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굽이굽이 언덕 돌아… 늦가을 서정 `물씬’

2013-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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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가이드] 오차드 캠프

▶ 편도 3.5마일 왕복 4시간 코스

굽이굽이 언덕 돌아… 늦가을 서정 `물씬’

마운트 윌슨 트레일의 중간지점에 있는 오차드 캠프까지의 산행은 늦가을 서정을 만긱할수 있는 운치있는 등산 코스다.

좀처럼 눈에 덮이지 않아 안전하면서 아직은 만추의 서정이 물씬 남아 있을 마운트 윌슨(Mt. Wilson) 언저리의 아름다운 계곡 속 오차드 캠프(Orchard Camp)를 찾아가 보기로 하자.

마운트 윌슨은 패사디나(Pasadena)의 북쪽에 있는 큰 산으로, 이 산 정상을 오르는 여러 등산로 중에 최초로 조성된 곳이, 시에라마드레(Sierra Madre)시의 주택가에서부터 시작되는 마운트 윌슨 트레일(Mt. Wilson Trail)인데, 오차드 캠프는 이 트레일의 중간점에 있다.

마운트 윌슨 트레일에는 원래 인디언들이 이용하던 원시 루트가 있었다는데, 1771년에 이 지역에 설립된 ‘대천사 성개브리엘‘선교본부(San Gabriel Archangel)에서 필요한 목재의 조달을 위해 동원된 개브리엘리노(Gabrielino) 인디언들의 손으로 개량된 바가 있었으며, 그 후에 거의 90여년이 지난 뒤에 이 지역에서 농장을 하던 벤자민 데이비스 윌슨(BenjaminDavis Wilson)이 이 산의 정상에서 목재를 운반해 오기 위해 1864년에 본격적으로 길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운트 윌슨 트레일은 곧이어 1889년에 하버드 대학이 마운트 윌슨의 정상에 천문대를 건립키로 함에 따라, 천체 망원경을 비롯한 필요 물품들의 수송로로 채택됨으로써 더욱 확충되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벤자민 윌슨이 트레일 공사를 하면서, 시에라 마드레시와 마운트 윌슨의 정상 간 7마일 구간의 중간지점에 건설용 캠프로 지은 ‘Halfway House’를 뒷날 조지 아이슬립(George Islip)과 조지 에이킨(George Aikin)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살며 사과, 체리 플럼 등의 과수를 길러 그 과일을 등산객들에게 팔게됨으로써 비로소 오차드 캠프라고 불리게 됐다고 한다. 시에라 마드레에서 시작하여 아름다운 리틀 샌타아니타 캐년(Little Santa Anita Canyon)의 서쪽 언덕을 따라 굽이굽이 돌고 꺾이며 오르는 길은, 초반에는 다소 경사가 크고 그늘이 적지만, 후반에는 경사가 완만하고 숲 그늘로 이어지며 전망도 있고 계곡엔 물도 있다.

편도 3.5마일에 보통 난이도의 코스로, 왕복 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아주 운치있고 멋진 등산로이다.

■ 가는 길
Fwy 210의 Santa Anita Exit으로 내려 북쪽으로 1마일을 가면 Sierra Madre Blvd.가 나오고 좌회전하여 0.8마일을 가면 Mountain Trail Ave에 이른다. 우회전하여 0.5마일을 가면 정면은 Mt. Wilson Trail Park에 막힌다. 왼쪽길 Mira Monte Ave.를 따라 50m쯤 가면 오른쪽으로 Mt. Wilson Trail Road가 나온다. 이 부근의 주택가에 주차한다. 주차허가증은 필요치 않다.

■ 등산 코스
Mt. Wilson Trail Road를 따라 북쪽으로 150m쯤을 가면 왼쪽으로 등산로 입구가 있고 상세한 구간별 이정표가 있다. 왼쪽은 작은 계곡, 오른쪽은 주택들의 담이 되어 있는 언덕을 끼고 등산로가 시작된다. 곧 주택가는 끝나고 산길로 접어든다.

왼쪽의 산줄기들의 기슭을 따라 올라가게 되는데 오른쪽으로는 Little Santa Anita Canyon이 이어진다. 등산로를 따라 1마일 가까이 구불구불 올라가다 보면 계곡 아래로 홍수에 대비하여 축조했을 댐이 보이고, 또 15분쯤이 지나면 아득한 발아래 계곡을 흘러내리며 졸졸대는 물소리도 들을 수 있다.

곧 ‘First Water’라는 표지판이 있는 곳에 이른다. 1.5마일을 온 셈이다.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을 따라 50m쯤 내려가면 개울이 있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는 계속 등산로를 따라 직진한다. 여기서부터는 주로 Live Oak, Bay Laurel, Sycamore, Bigcone Spruce 등이 어우러진 숲 그늘이 이어지는데 가을의 정취를 흠뻑 발산하는 고운 낙엽들도 길과 길섶에 쌓여 있다.

다시 2.7마일 지점에 오면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직각으로 꺾어진다. 왼쪽으로는 작은 골짜기를 통해 위로 올라가는 발자취들을 보게 된다. ‘Hiker Bob Annas’ Cross Trail’이라는 이름의, 1마일쯤의 거리를 가파르게 지그재그로 올라 Jones Peak에 닿는 길인데, 우리는 그냥 직진한다.

불과 1분 정도를 나아가면 오른쪽으로 샛길이 갈라진다. 30m 남짓한 짧은 길로 이어진 20평 내외의 돌출된 공지의 Helispot이다.

다시 등산로로 나와 나아간다. 아름다운 숲의 정취에 낙엽들의 향기까지를 만끽할 수 있다.

곧이어 조그마한 물줄기가 흘러내리며 작은 옹달샘을 이루는 낮은 곳을 지나게 된다. 청정수가 흐르는 Decker Springs로 3.1마일 지점이다.

산의 청량한 내음을 음미하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10분쯤이면 커다란 고목이 길을 비스듬히 막으며 쓰러져 있는 곳을 지나게 되고, 곧바로 왼쪽으로는 등산로와 이정표가 있고, 정면에는 건물의 축대로 쓰였을 가지런한 주춧돌들이 공터와 함께 있는 곳이 나타난다. 오늘의 목적지 Orchard Camp이다.

축대의 뒤쪽 언덕을 올라가면, 옛 성터인 양 또 하나의 더 큰 돌 축대가 보인다.

온 길을 따라 하산하되, First Water를 지나면서 나오게 되는 0.5마일짜리 신규 트레일로 내려가 보는 것도 좋겠다.


정진옥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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