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값 회복에 ‘해외 큰 손’들도 역할

2014-05-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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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주택구입 관심 높은 국가들

▶ 수퍼 리치 많은 UAE 5년새 관심도 3.5배↑, 중국 부동산 거품 우려 미국으로 엑서더스, ‘이웃’ 캐나다 매년 구입비율 외국인 중 최고

외국인들의 미국 내 주택구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다. 미국 주택가격이 폭락할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외국인 주택 구입자들이 물밀듯 밀려들어 왔다. 이후 주택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하기 시작한 지난해까지 미국 주택 구입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최고조를 이루고 있다. 관심 비율이 높은 국가 중에는 영어권 국가가 많고 자국 내 금융이나 부동산 시스템이 불안하다고 여기는 아시아, 유럽권 국가가 대부분이다. 1인 당 국내총생산이 높거나 천문학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수퍼리치’가 많은 국가도 상당수 포함됐다. 경제전문 매체 ‘24/7 월스트릿’과 부동산 매물 검색 사이트 리얼티 트랙이 조사한 미국 주택구입에 관심이 높은 10대 국가를 소개한다.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구입 물밀듯

외국인들의 미국 주택구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시기는 2009년부터다. 금융위기로 주택가격이 폭락하자마자 외국인들의 주택구입 ‘뭉칫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의 주택구입과 관심은 지난해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주택시장 회복을 이끌었다. 부동산 매물 검색 사이트인 리얼티 트랙의 가입 정보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09~2013년 미국 주택구입에 대한 관심이 95% 이상 급증한 국가는 10개 국가에 달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국가는 같은 기간 미국 주택구입에 대한 관심이 무려 3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


외국인들이 미국 내 주택구입에 대한 관심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자국 내 부동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가주 등 일부 지역은 연간 온화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어 일부 외국인 부유층은 미국 내 주택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이미 오래 전부터 꾸준히 주택을 구입해 왔다. 최근에는 자국 내 부동산 거품 우려가 높은 중국인들에 의한 주택구입이 급증하고 있고 미국 내 부동산 시장이 회복 초기에 진입했다는 인식의 외국인들에 의한 구입도 상당수를 이룬다.

미국 내 주택구입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들의 특징은 ‘돈’이 많은 국가라는 것. 대부분의 국가가 세계적으로 높은 1인당 국내총생산을 자랑하고 있고 자산이 2,500만달러를 넘는 수퍼리치의 비율이 높은 국가들이다.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영어 사용권 국가거나 영어 의사소통이 원활한 국가들이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지난 5년간 미국 주택구입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국가는 중동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였다. UAE의 리얼티 트랙 가입자 수는 2009년과 2013년 사이 무려 약 352%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UAE에서 미국 주택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이유는 아무래도 미국 내 주택구입이 가능할 정도의 재정능력을 갖춘 국민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UAE의 인구는 약 900만명으로 많지 않은 편이지만 자산이 보유자산이 2,500만달러가 넘는 이른바 수퍼리치의 숫자는 무려 1,000명을 웃돈다. 대부분 천연개스나 원유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UAE의 수퍼리치들은 최근 급증한 천연자원 가격 덕을 톡톡히 입고 있다.

UAE의 1인 당 국내총생산은 약 2만9,877달러로 세계 31위 수준인 반면 미국 주택 관심 국가 중 약 1.1%를 차지한다.


◇스위스


유럽의 부호 국가 스위스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 높은 미국 주택 관심비율 국가로 조사됐다. 스위스에서 2009~2013년 미국 주택구입에 관심을 보인 구입자 비율은 무려 거의 4배에 달하는 약 270% 증가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높은 약 4만6,000달러 수준인 스위스는 최근 미국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인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싼 값’에 미국 주택구입이 가능해졌다. 지난 5년간 미국 달러 대비 스위스 프랑의 가치는 약 27%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약 800만명으로 뉴욕시 인구에도 미치지 못한 스위스에는 수퍼리치의 숫자가 무려 약 6,300여명에 달한다.


◇중국

‘왕서방’들의 미국 주택구입에 대한 관심은 이미 알려진 대로 매우 높은 편이다. 가주 등을 중심으로 주택매물을 거의 휩쓸다시피 하는 중국인들의 미국 주택구입에 대한 관심은 5년 사이 무려 약 250%나 급증했다.

중국인들이 미국 주택구입 관심비율은 인구만큼이나 높아 전체 외국인 관심 바이어 중 약 4.1%를 차지했다. 비영어 사용권 국가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나타내는 중국은 현재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 직전이라는 우려와 불투명한 ‘그림자 금융’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수퍼리치들의 자산 엑서더스가 이미 시작됐고 종착역은 대부분 미국 주택시장이다. 중국의 최근 1인당 GDP는 약 5만3,000달러로 세계 7위권이지만 자산 규모 2,500만달러 이상 수퍼리치 숫자는 약 1만4,000명(홍콩 포함)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


◇프랑스

프랑스에서도 미국 주택시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중이다. 프랑스에서 미국 주택구입 관심은 지난 5년간 약 3배(약 190%) 증가했는데 지난해에만 약 6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수퍼리치 규모는 약 4,500명선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반면 집권 대통령인 프랑수와 올랑도의 사회주의 성향으로 부유층에 대한 세금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돼 해외로 자산을 옮기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프랑스의 1인당 GDP는 약 3만6,000달러 수준이며 미국 주택 관심비율은 약 2.8%다.


◇이탈리아

최근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도 미국 주택구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년간 미국에 둥지를 틀고 싶어 하는 이탈리아인들은 약 178% 증가했다.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은 최근 2년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1인당 GDP는 약 3만달러로 34위 수준이며 수퍼리치의 숫자는 약 2,000여명이다.


◇기타 국가

주택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영국에서의 미국 주택구입 관심이 높은 편이다. 5년간 미국 주택에 대한 관심은 약 150% 급증했다. 영국인들은 미국 내에서 주로 교외 지역이나 리조트 지역의 단독주택 구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 국가 캐나다는 전 세계에서 미국 주택구입에 대한 관심비율이 가장 높고 실제로 해마다 가장 높은 주택구입 비율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인들의 미국 주택구입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에서 약 45%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캐나다는 언어를 포함, 미국과 문화를 공유해 주택구입 때 문화에 대한 거리낌이 없는 편이다. 지난해 캐나다 가구의 순 자산가치가 미국을 뛰어넘은 것도 캐나다인들의 미국 주택구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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