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이어들 `매물 늘어 주택샤핑 느긋하게’

2014-02-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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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주택구입 환경변화

▶ 급하게 집 내놓는 셀러 빠르게 증가, 눈엣가시였던 투자세력도 크게 줄어, 가격상승세 한풀 꺾일 것 전망도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심각한 매물부족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가격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매물이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예년에 비해 매물증가 시기가 빨리 시작된 것도 올해 주택 구입 계획이 있는 바이어들에게는 희소식이다. 해마다 여름철 주택시장 성수기를 앞둔 3월이나 4월, 빨라야 2월 중순부터 집을 내놓기 시작하는 셀러가 늘던 것이 예전 추세였다. 그러나 올해는 수퍼보울 경기가 끝난 직후인 2월 초부터 매물이 서서히 늘기 시작했고 증가 속도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난 1~2년간 첫 주택 구입자를 포함, 실수요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을 어렵게 만들었던 투자자들이 자취를 감춘 점도 올해 주택 구입 경쟁이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현재 주택시장에서는 바이어들의 매물 샤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지난해처럼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대신 ‘집 구경’을 여유 있게 즐기며 가격조건 등 매물 비교에 비교적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주택가격 급등 지역 중심 매물 증가

전국적으로 주택 매물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9월부터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 주택 매물은 연간 대비 매달 증가를 기록했다. 9월 전까지 30개월 연속 하락했던 주택 매물이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증가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이다. 12월 중에는 주택 매물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6%의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주택 매물이 증가한 지역은 주로 지난해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에 집중됐다. 지난해 주택가격이 약 11% 오른 새크라멘토의 주택 매물은 12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약 58%나 급증해 불과 1년 만에 다시 주택가격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가주 오클랜드, 애리조나 피닉스, 플로리다 올랜도, 조지아 애틀랜타 등 주택가격 급등 지역에서도 주택 매물이 1년 만에 약 21~31%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상승 압박

주택 매물 증가가 주택가격 상승세를 제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미 올해 주택가격 상승폭이 지난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만약 주택 매물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경우 주택가격은 오히려 하락 압박을 크게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 매물 정보 웹사이트 트룰리아닷컴의 제드 콜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지난해 봄철과 같은 주택가격 상승은 보기 힘들 것”이라며 “주택 매물은 증가한 반면 투자자는 감소해 지난해와 같은 치열한 구입경쟁에 대한 우려가 필요 없다”고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런던 소재 경제연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사는 올해 미국 주택가격이 약 4% 오르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주택가격 상승폭(약 11%)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사는 매물 증가를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모기지 금리 상승 전망도 주택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본격적인 상승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모기지 금리는 올해말 약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근 오히려 뒷걸음질 치며 4.23%(30년 고정, 2월6일 기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 둔화와 관련, 매물 증가, 모기지 금리 상승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지난해 말 주택 거래가 예상 밖으로 크게 둔화된 것이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12월 재판매 주택에 대한 구매계약 체결 건수는 201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1월 중 주택 매매 건수 역시 5개월 연속 하락한 끝에 겨우 약 1% 증가하는데 그쳤다. 시장 관계자들은 주택 구입 수요가 일시에 빠져나간 것에 우려하고 있고 올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급해진 셀러

지난해 하반기 주택 구입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자 올해 집을 팔 계획이었던 셀러들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열기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자 집을 당초 계획보다 일찍 내놓는 셀러가 현재 늘고 있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개월간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에 대한 열정이 사라졌다”며 “일부 지역의 이상저온 현상으로 주택 구입 활동이 중단된 것과 집값 급등에 따라 주택 구입 능력이 저하된 것 등이 원인”이라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지난해 집값이 약 30% 오른 것으로 추산되는 가주에서 특히 셀러들의 조기 리스팅 현상이 뚜렷하다. LA 동부 테메큘라 소재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폴 리드 에이전트는 “올해 봄철 주택시장 전망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셀러가 많다”며 “매물이 더 늘기 전에 빨리 팔고 보자는 셀러들이 예년보다 빨리 집을 내놓는 추세”라고 블룸버그에 지역 주택시장 사정을 전했다.


■정상화 수순 의견도

갑작스럽게 매물이 늘고 있는 반면 바이어 수요는 살아나지 않자 셀러들은 조바심에 바짝 긴장 중이다. 혹시라도 집이 안 팔리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와 집값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다. 하지만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주택 매물 공급이 아직도 부족한 상태로 매물 증가는 주택시장이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견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주택 매물량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며 “최근 매물증가 현상은 주택시장 정상화 절차로 볼 수 있다”고 블룸버그와 인터뷰했다. 잰디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주택 수요가 지난해와 달리 아직까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우려다.


■신규 주택시장도 장담 안 돼

지난해 깜짝 호황을 맛본 신규 주택시장도 올해는 호황세를 장담하기 힘들다. 기존 주택 매물 부족으로 주택 구입 수요가 신규 주택시장으로 밀려들면서 신규 주택에 대한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자신감을 회복한 주택건설 업체들은 지난해 신규 주택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는가 하면 한동안 잠잠했던 주택 신축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신축은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고 올해는 약 25%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존 주택시장에서 매물이 증가하고 있고 신규 주택마저 쏟아져 나오면서 건설 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바이어들의 움직임이 봄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잠잠한 상태여서 지난해와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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