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젊은층 ‘생애 첫 내집 마련’ 포기 증가

2014-03-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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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은 올라도 소득은 제자리걸음

▶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 기회가 갈수록 줄고 있다. 소득 수준은 제자리인 반면 집값만 올라 주택 구입이 힘들어져서다. 주택 구입 능력 하락으로 아예 주택 구입의 꿈을 접는 첫 주택 구입자들이 늘고 있는데 주택 거래 둔화 요인으로 지적된다. 첫 주택 구입자들은 주택 수요 진입층으로 전체 주택 수요 중 평균 약 40%를 차지한다.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이 원활히 이뤄져야 일정기간 뒤 더 높은 가격대의 주택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전 가격대에 걸쳐 주택 수요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이 막히면 주택 수요의 흐름이 끊기고 전 가격대에 걸쳐 수요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주택 시장에서 첫 주택 구입자들이 줄어드는 이유와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한다.


◇첫 주택 구입 포기 늘어

주택시장에서 첫 주택 구입자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주택 가격 급등과 첫 주택 구입자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모기지 대출 장벽이 원인이다. 지난해까지 약 3년간 힘겹게 이어온 주택시장 회복세가 첫 주택 구입자 감소로 위협받고 있다. 주택 거래가 주춤했던 지난 1월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은 전체 중 약 26%를 차지했다. 1년 전(약 30%)보다 하락한 비율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비율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첫 주택 수요자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낮은 비백인층이다. 이들의 주택 구입 포기로 주택 보유자들과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주택 보유자들은 지난해 집값 상승에 따라 자산 가치가 축적되는 혜택을 입고 있다.


◇전체 주택 거래 감소로 연결

첫 주택 구입자 감소는 전체 주택 거래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 1월 중 주택 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첫 주택 구입자 감소가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1월 중 25만달러 이상 주택 거래는 약 8% 증가한 반면 첫 주택 구입 가격대로 볼 수 있는 25만달러 미만 주택 거래는 무려 약 11%나 급감했다.

25만달러 미만대는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요 구입 가격대로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 활동이 급감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레슬리 애플턴-영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C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소유층은 일종의 사다리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첫 주택 구입자들이 가장 하단을 차지한다”며 “하단에서의 주택 구입이 원활히 이뤄져야 주택 가치가 상위 단계에서의 주택 거래도 순조롭게 이뤄진다. 첫 주택 구입자 감소로 사다리 구조가 위협받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투자자들에게 치인 것도 원인

2008년 주택 가격 폭락 직후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이 활발했지만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부동산 투자자들이 가격이 낮은 차압 매물을 대거 구입하면서 첫 주택 구입자들의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부동산 투자자 구입으로 볼 수 있는 주택 거래는 전체 중 절반에 육박하는 약 47%로 조사됐다. 1년 전(약 27%)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주로 모기지 대출을 낀 주택 구입이 대부분인 첫 주택 구입자의 주택 구입이 그만큼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주택 임대시장 활황으로 매매용 매물보다 임대용 매물이 늘고 있는 것도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이 힘든 이유다. 주택 보유자들은 집값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매매보다는 임대를 선호하는 추세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조사에 따르면 약 39%의 주택 보유주들은 큰 집으로 이사를 갈 경우 현재 보유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임대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층 모기지 신청 급감

골드만삭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해 모기지 대출자들 중 약 40% 이상의 크레딧 점수가 760점을 상회했다. 10여년 전인 2001년(약 25%)보다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최근 들어 크레딧 점수 등 모기지 대출 기준이 완화되는 추세지만 첫 주택 구입자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높은 주택 가격과 까다로운 모기지 대출기준 장벽에 막혀 최근 모기지 신청 건수는 급감했다. ‘모기지은행업협회’(MBA)에 따르면 지난 2월 중 모기지 신청건수는 전달보다 약 9% 하락해 1995년 8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첫 주택 구입자 비율이 높은 젊은 층에서의 모기지 신청 감소 현상이 두드러진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가주 어바인 소재 한 융자업체는 올해 초부터 35세 미만 주택 구입자들로부터의 융자 사전승인 문의가 한 건도 없을 정도다.

업체 관계자는 “35세 미만 바이어들은 전체 주택 수요자 중 약 40% 이상을 차지하는데 최근 주택 구입 열기가 크게 식은 것이 걱정이다”라고 블룸버그와 통신과 인터뷰했다. 2005년 약 50%에 육박했던 20대, 30대의 주택 소유율은 지난해 약 42%로 떨어져 첫 주택 구입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집값은 오르는데 소득은 제자리걸음

최근 집값은 크게 올랐지만 첫 주택 구입자의 대부분인 젊은층의 소득이 집값만큼 오르지 않은 것도 첫 주택 장만이 힘들어진 원인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조사에 따르면 40세 미만의 자산은 2007년 경기 침체 이후 손실된 뒤 현재까지 손실분의 약 3분 1이 회복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장년층의 자산 가치는 이미 침체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층의 자산 가치가 어느 정도 회복되어야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 능력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구입 능력 큰 폭 하락

지난해 주택 가격 급등으로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 능력이 치명타를 입었다. 특히 가주에서 주택 구입 능력이 크게 떨어져 첫 주택 구입이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CAR에 따르면 지난해 가주 단독주택의 중간 가격은 전년 대비 약 20% 오른 약 43만8,040달러를 기록했다. 이같은 중간 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가주민은 지난해 약 32%로 2012년 약 48%보다 크게 감소해 주택 수요 급감의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첫 주택 구입자 희망 FHA 대출 기준강화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 통로 역할을 해온 FHA 융자 규정이 까다로워졌다. 적은 다운페이먼트 금액과 적은 크레딧 점수 기준을 통해 자금 사정이 녹록치 않은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을 도왔던 FHA 대출 수수료가 최근 오르는 추세다.

인상된 수수료에 따르면 FHA 대출 수수료는 대출액의 1.75%로 올랐고 모기지 보험료 역시 약 1.35%포인트 인상됐다. 지난해 FHA 대출을 통한 첫 주택 구입은 2010년 최고치 대비 약 38% 하락한 약 55만채로 조사됐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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