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젠 집도‘ 미리 살아보고’ 구입한다

2013-11-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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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스트 리빙’마케팅 주목

▶ 바이어에게 12시간 정도 머물도록 허용 샤워실 사용·이웃소음 등 확실하게 체험 훼손·도난·방문자 부상 등은 해결과제로

차량 구입 때 미리 시운전해 보는‘테스트 드라이브’가 구입 결정에도움을 주듯이 집을 살 때도‘미리 좀 사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바이어들의 오랜 로망이다. 웬만한 주택의 가격이 고가 차량보다 훨씬높지만 집을 미리 사용해 보고 구입하는 개념은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그런데 최근 일부 부동산 에이전트 사이에서 바이어들에게 집을‘테스트 드라이브’할 기회를 주는 마케팅이 개념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집을 며칠씩 비워가며 빌려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반나절 정도 바이어에게 머물도록 허락해 마치 자기 집처럼 사용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물품 도난이나 부상에 따른 건물주 책임 등의 단점이 있지만 적절히 보완하면 주택거래를 확실히 끝마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주택‘테스트 드라이브’ 사례와 방법, 주의할 점 등에 대해 알아본다.

◇바이어, 셀러 둘 다‘ 윈윈’

뱅크레잇 닷컴에 따르면 뉴욕 지역의 에이전트 리모 네셔가 최근 바이어에게 ‘테스트 드라이빙’ 기회를 제공하는 마케팅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에이전트가 보유한 리스팅 중 한채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바이어에게 약 12시간 동안 집안에 머물며 자세히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 에이전트의 제안에 바이어도처음에는 조금 의아해 했지만 집을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기대감에 테스트 드라이브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앞으로 수년간 거주하게 될 집을 12시간 안에 다 알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20~30분, 길어야 1시간 정도 집을 방문한 뒤 주택 구입을 결정하는 것과비교해 바이어에게 더할 나위 없이좋은 기회다.

바이어는 집에 머무는 동안 샤워실의 물을 틀어놓고 수압을 점검할수도 있고 잠깐 방문으로 알아채기힘든 이웃의 소음 등도 간파할 수 있다. 가장 큰 혜택은 반시간의 방문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집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집인가에대한 확신을 테스트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셀러 측에게도 테스트 드라이브를제공하는 데 따른 혜택은 크다. 큰 결함만 없다면 집을 직접 사용해 볼 수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바이어의인상에 강하게 남는 효과가 있다. 오픈하우스 등 일반적인 매물 홍보수단이 모두 바이어에게 좋은 인상을 오랫동안 주기 위한 목적인데 테스트드라이브를 통한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테스트 드라이브를 통해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구매계약 체결로 이어진다. 구매계약이체결된 후에도 바이어가 이미 집에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남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도셀러에게는 큰 혜택이다.

◇만일의 사고 대비 자체 보호규정 마련

잘 알지도 못하는 바이어에게 집을 장시간 비워준다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물품 도난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 있고 주택 훼손이나 방문자 부상에 따른 건물주의 책임 소재 문제도 테스트 드라이브를 제공하기 전에 해결해야 될 사항들이다. 이중 셀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주택 내에서의 인명 피해와 관련된건물주의 책임 소재 부분이다.


피해가 클 경우 자칫 원치 않는 법정분쟁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때문이다. 따라서 테스트 드라이브기회를 원한다고 해서‘ 아무’ 바이어에게나 제공할 수 없는 일이다. 주 매물 홍보수단인 ‘테스트 드라이브’와관련된 규정도 없기 때문에 셀러 스스로 보호규정을 마련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면 된다.

우선 테스트 드라이브 대상자를선정할 때 관심을 보이는 바이어들중에서도 주택 구입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는 바이어를 고른다. 크레딧 기록이 양호하고 다운페이먼트등에 필요한 현금 자산을 충분히 보유한 바이어 중에서도 은행 측에서융자 사전승인을 받은 바이어면 적합하다. 크레딧 리포트, 은행 잔고 증명서, 융자 사전승인서 등의 서류를 요청해 검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린다.

셀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인명 피해와 관련해서는 바이어 측과 간단한 계약서를 작성해 서명을요구한다. 이른바‘ 면책조항’ (indemnificationclause)을 포함한 계약서로주택 내에서 발생하는 인명 피해에대해 건물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내용의 서류다.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실내외에가정용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두면사고 발생 때 책임 소재를 가리는데도움이 될 수 있다. 물품 도난과 관련해서는 바이어 측에 일정 금액의 디파짓을 요구해 테스트 드라이브가끝난 뒤 돌려주면 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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