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캘리포니아의 ‘랜초시대’

2014-01-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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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 김의 길따라 말따라

유럽에는 나폴레옹이 그리고 미국은 토머스 제퍼슨이 영토를 늘리며 서부로 진출하는 시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가톨릭 미션시대의 종식과 함께 랜초시대(Rancho Periodo)에 돌입하고 있었다. 당시 캘리포니안들의 생활상을 잠시 들여다보기로 하자.

캘리포니아 탐험에 참가했던 군인들을 필두로 스페인 국왕으로부터 하사 받은 토지의 대부분은 상당수의 소나 양을 들여와서 목장(rancho)으로 탈바꿈되면서 그들의 가족은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며 아울러 크고 작은 수 많은 목장의 주인들이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시대가 되었다. 점차적으로 교회가 아닌 목장주들이 경제와 정치와 사회의 전반을 콘트롤하기 시작했으며 캘리포니아를 낙농세계로 만들며 많은 외국 선박들과의 무역도 주로 목장주들이 주도해 세력을 확장해 나갔는데 이같이 1784년부터 1822년까지의 랜초시대를 가리켜 역사가들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평화로웠던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하루 종일 말을 달려도 자기의 땅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 남자들은 농장과 목장에 나가서 일을 하고 여자들은 집안일을 한다. 그들에게 가장 즐거운 날은 가까운 항구에 러시아 혹은 미국 상선들이 도착하는 날이었다. 엄연히 스페인 법으로는 금지된 밀무역이었지만 캘리포니안들에게는 새로운 유럽 상품이나 미국 상품을 샤핑하고 구입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신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들은 뱃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쇠고기와 농산물을 제공하는 대신 생필품들을 구입했는데 그러한 밀수 상선이 도착하는 날이면 처녀들은 예쁘게 차리고는 나들이를 나선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뱃사람이라도 만나면 바로 집으로 초대해서 데이트를 즐긴다. 부모들도 마음에 들면 딸과 결혼시켜 데릴사위로 삼아 캘리포니아에 정착시켰다 한다.


1806년 5월의 어느 날, 이처럼 캘리포니아 여성과 약혼식을 치른 러시아 상인인 리사노브(Rezanov)는 그의 사랑하는 약혼녀인 스페인 여성과의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러시아 정교회를 향해 캘리포니아를 출발하였다. 그의 상선은 알래스카 Sitka에 잠시 정박하여 그곳에서 식량과 보급물자를 내린 후, 항해를 계속하여 시베리아의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러시아로 향하였다. 그가 시베리아를 지났을 때 폐렴에 걸려 앓다가 결국 1807년 3월에 사망하고 말았는데 약혼자의 사망소식을 전혀 모르는 콘셉션 아르구에요(Consepcion Arguello)는 결혼할 날만 꿈꾸며 수년 동안 그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캘리포니아에서 시베리아까지 Rezanov와 함께 여행했던 러시안 장교가 다시 캘리포니아에 오게 되어 이 안타까운 소식을 그녀에게 알려주었는데 이 소식을 들은 그녀의 부모들은 그녀가 새로운 남자를 만날 것을 권했지만 그녀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선택했다. 그녀는 그녀의 남은 일생을 러시안 약혼자 Rezanov를 생각하며 홀로 지내다 쓸쓸히 세상을 떠났는데 그녀의 시신은 캘리포니아 Benicia에 묻혔다고 한다. 그녀가 묻힐 때 그녀의 품에는 Rezanov로부터 구입했던 레이스 스카프와 머리핀도 함께 있었다고 하는데 그 후, 이 이야기는 캘리포니아에 사는 모든 남녀의 사랑에 좋은 본보기로 남아 후세에 전해져 내려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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