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로하 광장]추수감사절

2013-11-26 (화) 12:00:00
크게 작게
작가 김정빈
무량사 법사

다가오는 28일은 땡스기빙 데이, 추수 감사절입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추수 감사절은 미국 땅에 처음 건너온 청교도들이 한 해의 수확을 거둔 다음 그동안 자신들을 도와 주었던 인디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한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서,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는 동안 추수 감사절의 환경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먼저, 감사의 대상이었던 인디언들이 주류 사회에서 멀어졌습니다. 또, 추수의 의미도 많이 달라져서 추수 감사절이 시작되던 시절에는 농사를 통해 거둔 수확이 생활 경제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했었지만 지금 농업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적습니다.
여기에다 당시와 달라진 큰 변화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심리적 환경의 변화입니다. 추수감사절이 시작된 삼백여 년 전, 사람들에게는 감사할 줄 마음이 풍부했습니다. 그렇지만 현대인은 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겨났을까요. 그것은 현대인이 당시 사람들에 비해 나와 남을 확연히 구별시키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명이 발달해가면서 인간과 인간 사이는 점점 벌어져서 현대에 이르러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홀로 된 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현대인이 무엇을 얻었을 때 그 획득은 자기의 능력으로써 얻은 것이라는 의식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현대인이 돈 1천 불을 벌면 그것은 오로지 그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써 얻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그는 그에 대해 부모님에게도, 형제에게도, 친구에게도, 고용주에게도, 국가에게도 감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마인드의 배경이 되는, 인간은 저마다 따로따로 떨어진 섬 같은 존재, 즉 개별자라는 것은 제가 이 칼럼에서 여러 차례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저 또한 사람은 무엇을 얻었을 때 남에게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점을 깊이있게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섬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섬은 다른 섬과 떨어져 있고, 이 상태는 외롭습니다. 그래서 섬으로서의 현대인은 그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남들과 소통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서는 고독을 진정 시키거나 회피시킬 수 있을지언정 해소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인 고독을 해소하려면 인간은 자기 자신의 근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섬의 비유로 말하면 섬은 다른 섬을 향해 나아가기 보다는 자신의 밑바닥으로 내려가야만 합니다. 그 내려감의 끝에서 우리는 섬의 밑바닥, 즉 대륙을 만납니다. 진정한 의미의 감사는 그때 일어납니다. 섬이 대륙이라는 것은 내가 곧 너이고, 네가 곧 나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해서 우리는 홀로이며 동시에 함께입니다. 홀로인 자로서 우리는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하고, 함께인 자로서 우리는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감사의 마음이 엷어져만 가는 올해의 땡스기빙 데이가 여러분에게 함께인 자로서의 깊은 감사의 날로 다가오기를 기원합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