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격한 폭로자’ 위키리크스 어산지의 전기

2013-10-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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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 koreatimes. com

▶ 제 5 계 급 (The Fifth Este) ★★★½(5개 만점)

`과격한 폭로자’ 위키리크스 어산지의 전기

진실 폭로자를 자처하는 아산지(가운데)는 여러 나라로부터 반역자 취급을 받는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1급 국가비밀과 세계적 기업체의 비리를 폭로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창설자로 여러 나라로부터 반역자로 몰려 현재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1년반째 은신중인 호주태생의 줄리안 아산지(42)에 관한 일종의전기영화다.

충분히 흥미 있는 소재와 인물을 스릴러 식으로 다뤄 지적 팬들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나 영화가 너무 많은 정보를 수록한데다가 숨 쉴 새 없이 헐떡이면서 어수선하게 얘기를 진행해 보기에 숨이 차고 정보 과다로 머리가 혼란스럽다.

아산지 역의 베네딕 컴버배치와 그의심복 다니엘 역의 다니엘 브륄의 연기는훌륭하나 서술방식이 무질서하고 편집과촬영과 음악 그리고 시각과 청각적 효과등 모든 것이 지나치게 야단스럽고 영화가 차가워 감정적으로 접근하기가 불편하다. 그러나 급속히 변화하는 디지털 정보홍수 속의 현재에 진행 중인 역사적 얘기여서 볼만은 하다.


아산지는 과연 반역자인가 아니면 진실추구자인가. 영화는 이렇게 묻고 있다. 영화는 2010년 10월 뉴욕타임스와 가디언그리고 데어 슈피겔이 동시에 위키리크스가 제공한 미 정부의 최고급 비밀정보를보도하면서 위키리크스의 위상이 천정부지로 솟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아산지는 진실과 정의 추구를 내세우면서 이전에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의민간인 학살과 스위스 은행의 비리 그리고 아이슬란드 국가 파산의 추한 이면 등을 폭로한 바 있다.

이어 영화는 2007년으로 돌아가 아산지가 독일의 정보기술 전문가인 다니엘돔샤이트-베르크와 접촉하면서 다니엘은아산지의 뜻에 동조, 그의 심복이 된다. 일종의 과다 망상증자이기도 한 아산지는다니엘에게 절대복종을 요구하는데 다니엘은 이런 요구에 순응하나 이로 인해 자기 애인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아산지와 다니엘은 계속해 정보 폭로자들로부터 국가의 1급 비밀을 보급 받아이를 폭로하는데 아산지의 업무수행 방식이 지나치게 독재적이어서 다니엘도 결국그를 떠나고 만다. 그러나 아산지에는 이에 아랑곳 않고 다니엘의 친구인 해커 마커스(모리츠 블라이프트로이)와 아이슬란드의 반정부 인사인 비르기타 욘스도티르(카리스 반 후텐)를 고용해 폭로를 계속한다. 이 과정에서 아산지는 여러 나라로부터 반역자로 몰려 암살위협까지 받는다.

빌 콘돈 감독은 아산지를 진실 추구에몰입하는 영웅이자 나르시시스트요 천상천하 유아독존 식의 정서 불안정한 인간으로 묘사했는데 이런 광적인 자기도취자의 연기를 컴버배치가 뛰어나게 한다.

한편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는 최근 협회 사무실에서 아산지와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금빛 나는 백발에 나이보다들어 보이는 그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의 오랜 망명생활에도 꼿꼿하고침착했는데 대화에 굶주렸다는 듯이 질문에 긴 대답을 했다.

그는 정원도 없는 대사관의 작은 방에서 컴퓨터와 트레드밀 그리고 인공 태양과 함께 살고 있다면서 국제정치 및 강대국의 비리와 인권유린 그리고 부정과 횡포를 신랄히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폭로행동에 대해 전연 후회하지 않는다면서언제 대사관에서 나갈 수 있을 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말했다.

R. Toushston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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