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러시모어 바위산에 새긴 미국인의 자부심

2014-01-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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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스다코타 블랙힐스 내셔널 포레스트

▶ `큰 바위 얼굴’ 주변엔 캠핑장소 다양, 인디언의 영웅 크레이지 호스도 볼만, 커스터 주립공원엔 아름다운 산과 호수

미 대륙 대초원 한 가운데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는 블랙힐스 내셔널 포레스트(Black Hilles National Forest)는 와이오밍(Wyoming)주 북동부 코너에서부터 사우스다코타(South Dakota)주 남서부까지의 광활한 산악지대에 펼쳐져 있다. 이곳은 폰테로사 소나무 때문에 어디서나 검게 보여 더욱 신성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한데, 19세기 후반 서부로 진출한 백인들과 인디언들 간 끈질긴 전쟁의 장소였던 아픔이 묻어 있다. 그럼에도 높은 산봉우리와 맑은 물 울창한 숲과 뛰노는 야생동물 등은 마치 이곳의 아픈 역사를 감싸주기 위한 자연의 선물인 듯 지나간 세월을 감싸 안으며 근사한 장관을 만들어내는데, 큰 바위 얼굴로 잘 알려진 마운트 러시모어 내셔널 메모리얼(Mt. Rushmore NAtional Memorial)과 아름다운 산봉우리와 호수가 가득한 커스터 스테이트팍(Custer State Park) 등 볼거리가 가득해 해마다 400만명의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마운트 러시모어 내셔널 메모리얼

블랙힐스 내셔널 포레스트의 상징이자 자연과 인간의 의지가 함께 만들어낸 미국 역사의 한 페이지인 마운트 러시모어 내셔널 메모리얼. 한인들에게는 ‘큰 바위 얼굴’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독립선언문을 기안한 토머스 제퍼슨, 노예 제도를 폐지한 에이브러햄 링컨, 그리고 서부의 자연보호에 앞장 선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초상이 산정의 바위에 어마어마한 규모로 조각돼 있다. 그 크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얼굴 하나만 해도 60피트나 된다고 하는데, 이를 절벽 꼭대기 위에 네 개나 만들었으니 참으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대단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대를 이은 역사

마운트 러시모어 내셔널 메모리얼은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완성한 대걸작품이다. 그 시작은 19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우스다코타의 역사학자였던 로빈슨은 블랙힐스의 산봉우리에 미국 역사에 위대한 일을 한 위인들의 초상을 조각할 것을 계획한 뒤 굿천 보글럼(Gutzon Borglum)이라는 유명 조각가를 초빙하기에 이른다. 1927년에 부지가 선정되고, 이후 14년간의 고된 작업이 이뤄졌는데, 500피트 높이의 절벽 바위산에 작업도구를 나르기 위해 산 밑까지 760개의 수직계단까지 완성됐다. 보글럼은 1941년 사망하고, 그 아들 링컨 보글럼의 감독 하에 같은 해에 완성되었다.

마운트 러시모어 내셔널 메모리얼의 역사적인 작업현장은 방문객 안내센터 아래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생동감 있게 진열돼 있다. 또한 인근 키스톤(Keystone)에는 러시모어 보글럼 스토리가 있어 제작될 당시의 자세한 자료를 구경할 수 있다.

▲캠핑

마운트 러시모어가 자리 잡고 있는 블랙힐스 내셔널 포레스트는 캠핑장을 많이 갖추고 있다. 캠핑은 관광객들이 자연 속에서 거대한 조각상을 더욱 가깝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키스톤 및 커스터 스테이트팍 인근에도 숙소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맘모스 사이트


블랙힐스 남쪽으로는 핫스프링스(Hot Springs)가 자리 잡고 있는데, 그 곳에 위치한 맘모스 사이트(Mammoth Site)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화석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빙하기 무렵의 동물화석들이 전시되고 있는데, 수천년 전 지구에 살았던 동물들과의 조우는 짜릿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자세한 정보: www.nps.gov/maru


■커스터 주립공원

블랙힐스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총 7만3,000에이커에 펼쳐진 커스터 주립공원은 아름다운 호수와 절벽, 돌기둥을 연상시키는 어마어마한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들 암석들은 약 27억년 전에 생성된 것이라 하니 지구의 신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니 피크 & 실반 호수

블랙힐스에는 이 주변 최고봉인 하니 피크(Harney Peak)와 그 앞에 바위와 숲에 둘러싸인 한적한 호수가 자리 잡고 있는데 바로 실반 호수(Sylvan Lake)다. 물이 유난히 푸르고 맑은 실반 호수에서는 낚시와 보트 타기는 물론 캠핑도 가능하다. 한편 하니 피크로 오르는 하이킹 코스는 4시간이 걸리는 고난이도 하이킹으로, 매니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니들스 하이웨이 & 성당 첨탑

실반 호수에서 27번 하이웨이를 타고 달리면 길 양쪽으로 하늘로 우뚝 솟은 암석 탑들이 이어지는데, 윗부분에 타원형 구멍이 있어 니들스 아이(Needle’s Eye)라고 불린다. 또한 다양한 암섭 탑들을 모아 니들스 하이웨이(Needles Highway)라고도 부르는데 하늘을 향해 끝없이 쭉쭉 뻗은 암석 탑들은 마치 누가 조각해 놓은 듯 신비한 모양이다. 블랙힐스에서 가장 유명한 장관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알려진 성당 첨탑(Cathedral Spires)은 100여개의 높고 낮은 첨탑들이 모여 마치 고딕 양식의 성당을 보는 것과 같은 경치를 만들어so는데 그 신비스러운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www.custerstatepark.info


■크레이지 호스 메모리얼

블랙힐스 내셔널 포레스트에 마운트 러시모어 내셔널 메모리얼이 있다면 커스터에서 약 5마일 북쪽에는 크레이지 호스 메모리얼(Crazy Horse Memorial)이 있다. 크레이지 호스는 미국인 커스터 장군의 부대를 전멸시킨 인디언 추장이자 리더로 많은 인디언들의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다.

마운틴 러시모어에 미국 대통령들의 조각상이 만들어지자 인디언 부족의 지도자는 자신들에게도 크레이지 호스라는 위대한 지도자가 있었음을 기리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큰 조각상을 만들 계획을 세운다. 이 위대한 작업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운트 러시모어의 조각자인 보글럼의 조수였던 지올코브스키가 1947년 착공하기 시작했으며, 그가 사망한 뒤 그의 뜻을 받든 아들과 부인에 의해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이 조각의 높이는 563피트, 길이는 641피트로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조각상으로, 인디언 역사의 원대한 꿈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www.crazyhorsememorial.org/monumen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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