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망망대해서 표류, 처절한 생존노력 그러나…

2013-10-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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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이 즈 로스트 (All Is Lost) ★★★★(5개 만점)

▶ 무언극에 가까운 작품 레드포드의 혼신 연기

망망대해서 표류, 처절한 생존노력 그러나…

남자(로버트 레드포드)가 파손된 범선을 타고 태풍과 싸우고 있다.

거의 무언극에 가까운 생존과 인간 조건에 관한 실존적 작품으로 로버트 레드포드가 상영시간 107분 내내 혼자서 망망대해에 표류하면서 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의 연기를 치열하게 해낸다.

대단히 용감한 역이요 연기인데 혼자서영화를 지고 가는 모습이 마치 시지포스의 인고처럼 느껴진다. 완전히 레드포드의원맨쇼로 처음부터 끝까지 과연 그가 살아남을 것인가 하고 초조하게 묻게 된다.

더구나 우리는 남자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 이런 초조감이 더 강하다.


대화라곤 처음 레드포드(영화에는 그의 이름도 없다)가 낭송하는 몇 마디 외엔전체적으로 달랑 몇 단어밖에 없는 지극히 검소한 영화로 이런 침묵이 오히려 웅변처럼 느껴진다. 감정적으로도 마치 영화속의 태풍이 일으키는 커다란 파도처럼보는 사람의 가슴을 휩쓸고 들어오는 해양 스릴러로 이런 작품을 쓰고 연출한 J.C.

샨도르 감독과 레드포드의 과감한 예술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흥행이 잘 될지 안 될지 매우 궁금하다. 영화를 보면서 바다 위의 생존 영화들인 ‘파이의 인생’과 ‘노인과 바다’ 및 ‘타이태닉’ (미니판) 등이 연상될 것이다.

처음에 비감한 어조로 남자가 조용하게가족에게 보내는 메시지임이 분명한 말을읊조린다. 장소는 망망대해. 남자는“ 난 언제나 사랑하고 좋고 또 올 바르려고 끝까지 싸웠다”면서“ 미안하다”를 반복한다.

이로 부터 8일 전. 인도양을 혼자서 범선 버지니아 진을 타고 항해하던 남자가배가 화물선의 컨테이너와 충돌하는 충격에 잠에서 깨어난다. 항해에 능한 남자는 배에 큰 구멍이 나 물에 잠긴 선실에서 차분히 물건들을 꺼내면서 일단 구멍을 임기응변으로 수리한다.

그러나 항해에 필요한 모든 기계가 파손이 되면서 배는 파도에 실려 가는데 곧이어 엄청난 태풍권 안으로 들어간다. 태풍권 안에 빠진 배는 바람과 비와 격랑에뒤집어졌다 바로 섰다 하기를 몇 차례 하면서 요동을 치는데(특수효과도 좋다) 이런 와중에도 남자는 침착하게 생존을 위한 갖가지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결국 배는 침몰하고 남자는 이때부터 구명정을 타고 표류한다. 남자의생존기술이 탁월한데 그는 낚시를 하고(그러나 물고기는 상어가 가로챈다) 바닷물을 식수로 만들면서 계속해 표류한다. 때로 남자는 절망에 “갓”을 찾다가 “×팔”하고 욕설을 내뱉는다. 음악(알렉스 에버트)이 비장한데 영화는 계속 같은 음악과정적을 절묘하게 사용하면서 남자의 불길한 상황과 거대한 자연의 침묵을 표현한다.

남자는 거대한 화물선(현재 상영 중인‘필립스 선장’이 탄 화물선회사 마에스크소속)이 구명정 앞으로 지나갈 때 구조를요청하나 화물선은 그를 못 보고 지나간다. 아름답도록 처절한 결말은 확실한 대답 없이 끝난다.

영화 내내 우리를 사로잡고 놓아주지않는 레드포드(77)의 혼신의 연기가 가상하다. 그는 자신의 얼굴과 손과 온 육신의주름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과묵하고 침착하게 절망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잃지 않는 남자의 모습을 강인하게 보여준다. 감독의 자신감에 찬 연출이 돋보이고 촬영(특히 수중 촬영)도 훌륭하다.

PG-13. Lionsgate. 아크라이트(323-464-4226), 센추리15(888-AMC-4FUN), 랜드마크(310-470-0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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