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줄 세우기 투표’언제까지

2013-11-09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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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진우 뉴욕지사 사회1팀 기자

“매년 투표를 하지만 후보는 누군지, 공약과 정책은 뭔지 제대로 모르고 합니다.”2013 본선거가 실시된 5일 퀸즈 플러싱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오 (53)모씨는 이같은 푸념을 했다. 오씨는 “이번 선거만큼은 후보들의 공약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표를 하고 싶었는데 올해도 별반 달라진 게 없네요. 매번 줄 세우기 투표에 동원되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불편합니다”라며 하소연했다.

‘정당별 묻지마 식 줄세우기 투표’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실제 상당수의 한인 유권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했다기 보다는 후보가 누가됐던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들에게 무작정 표를 던져야만 했다. 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아마도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뉴욕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안내서를 한국어로 제작해 보급하는 노력을 했지만 한인 유권자들에게 별반 효과가 없었다는 평이다. 민권센터와 시민참여센터 등 여러 한인 정치력신장 단체들과 한인 언론들도 선거 홍보활동을 활발히 펼쳤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한계는 이번 선거에서 함께 실시됐던 카지노 신축 찬·반을 묻는 등의 주민발의안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투표소에서 기자가 만난 수십 명의 한인 유권자 가운데 주민발의안에 대해 알고 있었던 한인은 단 1명에 불과했다.

사전 정보 없이 투표소를 찾은 대부분 한인 유권자들은 투표용지에 깨알 같은 글씨로 복잡하게 적힌 주민발의안 내용에 적잖게 당황했을 것이다. 선관위의 역할은 공정한 선거를 실시하고 투표율을 높이는데만 있지 않다.

유권자들이 바르고 현명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선관위에서 해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다. 영어가 미숙한 한인 유권자들이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비교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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