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원한 청춘, 제임스 딘이 남긴 발자국…

2013-1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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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너 홈 비디오’서 기념 에디션 발매

▶ 에덴의 동쪽’등 영화 3편과 기록물 실어

제임스 딘은 청춘의 뼈저린 인자들인 소외감과 고독 그리고 까닭 모를 분노와 상처를 절실하게 표현해 보여준 배우였다. 그는 이런 것들을 연기했다기보다 직접 살다 간 사람이어서 지금까지도 영원한 청춘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24세라는 나이에 살별과도 같은 삶을 살고 과격하니 죽어 그가 남긴 전설은 더욱 비극적이요 흔적이 깊다.


늘 속을 끙끙 앓는 듯하던 아름다운 고독자 딘은 1931년 2월8일 인디애나주 매리온에서 치과기공사인 아버지 윈턴과 시를 쓰는 어머니 밀드레드의 외아들 제임스 바이론 딘(미들네임은 어머니가 시인 바이론의 이름을 따 붙인 것)으로 태어났다.

어릴 때 가족과 함께 LA로 이사했으나 딘이 9세 때 어머니가 사망하자 아버지는 아들을 인디애나 페어마운트의 고모 집으로 보냈다. 딘의 성격 형성은 자기를 극진히 사랑하던 어머니의 갑작스런 사망과 아버지로부터 버림 받은 것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았다.


생전 아버지의 사랑을 간절히 찾았던 딘의 이야기는 그의 스크린 데뷔작 ‘에덴의 동쪽’(East of Eden)에서 아버지의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고 몸부림치는 칼에 의해 재현된 바 있다.

학창시절 딘의 성적은 나빴지만 운동과 연극에는 실력이 뛰어났다. 딘은 10년 뒤 페어마운트를 떠나 다시 LA로 와 잠시 샌타모니카 칼리지를 다니다 UCLA로 옮겼다. 이 때 그는 극장 안내원, 주차장 밸릿, 영사기사, 엑스트라 및 TV 광고에 나오면서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연기파 선배 배우 제임스 위트모어의 권고로 1951년 뉴욕으로 가 잡일을 하면서 연극 ‘재구아를 보아라’에 출연하면서 비평가들로부터 “재능 있는 신인”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어 TV와 연극에 잇달아 나오면서 호평을 받는데 반항적이어서 감독과 충돌이 잦았다.

명장 엘리아 카잔 등이 운영하는 액터스 스튜디오에서 연기를 공부하다가 1955년 카잔에 의해 자신의 작품 ‘에덴의 동쪽’에 주연으로 발탁, ‘또 다른 브랜도’라 불렸다. 이 영화는 존 스타인벡의 소설이 원작으로 성경의 카인과 아벨의 얘기를 현대화한 것이다. 그는 이 영화로 사후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딘이 깊이 사랑했던 여자는 이탈리안인 배우 피어 앤젤리(‘내일이면 늦으리’)였다. 둘은 죽어도 좋다고 할 정도로 사랑했으나 앤젤리의 어머니의 반대와 함께 딘이 앤젤리를 사랑은 하나 아직 결혼할 의사는 없다는 말을 한 뒤 앤젤리가 느닷없이 가수 빅 다몬과의 약혼을 발표하면서 헤어졌다. 딘은 이 이별로 깊은 상처를 입는다.

딘은 ‘연기에 살고 연기에 죽는다’는 식으로 극중 역을 몸소 살고 사랑한 배우였다. 그는 연기에 대해 “그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경증세를 표현하는 가장 논리적인 수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기에 자신의 영육을 던졌던 그는 그래서 ‘에덴의 동쪽’의 촬영이 끝나자 상실감 때문에 자신의 의상실에서 울었다고 한다.

미국의 1950년대는 미 역사상 최초로 10대가 분에 넘치는 풍요를 누렸던 시대. 그들의 부모들이 자신이 못 누린 혜택을 자식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면서 10대들은 까닭 모를 반항으로 부모들에게 보답했다. 이런 반항의 시대를 ‘딘의 시대’라고도 했는데 이 때 나온 영화가 당시 10대의 외적ㆍ내적 상황을 잘 묘사한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ㆍ1955)이다.

니콜라스 레이가 감독한 이 영화는 지금까지도 ‘10대의 바이블’로 남아 있는데 딘을 비롯해 그와 공연한 나탈리 우드와 살 미네오가 모두 비명횡사한 저주 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딘이 교통사고로 죽은 지 4주 뒤에 개봉됐다.

딘의 마지막 영화는 조지 스티븐스 감독(‘셰인’ ‘젊은이의 양지’)의 ‘자이언트’(Giantㆍ1956)다. 록 허드슨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공연한 이 작품에서 딘은 텍사스의 대목장주 허드슨의 목장 잡역부로 나온다. 딘은 허드슨의 아름다운 부인 테일러를 혼자 연모하는데 그가 카우보이모자로 이마를 깊숙이 가린 채 도둑고양이의 눈동자로 테일러를 훔쳐보며 탐내는 고독한 여우같은 모습이 아름다울 만큼 쓸쓸하다. 딘은 이 영화로 사후 두 번째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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