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 주택구입 보조, 은퇴자금은 `노터치’

2014-06-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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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사주기 전 염두에 둘것 - 수입 넉넉치 않은 자녀에 오히려 `짐’

▶ 자금 증여할 땐 세금문제 미리 체크, 대출형태로 도울 땐 계약서 작성해놔야

젊은 층의 주택 구입이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다.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고 집값은 올라 주택 구입에 대한 꿈을 갖기 힘들다. 대학 졸업 후 어렵게 직장을 구해도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 페이먼트 마련이 쉽지 않다. 또 눈덩이처럼 불어난 학자금 융자 상환 부담이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을 짓눌러 젊은층의 주택 구입이 마치 사치처럼 여겨진다. 그래도 자녀들의 주택 구입을 돕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은 한결 같다. 가계부 사정에 그나마 여유가 있는 부모는 자녀 주택 구입 시 다운 페이먼트를 보조하려는 마음이 크다. 자금 사정이 여유가 없는 부모는 빚이라도 내서 자녀의 주택 구입을 돕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녀의 주택 구입을 돕는 것이 자녀에게 항상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녀의 주택 구입을 돕기 전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 봐야 자녀가 사회생활을 올바로 시작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젊은층 주택 구입 의욕 감소

젊은층의 주택 구입 의욕이 감소하면서 첫 주택 구입자 비율도 하락세다. 2008년만 해도 약 35%가 넘었던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 비율이 지난 4월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주택 가격 급등이 가장 큰 이유지만 경제가 불안정해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힘든 것도 젊은 층이 주택 구입에서 한발 물러선 이유다.

일부 젊은 층은 대학 졸업 후 가까스로 직장을 구해도 학자금 융자상환 부담으로 다운 페이먼트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택 구입에 대한 꿈조차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자녀들을 위해 돈이 조금이라도 있는 부모들은 자녀들의 주택 구입에 기꺼이 나서고 있다. 다운 페이먼트를 보조하거나 주택 융자를 보증하고 또 주택 구입 대금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자녀들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

그러나 자녀들의 주택 구입을 도울 때 자녀의 현재 상황이나 부모의 재정 상황 등을 먼저 고려해야 올바른 주택 구입 보조가 가능하다.


■은퇴자금은 건드리지 않도록

자녀들의 주택 구입을 돕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은 돈이 있건 없건 간에 한결 같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모들이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욕심을 너무 앞세워 무리하게 돕지 말라는 것이 재정설계 전문인들의 충고다. 자녀의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 페이먼트 자금을 덜고 나서 현재 생활에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은 너무 경솔하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은퇴 후까지 고려한 뒤 자녀의 주택 구입을 도와야 한다. 은퇴 후 변변한 소득이 없을 것이 뻔한 데도 그동안 모아둔 알토란같은 은퇴자금을 자녀 주택 구입을 위해 빼내 썼다가 자칫 자녀에게도 짐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자녀의 주택 구입을 도와야겠다고 결정했다면 최악의 경우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자녀에게 보조하는 자금을 융자금이라고 치고 부모가 대출은행이 되어서 융자를 상환 받지 못할 경우까지 생각해야 한다.

자녀에게 돈을 대주면서도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일부라도 다시 받을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가장 위험하다. 주택 구입 후 자녀의 재정상황이 악화돼 자녀에게 보조해준 자금을 아예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 뒤 그래도 자금에 여유가 있다면 자녀의 주택 구입 보조에 나서도 좋다.


■보조 방식: 증여 또는 융자

자녀의 주택 구입을 돕기 위해 다운 페이먼트 자금을 보조하거나 아예 주택 구입 자금 전액을 제공할 수 있지만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보조자금을 무상으로 증여하거나 아니면 대출형식으로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자녀에게 무상으로 주택 구입 자금을 증여하는 경우 자녀에게는 상환에 대한 부담이나 대출 자격을 갖춰야 하는 등의 부담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금 전달방식과 세금 등의 문제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만약 자녀의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 페이먼트 금액을 보조하는 경우라면 서둘러서 준비해야 한다. 적어도 주택 구입 수개월 전 자녀의 은행계좌로 자금 전달을 완료해야 대출 은행 측으로부터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 페이먼트 자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 증여와 관련 한 가지 더 알아둘 점은 세금과 관련된 부분이다. 부모 한쪽으로부터 연 1만4,000달러 이상의 증여를 받게 되면 장기 증여세 공제혜택에서 제외되는데 만약 부모로부터 미래에 부동산 등 거액을 증여받을 때 높은 세금이 우려돼 오히려 불리하다.

만약 자녀에게 대출형태로 자금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면 대출 은행처럼 대출 계약서 등을 꼼꼼히 작성해야 한다. 일반 대출 계약서처럼 상환기간, 이자율 등의 내용을 상세히 기재해야 연방 국세청으로부터 증여가 아닌 것으로 인정받게 된다. 다만 자녀로부터 받게 되는 이자 소득은 국세청에 반드시 적절히 보고하고 필요 할 때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자녀의 안정적인 생활보다 ‘책임감’이 우선

자녀의 주택 구입을 도우려는 부모는 자녀의 사회생활이 빨리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경제적인 부담 없이 사회생활에서 빨리 자리 잡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자녀의 안정적인 사회생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녀의 책임감이다.

부모로부터 거액의 주택 구입 자금을 제공받게 되면 일부 자녀의 경우 책임감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 큰 노력 없이 주택을 소유하게 돼 주택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도 책임감이 떨어질 수 있다. 일부는 자녀 간 불화까지 발생해 부모의 주택 구입 보조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자녀의 필요한 주택 구입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녀의 책임감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운 페이먼트나 주택 구입 자금을 제공하되 주택 소유권의 일부를 부모 명의로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만약 집값이 올라 처분했을 때 부모는 자녀에게 제공한 자금의 일부를 다시 상환 받을 수 있어 좋다. 자녀에게 자금을 제공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녀와 자금 준비과정과 전달과정 등에 대해 상의하는 것도 자녀의 책임감을 기르는데 좋은 방법이다.

자녀의 주택 구입 보조를 너무 성급하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자녀의 연령이 낮을수록 주택 구입 보조 결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번듯한 첫 직장을 구했다고 해도 젊은 층은 직장 간 이동이 잦은 편이다.

직장을 구했다고 해서 덜컥 집을 구입했다가 집값이 오르기도 전에 처분해야 하면 주택 구입으로 인한 손실이 예상된다. 자녀가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 장기 보유가 확실해지면 그때 주택 구입을 도와도 늦지 않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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