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키드·고스트·맨오브라만차·디셈버, 이것은 전쟁

2013-11-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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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점 연말 뮤지컬

▶ 인터넷 티켓 판매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시장규모는 2,700억원이다. 1년에 10% 이상 성장하는 등 잠재력도 높다. 3,000억 시장을 예상하는 올해가 끝나기 전 뮤지컬 전쟁이 한바탕 벌어진다.‘3,000억 시장’은 업계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지는데 탄력을 받을 것이라 여겨지는 끓는점이다. 그만큼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계의 신경전도 격화되고

■대형 라이선스, ‘위키드’ ‘고스트’ ‘카르멘’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들은 ‘위키드(11월22일~2014년1월26일·샤롯데시어터·설앤컴퍼니·CJ E&M), ‘고스트’(11월24일~2014년 6월29일·신시컴퍼니), ‘카르멘’(12월6일~2월23일·LG아트센터·오넬컴퍼니·뮤지컬해븐) 등 라이선스로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뮤지컬들이다.

‘위키드’는 지난해 첫 내한공연 당시 4개월 남짓 만에 관객 23만5,000명을 모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레베카’ ‘엘리자벳’의 옥주현(33)과 ‘아이다’ ‘에비타’의 정선아(29) 같은 뮤지컬스타와 ‘심야식당’의 박혜나(31), ‘미스사이공’의 뮤지컬배우 김보경(31) 등 실력파 배우들로 기세를 떨치고 있다.

미국의 동화작가 L 프랭크 봄(1856~1919)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작품으로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이래 10년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 중이다.


‘위키드’가 지난해 내한공연으로 입지를 다진 데 반해 ‘고스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데미 무어(51)와 패트릭 스웨이즈(1952~2009)가 주연한 할리웃 판타지 멜로 ‘사랑과 영혼’(1990)이 바탕인 만큼 보다 폭넓은 연령대에서 인지도가 높다. 이 때문에 ‘고스트’는 입소문을 기대하고 있다. 다른 공연들에 비해 장기공연(약 7개월)의 이점을 살린다는 계획이다.

‘각시탈’과 ‘7급 공무원’ ‘굿 닥터’ 등의 드라마를 잇따라 히트시키면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탤런트 주원(26)이 스웨이즈가 연기한 ‘샘’ 역을 맡아 4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해 눈길을 끈다. 주원은 본래 뮤지컬배우 출신으로 2006년 뮤지컬 ‘알타보이즈’가 데뷔작이다. 뮤지컬배우 김준현(35), 김우형(32)이 주원과 함께 샘 역에 트리플캐스팅됐다. ‘키스 미 케이트’ ‘시카고’ 등을 통해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한 가수 아이비(31),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에포닌’ 역으로 ‘더 뮤지컬 어워즈’와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자신인상을 따낸 박지연(25)이 무어가 연기한 몰리를 나눠 맡는다.

‘카르멘’은 이 공연을 끝으로 올해만 한국에 6개 작품을 선보이는 미국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54)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프랑스 소설가 프로스페르 메리메(1803~1870)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눈길 한 번으로 모든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타이틀롤 카르멘에는 뮤지컬스타 바다(33·최성희)와 차지연(31)이 더블캐스팅됐다. 카르멘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남자 ‘호세’는 뮤지컬배우 류정한(42)과 신성록(31)이 나눠맡는다.

화려한 무대미술과 서커스, 애크러바틱, 공중 실크액트, 마술 등 무브먼트의 완성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네 남녀의 심리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인 마술은 완성도를 위해 마술사 이은결(32)이 매직 디렉터로 참여한다.

■블록버스터 초연 창작 뮤지컬 ‘디셈버’
‘그날들’에 이어 가수 김광석(1964~1996)의 노래들로 엮은 또 다른 주크박스 뮤지컬로 통한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12월16일~2014년 1월29일·세종문화회관·서울시뮤지컬단·쇼&뉴)는 뮤지컬계 최고의 블루칩인 한류그룹 ‘JYJ’ 멤버 김준수(26)를 캐스팅하면서 단숨에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김광석의 일대기가 아닌 1980년대 대학가가 배경이다.

뮤지컬스타 박건형(36)이 김준수와 함께 남자 주인공 ‘지욱’을 연기한다.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활약하는 장진(43) 감독이 극작과 연출을 맡아 눈길을 끈다. 영화 ‘7번방의 선물’ 등을 배급하며 올해 영화계의 큰손 CJ를 제친 영화 투자·배급사 NEW의 계열사 쇼&뉴 제작이라는 점도 관심사다.


■뮤지컬 스타 격돌, ‘맨 오브 라만차’ 대 ‘베르테르’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11월19일~2014년 2월9일·충무아트홀 대극장·오디뮤지컬컴퍼니)와 ‘베르테르’(12월3일~2014년 1월12일·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CJ E&M·극단 갖가지)는 수차례 공연했지만, 출연 배우들의 면면으로 주목 받는 작품이다. 특히 스타성뿐 아니라 마니아층을 구축한 배우들이 나온다.

‘맨 오브 라만차’는 뮤지컬스타 조승우(33)와 정성화(38)가 돈 키호테로 돌아와 기대를 모은다.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의 소설 ‘돈키호테’가 바탕인 이 뮤지컬은 감옥으로 끌려온 세르반테스가 자신이 쓴 희곡 ‘돈키호테’를 죄수들과 함께 공연하는 극중극이다.

조승우와 정성화는 시인 겸 세무사인 세르반테스와 기사를 꿈꾸는 노인 돈키호테를 맡아 1인2역을 한다. 조승우는 이 작품을 “내 인생을 바꾼 뮤지컬"이라고 표현할만큼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조승우와 더블캐스팅된 정성화는 3년 만에 돌아온다. 정성화를 개그맨으로 인지하고 있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그를 뮤지컬배우로 인식하게 됐다.

‘베르테르’는 사랑에 고뇌하는 청년인 타이틀롤로 또 다른 뮤지컬스타 임태경(40)과 엄기준(37)을 내세운다.

■구관이 명관, ‘아가씨와 건달들’ 대 ‘삼총사’
‘아가씨와 건달들’(11월1일~2014년1월5일·압구정 BBC시어터·CJ E&M)과 ‘삼총사’(12월13일~2014년2월2일·엠뮤지컬아트·CJ E&M)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 받은 작품으로 뮤지컬계 스테디셀러로 통한다. ‘아가씨와 건달들’은 1929년 미국 뉴욕의 나이트클럽이 배경이다. 스카이, 사라, 네이슨, 아들레이드로 대변되는 젊은 남녀의 고민과 갈등을 그린다.

MBC TV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긍정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탤런트 류수영(34)은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에 데뷔한다. 뮤지컬스타 김다현(33)과 뮤지컬 ‘쓰릴미’, MBC TV ‘오로라공주’로 주목 받은 탤런트 송원근(31)이 류수영과 함께 스카이 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11월 광림교회 신축건물에 들어서는 1,000석 규모의 BBC시어터 개막작이기도 하다.

본래 체코 뮤지컬인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것이다.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왕을 지키는 총사대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달타냥과 3총사 ‘아토스’‘아라미스’‘포르토스’가 나온다.

‘슈퍼주니어’의 성민(27), ‘샤이니’의 키(22), ‘제국의아이들’의 박형식 (22)등 한류그룹 멤버들이 이번에 달타냥 역으로 합류한다. 기존에 이 역을 연기한 엄기준, 한류그룹 ‘2PM’ 멤버 준케이(25), 밴드 ‘FT아일랜드’ 멤버 송승현(21), 뮤지컬배우 박진우(33)까지 총 7명이 달타냥을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한국 버전 그대로 지난 8월 일본 도쿄 분카무라 오처드홀에서 25회 공연하며 인기를 누리는 등 한류뮤지컬의 대표 주자로 통하기도 한다.

■오리지널 내한공연, ‘맘마미아!’ 대 ‘저지보이스’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맘마미아!’(11월26일~1월·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신시컴퍼니)와 ‘저지보이스’(2014년 1월17일~3월23일·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마스트엔터테인먼트)로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두 작품 다 유명 뮤지션의 히트곡을 기반으로 삼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다만, 주크박스 뮤지컬은 크게 두 가지 형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미국의 전설적인 록 가수 프랭키 밸리와 록&롤 그룹 ‘포시즌스’를 다룬 ‘저지보이스’는 해당 뮤지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반면, 스웨덴의 세계적인 팝그룹 ‘아바’의 노래로 엮은 ‘맘마미아!’에는 해당 가수가 등장하지 않는다.

‘댄싱퀸’ ‘아이 해브 어 드림’ 등 아바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맘마미아!’는 199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탄생했다. 2001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를 시작으로 독일, 프랑스 등 46개 나라 400개 주요도시로 퍼져나가며 5,400만명을 끌어모았다. 지금도 세계에서 평균 1만7,000명 이상이 매일 밤 ‘맘마미아!’를 관람하고 있다.

‘저지보이스’는 2005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지금까지 세계에서 1,750만명이 관람하고 12억달러(약 1조3,4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작품이다. 아시아에서 오리지널팀이 공연하는 것은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포시즌스 멤버들의 실화가 바탕이다. 밸리를 비롯해 토미 드비토, 밥 고디오, 닉 매시 등 뉴저지의 가난한 소년들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기까지 성공 여정과 결별, 화해를 다룬다. 각본가 릭 엘리스와 마셜 브릭먼, 토니상을 두 차례 수상한 연출가 데스 맥아너프가 의기투합했다.

■마니아를 믿는다, ‘풍월주’ 대 ‘벽을 뚫는 남자’
‘풍월주’(11월19일~2014년 2월16일·동숭아트센터 동숭홀·CJ E&M·연우무대)는 신라시대 남자기생들을 다룬 뮤지컬로 지난해 초연 당시 평균 객석점유율 90%를 기록하며 여성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운루에서 가장 인기 높은 풍월이자 진성여왕의 총애를 받는 ‘열’, 열의 오랜 벗이며 그와 특별한 교감을 나누는 ‘사담’이 주인공이다. 뮤지컬배우 정상윤과 조풍래가 열, 뮤지컬배우 신성민과 엠넷 ‘보이스코리아’ 시즌2에 출연한 배두훈이 사담을 나눠 맡는다.

낭만적인 소재와 음악이 매력인 ‘벽을 뚫는 남자’(11월13일~2014년 1월26일·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쇼노트·CJ E&M)는 마니아층을 구축한 세 배우를 전면에 내세웠다. MBC TV ‘일밤-아빠! 어디가?’로 인기를 끌고 있는 탤런트 이종혁(39),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뮤지컬스타 마이클 리(39), 최장수 아이돌그룹 ‘신화’ 멤버 김동완(34)이 벽을 뚫는 주인공 ‘듀티율’ 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20세기 최고의 단편소설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프랑스의 국민작가 마르셀 에메(1902~1967)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극작가 디디에르 반 코웰레르가 각색하고 ‘셸부르의 우산’ ‘007’ 시리즈 등으로 아카데미상 영화음악상 3차례, 그래미상을 5차례 수상한 미셸 르그랑이 곡을 붙였다.

또 그룹 ‘클릭비’ 출신으로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오종혁(30)이 결혼식 피로연 가수로 변신한 ‘웨딩싱어’(11월26일~2014년 2월9일·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뮤지컬해븐·CJ E&M), 유오성(47)·장동건(41) 주연 동명영화(2001)가 바탕으로 안재모(34)가 뮤지컬배우로 데뷔하는 ‘친구’(11월29일~ 부산 영화의전당하늘연극장·비오엠코리아),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초연한 섹시 록 뮤지컬로 최재웅·한지상·성두섭·강태을 등 실력이 탄탄한 뮤지컬배우들을 내세운 ‘머더 발라드’(11월5일~2014년 1월26일·서교동 롯데카드 아트센터·아시아브릿지컨텐츠·쇼플레이)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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