 대해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자 정부 당국이 과잉 강제 진압을 한 것이었다.


월드컵과 정치, 경제 모두 뗄래야 뗄 수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사회에 대한 믿음을 잃으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 월드컵은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는 통합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좀 다르다.

브라질에서는 월드컵 때문에 소외된 이웃들이 발생했고, 한국에서는 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허공 속에 메아리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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