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마의 상처 딛고 다시 푸르름으로

2013-10-18 (금)
크게 작게

▶ 산행 가이드 마운틴 루켄스

▶ 능선 곳곳 타다남은 관목서 새싹들이… 자연 소중함 되새기는 산 교육장 역할도

2번 프리웨이를 타고 북쪽, 즉 210번 프리웨이 쪽으로 달리다 보면 정면 또는약간 왼쪽( 11시방향 )으로 우뚝 솟은있는, 정상에 여러 개의 안테나 타워들이서 있는, 웅장한 산이 보이는데, 바로 이것이 LA시 경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마운틴 루켄스(Mt. Lukens)이다. 마운틴 루켄스는 2009년 8월26일부터 10월16일까지 지속된 LA 카운티 사상 최대의 산불로 기록된 라카냐다, 글렌데일, 액톤, 라크레센타, 리틀락, 알타디나, 선랜드, 터헝가 등의 지역에 걸쳐 16만557에이커(약 2,000만평 )의 산을 불태운, ‘스테이션 파이어’로 특히 북쪽면의 수목들이거의 전부 타버렸다. 보통 이 지역의 관목 숲이 회복되는 데는 적어도 10년이걸린다고 하는데, 이제 겨우 4년이 경과하는 시점이어서인지, 아직은 화마의 상처가 뚜렷하다. 이 곳을 보면, 우리 개개인이 비록 직접 조림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산림녹화 행위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자연을 더욱 아끼고 이해하려는 마음만이라도 새롭게 다지는 산 교육장이 될 수는 있겠다. 이 산을 오르는 길은 남쪽이나 동쪽에서 소방도로 등을 통해 오르는 코스도 있으나, 등산의 운치가 적고 지루함을 느끼기 쉬운 편이어서, 여기서는 가장 좋다고 여겨지는, 산의 북쪽면을 오르는 Stone Canyon Trail을 이용한 산행을 소개코하고자 한다. 왕복 8.8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3,254‘이며, 약 8시간쯤 소요된다.

▲가는 길

210번 프리웨이의 선랜드 출구(Sunland Exit, LA 한인타운에서 약20.3마일)에서 내려 오른쪽(산쪽)으로 0.8마일을 가면 오로 비스타 애비뉴(Oro Vista Ave) 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0.9마일을 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이름이 빅터헝가 캐년 로드(Big Tujunga Canyon Road)로바뀐다.


이 길을 따라 6.5마일을 가면Vogel Flat Picnic Area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길 오른쪽에 서 있다(Milemarker 4.34지점). 표지판을 따라 0.3마일의 내리막 길을 간다. 왼쪽은 Stonyvale 주차장이고, 오른쪽은Vogel Flat 주차장이다.

주차가능 여부나 주차가능 시간을확인하여 주차하고, 주차허가증( AdventurePass)을 차안에 잘 걸어둔다.

여기까지 LA한인타운에서 약 29마일이고, 대개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1820’ 이다.

▲등산코스

주차장 남쪽 바로 앞으로 우뚝 솟아있는 산이 Mt. Lukens이다. StoneCanyon Trail 입구에 닿기 위해서는주차장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야 한다. 좌우로 있는 몇채의 주택들을 지나다 보면 찻길이 끝난다.

그 지점을 지나 개울(Big TujungaCanyon Creek)을 왼쪽에 두고 계속서쪽으로 가면 Stone Canyon Trail이라고 쓴 큰 안내판이 있다.


여기에서 개울을 건넌다. 특별히물이 많이 흐르는 계절엔 조심해야하나, 보통 때는 서너 개의 징검다리돌을 건너면 된다.

개울을 건너자마자 개울가를 따라동쪽(상류)으로 나있는 길을 찾아서대략 100m 정도를 간다. 길이 온통돌밭인 Stone Canyon의 하상을 지나,동편 언덕에 닿으면, 비로소 산으로오르기 시작한다.

Stone canyon을 오른쪽의 발아래로 두고 산을 오르다 보면, 등산로가스톤캐년의 동쪽 산줄기를 지그재그로 꽤 가파르게 올라가게 되니 한동안은 스톤캐년에 가까워졌다 멀어졌다가를 반복하게 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Big Tujunga Canyon과 그 북쪽으로 병풍처럼 둘러 있는 험산들의 골격미가 참으로 웅장하여 산행의 힘든 것을 다 잊는다.

Mt. Lukens 정상의 바로 아래 능선에 다다를 때 쯤에는, 타다 남은 관목들의 잿빛 형태 아래에서 새롭게자라 올라오고 있는 키낮은 식물들의 푸르름이 눈에 들어와 애틋한 마음과 잔잔한 아름다움도 느끼게 한다.

드디어 능선에 올라선다. 와-! 두가지 면에서 놀랍다.

우선, 여지껏 올라온 등산로가 좁고도 가팔랐던 것에 비해 능선 위는넓고도 평평한, 그야말로 ‘꽃 피고새 우는’ 평화롭고 푸근한 평원이라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능선에 올라서자마자,마치 깜짝 쇼를 보는 듯 갑자기 펼쳐지는 남쪽 전망의 광활함이다. 가까이는 Verdugo Mtns와 Griffith Park,Fwy 2&210, San Fernando Valley의도시들이 펼쳐지고, 좀 멀리로는 LADowntown의 고층건물들과 그 너머의 South Bay 지역의 도시들, PalosVerdes와 Catalina 섬 그리고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은 시원적 자연 그대로의 산들의 세계이고, 남쪽은 문명적 인간도회의 세상이다. 이 능선을 사이에두고 차단되어 있는 두 세계의 극명한 대비가 놀랍다.

여기서 동쪽의 정상까진 동서남북의 전망을 즐기며 평탄한 길을 10분정도 천천히 걸으면 도달하게 된다.

이 곳 정상엔 1923년에 화재감시대가 설치되었는데 1937년에 이웃인 Josephine peak으로 옮겼다고 한다. 지금은 거대 도시 LA의 파수꾼인양 7~8개의 송수신탑들로 ‘AntennaFarm’을 이루고 있다. 라디오 텔레비전 스마트폰 등의 현대사회의 필수적인 무선통신들이 모두 이 탑들에 의존하고 있을 것이다.

올라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하산한다. 길이 좁고 가파른 구간이 있으므로 급히 서두르거나 혹은 바로 앞에 펼쳐진 Big Tujunga의 경치에 온통 정신을 팔지는 말고 안전에 유의하며 내려온다.

정진옥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
(310)259-6022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