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러기 부모와 민들레 자녀

2013-10-2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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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티 리 / 의료기관 매니저

민들레 꽃씨 한 뭉치가 바람을 타고 공중을 날아가고 있다. 그리고 뿔뿔이 흩어져서 어디론가 이름 모를 곳에 정착한다. 하나는 모난 바위 곁의 작은 흙으로 또 하나는 황량한 땅의 거센 풀 사이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잘 가꾸어진 잔디 곁에 자리를 잡는다.

잔디에 자리 잡은 민들레가 가장 안전할 것 같지만 오히려 잔디 깎는 기계에 깎이고 간혹 주인의 손에 뽑혀져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사멸될 수 있다. 모난 바위 곁의 작은 흙이나 황량한 땅의 거센 풀 사이에 자리 잡은 씨앗은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불평하지 않는 거센 생명력으로 고개를 바짝 들고 살아가기도 한다.

글로벌시대에 적지 않은 숫자의 아빠나 엄마가 기러기 부모가 되어 자녀들을 먼 외국 땅으로 보내고 있다. 사춘기의 예민한 시기에 부모의 가정교육을 받지 못해 인격형성에 다소간의 지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민들레 자녀들은 먼 외지에 덩그러니 보내져 왔다.


외지에서 홀로 커가는 민들레 자녀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는 이국 학교생활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 또래 친구사이에서 겪는 동년배 압박감, 학업이 주는 심리적 부담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 등이 있다.

최근에 텍사스를 여행하다가 한국에서 조기유학 온 고등학생을 한 명 만났다. 부모님이 농사지어서 유학비를 보내주고 있기에 비용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는 듯 보였다. 학생이 부모님께 감사하면서 진로걱정 하는 것을 보니 제대로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민들레처럼 하늘을 빙빙 돌다가 어느 외지에 정착하여 지낼 자녀들을 위해 부모들은 세심한 준비를 하고 꾸준한 관심으로 성공적인 조기유학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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