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ID(신분, 정체)

2014-02-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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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한 /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

ID는 영어 ‘identification’의 약자로서 우리나라 말로는 신분이나 자신의 정체또는 주체를 의미하는 말이다.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ID라고 하면 운전면허증이나 영주권과 시민권 증서,또는 소셜시큐리티 카드가 아니면 여권을 생각했다.

특히 운전면허와 여권은 가장 대표적인 사진이 부착된 신원 증명서, 즉 ID 카드이다. 그리하여 상점이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주유소에서 주유를 한 후 대금을 결제할 때 크레딧카드또는 체크를 사용하면 으레ID, 즉 운전면허나 여권을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이 리커나 마켓 또는 식당에서 주류를 사거나 마시려 할 때도 혹시 음주를 하기에 적합한 나이인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운전면허, 즉 ID카드를 보자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렇게 ID카드는 우리들의 매일 매일의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불가결의 지참물이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성인들, 특히 이민온 사람들은 어려운 필기시험과 까다로운 실기시험을 거친 후, 처음으로 운전면허를 획득하였을 때의 특별하였던 기쁨과 감격의 순간을잘 기억하고 있으며, 특히 여러 가지 난관을 헤치고 오랜 세월을 기다린 끝에 받아낸 영주권이나 시민권의 기쁨과 감격을 잊지 않고 뚜렷하게 잘 기억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불법 체류자들에게는 ID카드라고 하면 예나 이제나 상관없이 아직도 가장 많은 애환과 간절한 사연이 얽혀 있는 선망의 카드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 ID의 의미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다가오게 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개인용 컴퓨터가 널리 일반화되면서 부터이다.

우선 컴퓨터를 처음 구입하여 프로그램을 설치하고시동을 하려하면 컴퓨터는 자동적으로 사용자의 ID와 패스워드를 설정하기를 요구한다.

이 ID와 패스워드가 정해지지 않으면 컴퓨터 시동은 물론 컴퓨터 프로그램의 설치조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였다 하더라도 다른 웹사이트를 들어가려면 또 새로운 사용자 ID와 패스워드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하여 은행 어카운트에도 체킹이나 세이빙을 오픈하려면 각각 새로운 ID와 패스워드가 있어야 하고 크레딧 카드도 또 새로운 ID와 패스워드가 필요하며 개스회사나 수도회사 또는 전기회사 같은 각각의 유틸리티회사의 웹 사이트 어카운트에 들어가려해도 새로운 ID와 패스워드가 필요하다.

이제는 여기저기 너무나 많은 ID와 패스워드를 일일이 기억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방에 널려있어서 곧 잘 혼동을 일으켜 컴퓨터를 열면서 이곳의 ID에 다른 패스워드를 입력하다가 거절당하고는 당황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컴퓨터의 개인 신상정보를 해킹하여 모집해서 팔고 사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또 이렇게 불법적으로 모은 개인 신상정보를 악용하여 개인의 은행 어카운트나 크레딧카드에서 남 몰래 돈을 빼내가는 악질적인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컴퓨터 ID와 패스워드의 설정 방식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복잡해지면서 날이 갈수록 사용자의 머리만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얼마 전 몇몇 유수한 대형 크레딧회사의 컴퓨터에서 수백만명에 이르는 사용자들의 개인 신상정보, 즉 ID가 유출되어 사용자들이 모두 크레딧카드를 바꾸거나 취소하느라 난리북새통을 치르고 있으며, 아직도 그 후유증과 문제해결에 정부와 해당 크레딧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나아가고 있는 현대 과학문명과 정신없이 빨라지고 있는 정보통신의 발달을 따라가기에도 바빠서 가뜩이나 흔들리고 있는 정체성(identification)인데, 거기에 그것마저도 훔쳐가려는 무리들이 나타나 더욱 더 불안하고 복잡하게된 현대인들의 ID 신세가 피곤하고 처량하다.

(310) 968-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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