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폴레옹 시대 언론사-모니퇴르

2013-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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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 김의 길따라 말따라

권력 앞에서 신문 편집이 굴절된 고전적인 예가 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 최대 일간지였던 모니퇴르(Moniteur)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사라진 언론이지만 당시의 모니퇴르는 프랑스 혁명과정에서 시민혁명을 옹호하면서 최대의 일간지로 부상했었다.

하지만 반혁명적인 나폴레옹이 집권하자 이번에는 나폴레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시민세력의 기대를 저버렸다가 나폴레옹이 패전한 뒤 엘바 섬으로 유배되자, 이 신문은 다시 나폴레옹을 비판하였다. 그러다가 나폴레옹이 1815년 3월1일 엘바 섬을 탈출해 다시 파리로 입성하게 되자 나폴레옹이 파리로 들어오는 20일 간에 드러난 신문 제목의 변화를 보면 언론이 권력에 대해 얼마나 무력했고 친 권력이었는지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당시의 머리기사의 제목 변화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살인마, 소굴에서 탈출하다.


-코르시카의 아귀, 쥐앙 만에 상륙하다.

-괴수, 카프에 도착하다.

-괴물, 그르노블에서 야영하다.

-폭군, 리용을 통과하다.

-약탈자, 수도 60마일 지점에 출현하다.

-보나파르트, 급속히 전진! 파리 입성은 절대 불가하다.

-황제, 퐁텐블로에 도착하시다.


-황제 폐하 만세! 드디어 궁전에 입성하시다.

지금에야 한낱, 우스갯소리로 남아 있는 이야기이지만 당시의 일간지 모니퇴르 편집자는 피를 말리는 머리기사였다고 했다.

그 후, 나폴레옹의 몰락과 함께 오랫동안 유럽 전역의 전란이 끝을 맺자 일간지 모니퇴르는 ‘세계 지도의 변화’라는 머리기사와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세계지도는 폐기처분될 것이며 인류는 10년이 지난 후에야 정확한 세계지도를 접하게 될 것이다.”
과연, 일간지 모니퇴르의 말대로 나폴레옹 시대 이후 인류는 세계 지도의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유럽뿐만 아닌 미국을 비롯한 중남미까지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일단 유럽의 경우를 볼 것 같으면, 나폴레옹의 몰락과 함께 나폴레옹의 점령지였던 이탈리아 반도가 고대 로마 멸망 이후 처음으로 통일국가의 모습으로 세계 지도상에 등장하게 되었으며 또한, 당시 나폴레옹의 통치를 받던 라인연맹도 1815년, 빈 체제가 수립되면서 제국을 대체하기 위한 정치체제로 독일 연방이란 이름으로 세계 지도상에 처음으로 그 이름을 드러내게 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페인을 점령했던 나폴레옹이 미 대륙의 루이지애나 지역의 영토를 스페인으로부터 다시 빼앗음으로 잠시, 북미대륙 중부 평원 지역의 주인이 되었다가 그 땅을 미국에 매각함으로써 1803년, 미국의 영토가 두 배로 커지는 계기가 되었고 또 한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점령하는 바람에 수많은 중남미 출신 장교들이 스페인 독립을 위한 전쟁에 참가 후, 고향으로 돌아가 각자 중남미의 독립운동의 시작을 알린 시기도 바로 그 당시였다.

그 이후, 중남미의 모습도 수많은 작은 나라로 분할 독립하게 되어 오늘날의 모습으로 지도상에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John Kim의 Spanish Class(323)346-7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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