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태평양을 바라보는 웅장한 바위 봉우리

2014-02-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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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이글락

▶ 토팽가 스테이트팍의 한 가운데 날개 접고 앉아 있는 독수리 형상

태평양을 바라보는 웅장한 바위 봉우리

토팽가 스테이트 팍의 이글락에 오르면 저 멀리 보이는 태평양 바다가 장쾌하다.

필자에게 전라남도 화순의 천태산에 있는 운주사의 와불을 생각나게 한 곳이 이곳 샌타모니카 산맥에 있으니 바로 Topanga State Park에 있는 Eagle Rock이다.

이 독수리바위는 LA시 경계 안에 있는 공원으로서는 최대 규모인 1만1,000에이커에 달하는 Topanga State Park의 명소인데, 웅장한 바위 봉우리의 최상단이 눈 아래로 망망하게 펼쳐지는 태평양을 응시하고 있는 독수리의 뒷모습을 닮았다.

Topanga State Park의 Landmark인 이 독수리바위의 머리 위에 올라서서 푸르른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 낙원에서 대를 물려 살아 왔던 Tongva나 Chumash 사람들이 아마도 이 독수리바위가, 아니 바위독수리가, 저 광막한 바다를 향해 힘차게 비상하는 날, 그들에게 다시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전설이나 신앙쯤이 있을 수 있었겠다는 상념이 든다.


Trippet Ranch에서 시작하는 Eagle Rock까지의 산행은 Loop형으로 왕복 4.5마일이며 순 등산고도는 807‘로 어렵지 않고 3~4시간이면 충분하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 Fwy 10의 West 끝까지 가서 Pacific Coast Hwy North를 타고 5.6마일을 가면 Topanga Canyon Road가 오른쪽으로 나온다. 이를 따라 4.6마일을 북상하면 오른쪽으로 Entrada Road가 나오게 된다. 다시 이를 따라 1.1마일을 더 올라간다.

Topanga State Park이라는 안내판과 오전 8시에 문을 여는 정갈한 Kiosk가 있는 넓은 주차장에 이른다.

이곳은 1917년에 이르러 LA District 판사였던 Oscar Trippet Sr.가 Cora라는 젊은 아내와 이곳에 살게 됨으로써 Trippet Ranch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1967년에 State Parks에서 인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LA 한인타운에서 여기까지 총 24마일이 된다. 10달러를 무인 주차료 납부방식의 봉투에 담아 주차료 징수함에 넣고, 주차티켓을 차 안에 잘 걸어둔다.


▲등산 코스


주차장의 동쪽 끝에서 좌우로 길이 나뉘는데, 왼쪽은 Musch Trail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Trippet Ranch Trail이라는 명칭으로 Eagle Springs Fire Road 로 이어진다. 우리는 오늘 오른쪽으로 오르기로 한다.

등산로 입구에 Eagle Rock까지 2마일이라는 이정표가 있는데, 왼쪽의 Musch Trail로 오르는 거리는 2.5마일이다.

아름다운 큰 Oak Tree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을 지나 0.5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Santa Ynez Canyon Trail이 갈라지며 Canyon과 태평양의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난다. 우리는 그냥 직진이다.

조금 지나면 정면으로 멀리 뿔 모양의 작은 봉우리 2개가 보이는데, 오른쪽의 바위 봉이 Eagle Rock이다.

1.5마일 지점에 이르면 길 왼편에 공원의 안내판이 있고 그 왼쪽으로는, Trippet Ranch의 주차장 왼쪽에서올라오는 길과 연결되는 Musch Trail Junction이 있다. 나중에 하산할 때는 이 길을 이용할 것이나, 지금은 안내 팻말이 가리키는 Eagle Rock 방향의 완만한 오름길로 나아간다.

이윽고 오른쪽의 낮은 언덕에 Eagle Rock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언덕 위에 올라서면 거대한 바위 위에 두 날개를 접고 앉아 태평양을 응시하고 있는 집채 만한 바위독수리의 뒷모습이 발 아래로 나타난다. 두 날개를 활짝 펼치면 아마도 50m가 넘을 듯한 큰 새의 형용이다. 장자의 ‘소요유’에 언급된 ‘붕’을 연상해 본다.

해발 1,937의 고도인 독수리 머리에 올라본다. 태평양의 수평선이 바로 코앞이다. 어느 순간 나를 태운 채 요란한 굉음과 함께 하늘로 솟구쳐 오를 것 같은 느낌이다.

갑작스런 백인들의 출연과 함께 급속한 부족의 몰락을 탄식하던 Tongva인들이 이곳에 올라서서 그들을 싣고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가 주기를 간절히 꿈꾸었을 법하다.

붕새의 머리 아래로 구멍이 숭숭 뚫린 돌출부분이 있어 내려가 본다. 마치 둥근 얼음집 Igloo 모양에다 큰 텐트 속인 듯 사람이 들어가 앉거나 누울 수 있는 공동이 있다. 자연의 솜씨가 경이롭다.

이곳을 오른 사람들에 의해 각양각색의 색깔과 솜씨로 그림과 글들이 그려져 있어, 이 또한 멋진 분위기를 자아낸다.

선사시대 동굴벽화의 조성 경위가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듯하다. 그들도 오늘의 이들처럼 무언가를 염원하고 남기려 했을 것이다.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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